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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BIFF]올리버 스톤 감독 #다큐#북한#현빈#공조...그리고 '이것'

입력 2017-10-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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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올리버 스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영화 ‘공조’가 북한에서 상영됐으면 좋겠다.”

7년만에 부산을 찾은 올리버 스톤(71)은 달변가다웠다. 인터뷰 내내 북한의 상황과 국내 사드 배치, 트럼프의 미국우월주의에 대한 일침을 잊지 않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찾은 그는 “솔직히 그때는 항구도시로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영화의 도시가 된 것을 실감한다”며 “영화의 전당이 세워지기도 전에 왔었다. 남포동과 해운대를 오간 기억이 생생하다. 산업적인 발전을 보고있자니 경이로울 정도”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아시아 영화의 가능성과 우수한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선정하는 뉴 커런츠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영화에 대한 애정 또한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제까지 총 10편의 작품을 봤는데 신인감독답지 않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더라. 이런 작품을 만들 감독들을 발굴하고 지원한 영화제의 안목이 놀랍다”고 평했다.

“솔직히 제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요. 발표는 폐막일(21일)에 되니 기회가 된다면 꼭 보라고 하고 싶어요. 이번 영화들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돼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 디스토피아(Dystopia)라고 할 수 있죠. 현실을 벗어난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에요. 아무래도 아시아인들이 일반 서민들이고 노동자 계층이다 보니 그런 현실적인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할리우드에서 그런 주제는 장르가 코미디거나 유명 스타들이 아닌 이상 제작되지 않거든요. 저도 그와는 반대의 작품들을 만들어왔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할리우드가 점차 발전하는 영화기술과 현실을 잊게 만드는 행복한 주제만을 찾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플래툰’,‘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닉슨’ 등 현대사와 전쟁, 권력과 역사를 주로 다뤄왔던 감독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설전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요즘 제 관심사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관계예요. 올해 ‘더 푸틴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도 미국과 러시아의 상황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만든 작품이죠. 미국은 수많은 국제 조약을 위반해 왔고 이미 해외 주둔 기지들을 통해 세계적인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어요. 저는 김정은을 지지하지 않지만 누군가 저의 조국을 극한으로 몬다면 핵을 이용한 그런 발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저의 관심은 영화가 아니예요. 아무래도 2시간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기에 그런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한반도 정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인터뷰 내내 보여줬다. 그가 먼저 언급한 올해의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출품작 ‘소성리’가 그 관심도를 증명한다. 박배일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산골로 사드를 싣고 온 비행기와 탱크를 접한 주민들의 심리와 현실을 따라간 9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그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다룬 작품이라 꼭 보려한다”며 “미국은 항상 본토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것이야 말로 한국이 인질로 잡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어디에도 한국을 보호한다는 이야기는 없다”며 분개했다.

“나는 한국인 아내가 있고 서울에 처가가 있어요. 이 아름다운 나라가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비행기 안에서 본 ‘공조’라는 영화를 신나게 웃으며 봤어요. 엄중한 상황에서 한민족이면서도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나오죠. 현빈과 유해진의 연기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소재 자체를 유쾌하게 잘 풀었더라고요. 이런 극과 극의 삶이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듯 이 영화를 북한에서 개봉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그는 한국의 훌륭한 영화들이 ‘억압’의 그늘에서 꽃피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스토리와 배우 모두 훌륭하지만 프로듀서들이 놓치는 부분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영화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시들지 않았던 창작욕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훌륭한 영화들이 글로벌적으로 사랑 받지 못하는 건 아쉽게도 자막 때문이죠. 이제는 꼭 극장이 아니어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예요. 아시아 프로듀서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규모가 큰 영화가 아니어도 꾸준히 영어 자막 서비스를 한다면 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거라고. 그러니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는 두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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