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3.21 16:23

정동극장서 연말까지 매주 화~토요일 상설공연

<사진=공공누리>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희대의 요부' '조선의 악녀'로 그려져 왔던 장녹수. 그 삶에 녹아있는 예인(藝人)의 면모를 조명한 공연 '궁:장녹수전'이 다음달 5일 개막된다. 

정동극장은 '궁:장녹수전'(안무 정혜진, 연출 오경택)을 오는 4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매주 화~토요일 오후 4시 상설 공연한다고 21일 밝혔다.

'궁:장녹수전'은 조선의 왕 중 가장 풍류를 사랑했다고 알려진 연산과 장녹수의 비극적인 결말을 한국적인 흥과 기예로 녹여낸 공연으로 실존 인물을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전통문화의 품격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특히 흔히 볼 수 없었던 조선 최고 예인으로서 장녹수의 재조명해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 예인(藝人) '장녹수'…그 화려하고 비극적인 삶

그동안 장녹수는 '요부'로 묘사됐다. 미천한 노비 출신인 장녹수는 스스로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된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가흥청 최고 기녀가 된 그를 보러 하루에도 수많은 선비가 몰려든다. 이에 조선의 왕 연산군도 삽살개로 변장해 장녹수를 찾아가지만, 그가 왕 임을 알아본 장녹수는 그를 제왕으로서 대접한다. 

이후 장녹수는 후궁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고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 시작한다. 

<사진=공공누리>

공연 후반부에 입궐한 장녹수가 왕의 곤룡포를 제 몸에 걸치고 내보이는 탐욕스러운 권력욕은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작품은 노비에서 기녀였다가 조선의 후궁까지 된 장녹수의 복잡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더불어 장면마다 펼쳐지는 장녹수의 춤사위를 화려하게 연출해 예인으로서의 면모도 여실히 드러냈다.

정혜진 안무가는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그려내는 일이 즐거웠다"며 "역사적 맥락을 따르면서 공연 안에서 인물의 당위성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했고 결국 장녹수가 예인이라는 점을 그의 기예를 통해 찾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녹수의 숨겨진 조력자…'제안대군'의 재조명 

'궁:장녹수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안대군'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전해지는 기록상 연산군과 장녹수의 첫 만남은 예종의 둘째 아들인 제안대군의 저택에서 이루어졌다. 

<사진=공공누리 제공>

작품에서 장녹수가 조선 최고의 기녀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가노비였던 녹수의 끼를 알아본 제안대군 덕이었다. 극에서 제안대군은 장녹수를 기녀로 키워내는 인물이자 조력자로서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그동안 몰랐던 제안대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장녹수라는 인물을 더욱 분명하게 형상화 할 수 있다.

◇조선 '궁' '기방' 문화…그 속의 전통 춤사위

공연은 "한바탕 잘 놀았노라"라는 연산과 장녹수의 허무한 비명을 마지막 '선유락 놀이' 장면으로 화려하게 그려낸다. 끝까지 한국적 흥을 놓지 않는 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궁:장녹수전'은 한국 궁과 기방 문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정월대보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답교놀이’는 등불춤과 함께 소담스런 서민 놀이문화를 흥겹게 펼친다. 

백성들이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며 노는 ‘정업이 놀이’는 경기도당굿의 사람크기만한 허수아비 인형 ‘정업이’를 활용해 전통적인 놀이양식을 곁들여 창작했다.

<사진=공공누리 제공>

장녹수가 기방에 들어가 본격적인 기생 수련에 몰두하는 장면에서는 빠른 춤사위와 장고가 어우러진 ‘장고춤’을 볼 수 있고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 등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기방문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특히 장녹수가 입궐한 후 궁에서는 궁녀들이 꽃을 들고 추는 ‘가인전목단’, 연산과 장녹수의 마지막 연회는 배를 타고 즐기는 연희 ‘선유락은 화려하지만 절제된 한국의 미를 잘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오경택 감독은 "한국 전통 무용극 장르인 '궁:장녹수전'을 연출하며 전통성을 살리려 노력했다"며 "무엇보다 본질적인 '춤'이 중요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만큼 드라마와 춤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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