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수현은 한국을 대표해 할리우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다. 천만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에서 닥터 조 역으로 큰 성과를 거뒀고 ‘다크타워: 희망의 탑’(2017년)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최근 개봉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신비한 동물사전2)에서는 내기니 역할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에디 레드메인, 조니 뎁, 캐서린 워터스턴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현은 “아시안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

“이제 몸이 익숙해져서 괜찮다. ‘다크타워: 희망의 탑’ 때만 해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됐다.”

-극 중 맡은 역할은 뱀 내기니다. 출연이 꺼려지지 않았나.

“‘해리포터’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중요한 캐릭터다. ‘우리가 내기니를 죽여야 돼’라는 대사도 많이 나오지 않나. 그렇게 비중 있는 캐릭터인 만큼 내가 내기니를 맡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악한 동물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앤 K.롤링 작가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을 불어넣는다.”

-조앤 K.롤링 작가에게서 힌트를 얻은 게 있나.

“내가 연기한 것과 다르게 요구한 건 없었다. 감독님과 작가님 모두 내기니는 사연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여리고 상처받은 영혼이지만 약하기만 한 여자가 아니라 남다른 힘이 있다는 걸 강조했다. 작가님은 굉장히 겸손하신 분이다. 젠더 이슈나 인종 차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백인 남성이 사육한 뱀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생각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내기니라는 캐릭터의 비중만 생각했고,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행운이라고 느꼈다. 백인들이 많은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배우로서 이야기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물론 사람들이 이렇게 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본다.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아시안 배우로서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상대역 크레덴스 역을 맡은 에즈라 밀러와 굉장히 친해 보이는데.

“에즈라와 붙는 신이 가장 많아서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친구다. 아주 독특하고 사랑스럽다. 이번에 함께 연기하면서도 노력을 많이 했다. 감독님의 요구가 좀 특이할 때가 있다. ‘뱀 2%를 가미해봐’라고 디렉션을 했는데 에즈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더라. 에즈라가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줬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뜸한 편이다.

“한국에서 정말 활동하고 싶다. ‘한국에 살고 있다’고 강조하고 다닌다. (웃음) 한국 활동을 늘 생각하지만 시간이 안 될 때도 많았다. 외국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님들도 내가 더 큰 걸 바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주로 ‘차도녀’ 캐릭터만 연기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할리우드에서 오디션을 봤다. 색다른 도전이 되는 역할이라면 얼마든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작품 내에서도 아시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수가 늘고 있다. 또 아시안 배우들의 ‘권리 찾기’ 의식도 강해지는 추세인데 이러한 움직임을 체감하나.

“당연하다.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느끼고 있다. 같이 외국에서 활동하는 동양배우들도 다른 동양배우의 작품이 개봉할 때 포스팅을 하고 홍보를 하며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네트워킹이 점점 활발해지는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움직임이다. 아시안의 역할이 다른 백인으로 교체된다든지 한 영화당 한 명의 아시안만 들어가는 규칙이 깨졌으면 한다. 나 역시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연애나 결혼에 대한 조바심을 느끼지는 않나.

“외국을 다니면서 정말 외로운 순간이 많으니까 안정적인 가족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많다. 그런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어느 한 곳에 정착해 있는 게 아니니까. 국내와 해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선택한 만큼 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원래 결혼도 늦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내가 계획한 기간이 이미 다 지나버렸다. (웃음)”

사진=문화창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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