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장녹수전’에서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제공: 정동극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궁:장녹수전’에서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제공: 정동극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역사적 기록 따라 이전 문화 콘텐츠와 차별화

장녹수 중심으로 서민·기방·궁중 문화 선보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장녹수를 종전의 관점과 달리 해석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정동극장은 창작 초연작 ‘궁:장녹수전’을 오는 4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 오후 4시 상설공연으로 올린다. 작품에는 정혜진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이 안무가로 참여했으며 오경택 연출, 박동우 미술감독 등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장녹수를 요부로만 표현했던 이전 문화 콘텐츠들과 달리 그가 조선 최고의 예인(藝人)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은 장녹수와 연산군의 첫 만남이 제안대군의 집에서 이뤄졌다는 역사적 기록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장녹수는 조선 8대왕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연산군의 숙부인 제안대군 집안 노비였다. 연산은 제안대군의 저택을 찾았다가 출중한 기예를 뽐내는 장녹수를 보고 그를 궁에 입궐시켰다고 한다.

이런 큰 틀을 따라 작품에는 ‘장녹수’ ‘연산군’ ‘제안대군’ 등이 등장한다. 작품 속 장녹수는 미천한 노비 신분이었지만 제안대군의 눈에 들어 가흥청의 기녀가 되고, 이내 연산군의 마음도 사로잡으며 숙용(淑容) 장씨가 된다. 장녹수는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산군의 콤플렉스, 신하들의 과거 행적, 제안대군의 진심까지도 이용한다. 신하들은 장녹수의 권력 파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계략을 짜고, 진심으로 장녹수를 사랑했던 제안대군은 불길한 정치적 움직임을 포착하고 장녹수에게 마지막 충고를 건넨다.

‘궁:장녹수전’에서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제공: 정동극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궁:장녹수전’에서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제공: 정동극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연출진은 “가난하고 천한 노비 출신의 장녹수가 스스로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되고, 왕에게 발탁되기까지의 신분 상승기는 조선의 신데렐라 장녹수를 발랄하게 그려낸다”며 “입궐한 장녹수가 왕의 곤룡포를 제 몸에 걸치고 내보이는 탐욕스러운 권력욕은 그가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였음을 여실히 담아낸다”고 밝혔다.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의 전통놀이와 기방문화, 궁 문화를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은다는 점이다.

먼저 정월대보름에 펼쳐지는 ‘답교놀이’와 사람크기만한 허수아비 인형을 활용해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는 ‘정업이 놀이’는 서민 놀이 문화를 보여준다. 장녹수가 기방에 들어간 이후의 장면에서는 기생들의 ‘장고춤’과 기방을 찾은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 등이 선보인다. 입궐 이후 장면에서는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만든 창작무 ‘가인전목단’과 배를 타고 즐기는 연희인 ‘선유락’ 등이 재연된다.

오경택 연출은 “한국 전통 무용극 장르인 ‘궁:장녹수전’을 연출하면서 전통성을 살리려 노력했다”며 “춤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춤에 녹여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궁:장녹수전’ 포스터.(제공: 정동극장)
‘궁:장녹수전’ 포스터.(제공: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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