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2012.02.03 13:02

감자쥬스 조회 수:1539

2시간 15분이나 하는 긴 영화였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워낙 많아서 가치있는 관람이었습니다.

영화적인 구성은 아니라서 시간이 휙휙 가는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인상적이고 괜찮은 영화였어요.

지난 두편의 작품으로 반신반의했던 실력인 윤종빈은 이제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다가왔습니다.

비스티보이즈로 약간 삐걱거리긴 했지만 범죄와의 전쟁까지 3편의 장편영화는 고른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했죠.

확실히 기교가 뛰어난 감독이긴 해요. 이야기를 맺고 끊는데는 아직 서툴기 그지없지만 묵직한 순간을 만들어내거든요.

다행이 매 작품마다 발전하는것이 눈에 띄게 보이고 아직 34살 밖에 안 된 어린 감독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메인제목이 범죄와의 전쟁, 부제가 나쁜놈들 전성시대인데 부제를 정해야 했을겁니다. 나쁜놈들의 전성시대가 범죄와의 전쟁

선포 때문에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거든요. 30프로 정도가 범죄와의 전쟁 부분이라면 70프로 정도가 

시간대 별로 이어지는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입니다. 1982년 부터 2012년까지 30년간의 세월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특히 배우들 연기와 앙상블 효과입니다. 배우들 연기가 진짜 다 볼만해요.

캐릭터도 다들 살아있습니다. 입체적이고 생생하죠.

 

배역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절박하지 않은 인물이 없습니다. 다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망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지만 실질적으로 진짜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궁지에 몰린 인간들이 서로를 위해주는척 하며 속고 속이며 바닥까지 가는 이야기에요.

비스티보이즈 때와 마찬가지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구성. 여러 인물들의 관계망을 어느 누구 한명 허술하지 않게

그려낸 힘이 탁월해요.

 

폭력적인 부분은...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성적 묘사, 잔인한 장면들은 없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폭력적이고

액션 장면도 많아요. 주로 때리고 맞는 장면들인데 이게 꽤 사실적이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강했어요.

욕도 많이 나오고. 최근 잔혹한 한국영화들에 비할바도 못되고 영화에 어울리는 폭력묘사였습니다. 그러나 19금 받을만 하긴 해요.

일단 다루고 있는 내용 자체가 전혀 건전하지 못하니까.

옛날 아버지들의 측은한 모습을 담아내려고 한것 같더군요. 식구들 잘 먹여살리려고 온갖 추한짓 다 하고 아부하고 굽신거리면서

도약하고 싶어하는 우리네 아버지들. 윤종빈은 애잔하고 측은하게 담아내면서도 영화 속 아버지상을 조롱하고 비웃고 이죽거리죠.

마지막 최후의 순간까지도 혈연,지연에 묶여 끝장을 못 보고 겉으로만 강한척 구는 묘사가 강렬했어요.

윤종빈은 올해 열리는 영화상 중에서 감독상 몇 개는 받아가야 할듯. 

 

그리고 최민식. 멋졌습니다. 최민식의 광기어린 연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정말 열심히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진짜 잘 합니다. 그가 몇 년 동안 연기를 쉬다가 나온게 플러스요인이 된것 같아요.

계속 쭉 활동했더라면 좀 식상했을 연기인데 악마를 보았다에 이어 오랜만에 이런 연기를 보니까 다시 예전에 받았던

놀라운 느낌이 옵니다. 굴욕적인 장면들이 많은 역인데 그 안에서도 최선을 다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게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트로피가 부럽지 않을 배우지만 올해 기억될만한 연기로 남을것 같아요.

하정우도 잘 받쳐줬고. 윤종빈 영화에서 하정우는 늘 서브주연이네요.

하정우나 최민식이나 정말 연기를 맛깔스럽게 합니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도 연기 변신을 했는데 최민식만큼이나 인상적이고

강렬했습니다. 마지막에 자제력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이 선하네요.  

다른 배우들도 다 괜찮았는데요. 조진웅은 다른 작품에선 연기 잘 한다고 생각한적이 없었던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선

번쩍번쩍 하더군요.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빽으로 읽히는 영화속 구조가 정말 끔찍했고 질색인데 이게 현실이기에 굉장히 답답했어요.

학연,지연,혈연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성공하는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다 무너지는 결말을 보면 암담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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