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뜻은 너무 간단해요. 그것은 평등권, 경제권, 참정권, 사회권입니다.”
함께, 지혜롭게, 뜨겁게 진보하는 페미니즘 어록 150선
《부엌 청소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는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성평등과 여성인권 보장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분투 노력해온 인물들의 말과 글 150개를 엄선한 책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논설가 제인 앵거와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으로 포문을 여는 이 책은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차별과 억압에 맞서,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머리로 싸우고” 연대하며 사회의 진보에 기여한 인물들의 담대하면서도 감동적인 어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미니즘을 통상 “성평등을 옹호하고, 여성의 정치ㆍ사회ㆍ경제적 권리를 확립하기 위한 이론과 실천”이라고 할 때, 이 책은 페미니즘의 다종다양한 모습과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들, 여성의 경제적 독립, 여성참정권과 법률 개선, 노동과 연대, 가사노동과 임금노동, 자기결정권과 자아실현, 사랑과 모성, 연애와 결혼, 성폭력과 낙태, 여성혐오 등 크게 열 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으며,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어떻게 자각하고, 차별과 억압에 대해 어떻게 싸우며, 궁극적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기회, 권리, 책임의 균등을 어떻게 이루어 나가는가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한다.
“페미니즘은 한 사이즈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옷은 아니지만 누구나 입을 수 있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10가지 군(群)으로 나눌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와 윌라 캐더, 이사벨 아옌데를 포함하는 작가들,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수전 B. 앤서니 등 여성참정권 운동가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 등 철학자들, 케이트 밀레트와 베티 프리단, 저메인 그리어 등 여성학 학자들, “노동자의 어머니” 메리 해리스 존스와 동일방직 노동자 등 노동운동가들. 마리 퀴리와 최재천을 포함하는 과학자들, 문재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등 정치가들, 이태영과 이우정, 윤영구 등 한국의 인권운동가들, 나혜석과 허정숙 등 신여성들, 프리다 칼로와 미야자키 하야오 등 예술가들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특히 이 책이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힘든, 페미니즘의 외연을 확장한 주인공들의 소개는 매우 특별한 출간 의의를 갖는다. 18세기 청나라 여성 천문학자 왱젱이와 NASA 최초의 유인우주선 궤도를 계산해낸 흑인 여성 수학자 캐서린 존슨,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호주제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동일방직의 일명 ‘똥물사건’의 탄압에 맞서 단식으로 저항한 여성 노동자들, 경성부 한남권번 기생 출신의 사회주의자 정칠성, 페미니즘 고전 [내가 아내를 원하는 이유]의 저자이자 미국 여성운동 지도자 주디 브레이디,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여성 택시 운전사에서 비정규직 강사들의 통찰력 있는 주장은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편견과 오해를 가진 사람에게도 깊은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여자들끼리 서로 때리는 회초리가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타인과 연대하고 성평등을 성취하는 모두를 위한 승리의 언어
아울러 이 책은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 성소수자 배제, 모성의 배척,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여성운동, 엘리트주의 등 페미니즘의 논쟁적 이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함께 실어 페미니즘의 현주소를 보다 포괄적이고 보여 준다. 페미니즘이 모든 문제를 포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완결된 절대가치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며 사회의 진보에 발맞춰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인 실천인 만큼 《부엌 청소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는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성(性)의 독자에게 현실에 대한 통찰력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