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성의 허브車]‘설설(雪雪)’은 그만…눈길에 눈길 끄는 ‘4륜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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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지프, 폭스바겐, 재규어, 현대]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에 폭설이 내리면 도로에서 쩔쩔 매는 수입차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억’소리 나는 수입차를 타는 운전자가 트렁크에서 눈삽을 꺼내 눈을 맞아가며 ‘삽질’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눈길에서 ‘설설’ 기는 차 대부분은 후륜구동 세단이었다. 뒤에서 미는 후륜구동 방식은 앞에서 끄는 전륜구동 방식보다 주행 안전성과 승차감이 뛰어나 고급차에 적용된다.
그러나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앞에서 끌 때보다 뒤에서 밀 때 방향을 바꾸기가 어렵다. 설상가상 후륜구동의 달리는 맛을 강화하기 위해 주행 성능은 일반 타이어보다 좋지만 접지력은 떨어져 더 잘 미끄러지는 고성능(UHP) 타이어를 장착하기도 했다.

후륜구동 세단이 눈길에서 설설 길 때 이를 비웃듯 거침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은 상대적으로 더 눈길을 끌었다. 십중팔구 4륜구동 모델이었다. 4륜구동 모델은 국내에서 오프로드보다는 눈길 덕분에 ‘겨울 강차(强車)’로 대접받으며 점차 고급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4륜구동은 네 발로 달리는 짐승과 같다. 두 발 달린 인간이 네 발 달린 짐승과 달리기 시합을 벌이면 십중팔구 진다.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달리면 균형도 더 잘 잡을 수 있고 허리힘을 이용해 추진력도 강하게 낼 수 있어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두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는 2륜구동(2WD)보다는 네 바퀴에 동시에 동력이 전달되는 4륜구동(4WD)이 더 안정적이고 힘도 세다. 4륜구동은 험로나 눈길에서 발진할 때 네 바퀴 힘을 모두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다.

고속일 때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코너링 상황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동력이 전달되지 않고 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현상 없이 안정적이다.

덕분에 눈길에도 강하다. 4륜구동을 ‘겨울 강차’라 부르는 이유다. 4륜구동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브랜드는 지프다. 1941년 등장한 지프는 작은 차체와 기민한 기동력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오프로더의 대명사’가 됐다.

지프는 전선 상황에 따라 화물·병력 수송, 부상자용 구급차 등으로 개조돼 다목적으로 활용됐다. 전쟁이 끝난 뒤 귀향한 참전 군인들이 지프의 활약상을 전파하면서 지프는 승용, 레저용, 농·축산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실용성을 강화한 지프 체로키는 4륜구동 SUV의 원조가 됐다.

지프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을 대표하는 4륜구동 오프로더인 랜드로버를 탄생시켰다. 미군이 영국군에 제공한 지프의 프레임에다 전쟁 때문에 부족해진 철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차가 랜드로버다. 랜드로버에서 정통 오프로더의 명맥은 디펜더가 이어가고 있다.

SUV를 통해 존재감을 구축한 4륜구동은 ‘낮은 차’로 영역을 넓혔다. 그 계기도 ‘눈’과 관련 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 스바루는 1972년 레오네 왜건에 일본 승용차 중 처음으로 4륜구동 방식을 적용했다. 일본에서는 이후 4륜구동 승용차 판매비중이 높아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홋카이도와 관서 지방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4륜구동 승용차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린 알린 메이커는 독일 아우디다. 아우디는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벤츠와 BMW에 맞서 1970년대 후반부터 4륜구동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기계식 풀타임 4륜구동 기술 ‘콰트로 시스템’이다. 아우디와 스바루에 자극받은 독일과 일본의 경쟁 메이커들은 컴퓨터 제어 기술을 결합해 독창적인 4륜구동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 대부분은 4륜구동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4륜구동이라고 똑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성격이 각양각색이다.

[사진제공=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현대모비스]


지프는 ‘4륜구동의 전설’이라 부르는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I·Ⅱ AWD 시스템을 개발했다. 주행 여건이나 운전 스타일에 따라 앞바퀴 굴림 또는 4륜구동 모드로 자동 전환하는 뒤차축 분리 방식을 적용했다.

지프는 한층 강력해진 4륜구동 성능을 발휘하도록 액티브 드라이브 AWD에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도 결합했다. 오토(Auto), 스노(Snow), 스포츠(Sport), 샌드/머드(Sand/Mud) 모드에 따라 구동계통의 컨트롤 모듈, 전자식 브레이크 컨트롤러, ESC, 변속기 컨트롤러, 엔진 컨트롤러 등 최대 12개 항목의 시스템 설정이 최적화돼 상황에 맞는 접지력을 제공한다.

