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2012.03.02 00:49

dlraud 조회 수:2667

(*결말에 관한 구체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건달이나 깡패가 아니라 브로커에 가까운 최익현입니다.

부산의 세관 공무원이었던 그가 어쩌다 깡패와 연을 닿게 되고 본격적으로 반(건)달의 위치에서 외줄타기 곡예를 하듯 하는 삶을 사는지 보여줍니다.

 

 

영화의 내용자체는 조폭 영화보다는 오히려 코미디의 요소가 많습니다. 최익현이 있는 연줄 없는 연줄 끌어모으는 모습,

투명할 정도로 희미한 학연 지연을 거의 연금술적으로, 권력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의 과정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합니다.

이 유머코드는 많은 관객들에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보며 웃을 때 이런 연대의식을 느낀 적은 처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볼거리는 그 시대 깡패들의 묘사입니다. 양복이나 패션은 그다지 비슷하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정우(최형배)의 비쥬얼은 지나칠정도로 멋졌습니다. 화보찍어도 좋겠더라고요. 온 몸에 새겨진 문신도 잘 어울립니다;

(바닷가에서 반바지?수영복?을 입고 있는 장면에서 아.. 문신 전체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물론 정말 재밌는 건 남자들의 세계의 찌질함 -딸랑딸랑, 후까시 등-을 구경하는 거겠죠.

많은 평론가들이 감독의 전작과 연결지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속에서 최민식은 평범한 사람 같고 하정우는 배우같습니다. 최형배는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죠. 멋을 부리는 캐릭터이지만

영화는 그닥 그를 진지하게 그리려고 하진 않습니다. 최민식이 분한 최익현은 브로커 역할만큼이나 마지막 피날레의 홈 비디오에 아이러니하게 어울리는 인간입니다.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인간과 조폭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협력하다 충돌하고 배신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최형배의 실수는 최익현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또 그가 자기입으로 말하는 것처럼 핏줄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는 점이었죠.

사실 저렇게 해서 두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약간 이해가 안될 정도로 배신당하는 과정에서 허술해 보이기는 합니다.

조 검사와 최형배의 오른팔 역 박창우는 감독이 일부러 니편/내편, 선/악 구분이 잘 안가도록 캐릭터를 잡고 연기를 지도했다고 하는데 참 좋았습니다.

속이 빤한, 뻔뻔한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의뭉스런 느낌의 두 조연의 연기는 영화에 긴장감을 더해주었습니다.

 

 

(검사역을 한 곽도원 씨 악인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에 잘 어울렸습니다)

오른팔 역의 김성균 씨는 80년대 장발 헤어스타일이 참 잘어울리시더군요.

(인터뷰 사진도 봤는데 이 때가 더 잘생긴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어떤 주제, 메시지, 감독이 영화를 만든 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최형배가 배신당해 경찰에 잡혀가고 난 후,

 시간이 흘러 최익현이 손자 돌잔치에 참석해 홈 비디오에 담기는 현재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세대의 과거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렇습니다.

검사가 된 아들 손주의 돌잔치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듯한 카메라, 졸다가 멈칫한 최익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후 들리는 “대부님”

과거의 유령이라는 의견이 대세인것 같습니다. 저는 단순히 복수가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에 실제로 석방된 후에 찾아온 최형배라고 믿고싶었지만요.

이 장면에 대해 거창하게 해석하고 싶지만 능력이 부족하네요.

다가오는 사람의 시점과 목소리를 빌렸지만 형체는 드러나지 않는 것과 무방비하게 졸고 있는 최익현의 모습은 굉장히 불길해 보였어요.

직접적으로 칼로 찌르는 것보다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뇌물과 비리로 썩어빠진 돌이 단단히 자리잡고 여전히 세력을 기르는 모습이 평안해 보일 수는 없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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