2016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시민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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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9.21.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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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의 종교행위’ 주제 토론…송기춘 교수 발제

스포츠 경기에서 특정한 종교의 세리머니를 통해 종교적 믿음을 전하려는 태도는 상대방 종교에 대한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는 지난 8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스포츠 선수의 종교행위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시민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스포츠 경기와 선수의 종교적 표현’을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송 교수는 “스포츠 경기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고 반복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전쟁이다”며 “선수가 부담과 긴장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승리를 갈망하는 기도 행위는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
그는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상대편 선수나 관중들에게 오해되거나 매우 거북스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며 “더욱이 골을 넣거나 경기에서 중요한 활약을 한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순간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세리머니를 통한 ‘감사’의 모습은 더욱 불편하고 비난까지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러한 종교 세리머니를 불편해 하는 이유에 대해 ‘스포츠 경기를 굳이 종교와 관련짓는 것’, ‘선수나 관중 등 경기에 관련된 사람들의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 ‘경기에서의 득점과 승리를 믿음이나 종교와 연결하는 것’, ‘다른 종교를 대하는 부정적 시각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 등을 제시했다.

특히 “종교적 세리머니를 하는 사람은 단지 개인의 믿음을 표현할 뿐이라고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며 “상대방이 보지 않을 수 없고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해 상대에게 종교에 관한 언행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대방의 종교나 종교에 대한 입장이나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 매우 무례한 행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이 득점과 승리를 가져왔으니 감사와 경배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골을 넣으면 직접적인 도움을 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신에게 기도부터 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편 선수나 팀도 같은 종교를 가졌다면 같은 신이 두 가지 결과를 낸 것인데, 득점하고 승리하는 쪽에만 감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지 의문이다”며 “더욱이 상대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종교적 자극을 줄 것이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좋은 성적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상대방의 희생에 바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승리한 선수가 종교를 드러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스포츠 경기에서 종교적 표현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규제하는 법해석이 필요하고 보다 상세한 내용으로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고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되는 재원에서 훈련비와 보수 등을 지급받고, 이들의 활동 결과는 개인의 병역혜택이나 연금 지급으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점은 이들의 지위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정도로 공적이면서,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종교로부터 분리돼 특정 종교에 대한 후원과 지지를 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선수는 공적 활동과 관련해 종교적 표현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의 종교적 표현에 대해 구단이나 리그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특히 상대방이 원치 않는 특정한 종교적 표현을 강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할 수 있고, 경기 주관자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침을 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한국교회법학회 정재곤 사무총장은 직접적인 의사표현 대신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에 관련되는 판례를 제시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에 대한 토론회의 필요성,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또한 “체육이나 예체능은 국가적으로 장려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며 “오늘 이 주제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전 성남 FC 대표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도 “최고의 스포츠적 가치는 결국 경기장에서의 실적과 성과를 표현하는 퍼포먼스에 있다”며 “이는 선수 개인의 열정과 노력, 집중력 등에서 나오는 만큼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한 선수 개인의 종교적 행위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이창익 연구교수는 “선수와 감독이 국민과 관객의 종교 감수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자신의 종교적 신앙 표출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스포츠 선수의 종교적 표현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올림픽 같은 세계적 스포츠 축제는 인종, 종교, 성별 같은 국가 이외의 다른 경계선을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장치다”며 “국가의 경계선을 가지고 노는 올림픽이라는 놀이터에서 갑자기 종교라는 경계선이 펼쳐질 때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또, 에코피스아시아 백찬홍 운영위원장도 “조용히 성호를 긋거나 십자가 목걸이에 입맞춤하는 정도는 용인될 수도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거나 인터뷰 중 종교적 표현을 하는 것은 선교 또는 포교 행위를 하는 것이다”며 스포츠 선수의 종교적 표현에 반대했다.

 

종자연이 주최한 시민토론회 전경.
이밖에 종자연 운영위원장 김형남 변호사는 “세세한 규정 자체가 개인의 종교적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이 충돌하는 영역에서 작동될 경우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스스로 사회적 책임감을 자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교양적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종자연은 지난달 5일 브라질 올림픽 경기에서 보인 축구대표 석현준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옥의 티였다”며 “국가대표 선수는 이러한 행위를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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