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부채 비중 높은 150만 한계차주 부담 가중

다중채무자·저소득자·저신용자 부실 위험 ↑ "원리금 증가 버티기 힘들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150만명에 이르는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 한계차주들의 대출 부실화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부채는 대부분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집중된 데다 소득 대비 부채 비중도 높아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취약차주 150만, 2금융권 고금리대출에 쏠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한은 금리인상은 곧 시장금리 오름세로 연결되며 이는 특히 부채상환 여력이 약한 취약차주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금융회사 3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등급 7~10등급인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에 이른다. 이들이 보유한 빚은 85조1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또한 이들의 부채는 대부분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집중돼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상호금융이 26.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여신전문금융사(15.5%), 대부업(10.2%), 저축은행(8.0%), 보험사(4.6%) 순이었다.

취약차주들이 대부분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빚의 규모가 크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올해 3월말 기준 취약차주의 소득대비 대출비율(LTI)는 250.9%(한은 집계)로 전체 차주(213.1%)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21일 발표한 '가계부채, 취약차주 리스크 등에 유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보유가구 중 소득 5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총부채상환비율(DTI)는 지난해말 기준 173.5%였다.

반면 소득 1분위의 저소득층 DTI는 472.2%에 달했다. 소득 5분위가 금융사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5배 가까이 된다는 의미다.

◇금리인상 타격 불가피…"선제적 대응 필요"

이처럼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자칫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때문에 취약차주들이 쓰러지면서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번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일반적으로 금리인상기 때마다 금융사의 연체율이 상승한다"며 "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의 부담이 상승하면 연체율이나 부도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과도한 가계부채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가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며 "특히 자산이 없고 소득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쩔 수 없지만 만큼 연체율 동향 파악, 취약차주 충격 완화 방안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국내 금리마저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결과나 상호연계성 분석 등을 공유해 위기 발생 시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다양한 서민금융지원책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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