아우디 콰트로는 4개의 바퀴가 각각 적절한 양의 동력을 배분받아 구동된다. 아우디는 지난 2016년 콰트로에 경량화 기술 ‘아우디 울트라’를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콰트로 컨트롤 유닛을 통해 네바퀴에 보내지는 엔진 힘을 실시간으로 배분해 접지력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코너링 때는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힘을 보내 빠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통과할 수 있게 지원한다. 정속 주행 때는 앞바퀴에만 힘을 전달해 연료소비를 줄여준다.

폭스바겐은 전후좌우는 물론 대각선으로도 구동력을 전달해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4모션’을 개발했다.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전 4개 휠에 토크를 적극적 배분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전륜만 움직여 연료를 절감하고 마찰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뒤 차축이 순간적으로 개입해 차체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폭스바겐 4륜구동 모델에는 4모션과 찰떡궁합인 4모션 액트브 컨트롤도 장착됐다. 운전자는 날씨나 도로 상황에 따라 온로드, 오프로드,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스노 네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후륜구동의 강자인 BMW는 후륜구동의 전형적인 핸들링을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하는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를 적용했다. X는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Xcountry)에서 따왔다. X드라이브는 도로 상황에 따라 차축에 전달하는 앞뒤 구동력을 0.1초 만에 0~100이나 100~0으로 자동 분배한다.

X드라이브 장착 모델은 일상 주행에서는 후륜에 대부분의 구동력을 전달해 BMW의 특징인 정확한 핸들링과 정밀한 주행을 도와준다. 후진 주차할 때도 후륜에 구동력 100%를 전달한다.

‘겨울왕국’ 출신인 볼보의 4륜구동 시스템은 전자관리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휠의 회전속도와 추진력, 엔진 토크, 엔진 스피드, 브레이크를 관찰해 마찰력이 높은 휠에 출력을 집중시켜주는 게 특징이다.

볼보는 ‘눈길’에 더욱 강해지기 위해 4륜구동 모델에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를 기본 적용했다. 컴포트, 다이내믹(파워), 에코(퓨어),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5가지 주행 모드도 채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에 45대55의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하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다. 눈길에서 구동력을 고루 분배해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절해준다.

재규어 XJ 전용으로 개발된 토크 온 디맨드 4륜구동은 접지력이 가장 높은 휠에 토크를 전달해 정교하면서도 민첩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채택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 시스템은 4륜구동과 찰떡궁합이다. 진흙, 젖은 풀밭, 얼음, 눈, 비포장도로 등 표면이 미끄러운 극한 조건에서도 주행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마세라티 Q4 시스템은 평소에는 구동력을 100% 후륜에 전달하다 노면 접지력이 떨어지면 전륜과 후륜 액슬에 토크를 동일하게 재배분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인피니티 아테사 ET-S는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으로 구조가 단순해 구동력 손실이 적고 효율이 높다. 포드는 익스플로러에 지형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을 탑재했다. 지형 관리 시스템은 눈길, 진흙, 모래, 자갈, 풀밭 등 도로 상태에 맞는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렉서스 이포(E-Four)는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전륜만을 사용하다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자동으로 전륜과 후륜에 토크를 배분해 구동력을 유지한다.

혼다 SH-AWD는 배의 앞머리를 틀 때 반대쪽 노를 젓는 원리를 이용했다. 2륜구동 차가 미끄러운 도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으로 밀리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현대차 H트랙(HTRAC)은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다. 도로 상태를 휠과 서스펜션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감지한 뒤 ECU 제어를 통해 구동력을 제어한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스웨덴 알제 프로그, 오스트리아 그로스로 코너에서 테스트를 거쳐 H트랙을 개발했다.

또 H트랙 장착 모델의 경우 구동 배분력을 클러스터에 실시간 표시, 4륜구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 운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용 전자바퀴 기술인 ‘e-Corner 모듈’을 개발중이다. 이 모듈은 구동, 제동, 조향, 현가 등의 기능을 바퀴 하나에 담은 게 특징이다.

핵심 기술은 차량 바퀴 내부에 구동모터를 장착해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인휠모터다. 인휠모터 앞바퀴에 2개를 적용하면 전륜구동, 4개를 적용하면 4륜구동이 된다.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 기계 장치도 없앨 수 있어 공간 활용성도 커진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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