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취재본부 신영삼 기자]장석웅 전남교육감이 취임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전남교육청 조직개편안이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또 해결책은 없는지 전남도교육청을 출입하며 조직개편 추진과정을 지켜봤던 기자들이 3일 만나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는 뉴스웨이 노상래 기자, 김두헌 호남교육신문 기자, 고정언 아시아뉴스통신 기자, 신영삼 이뉴스투데이 기자가 참여했다.[편집자 주]

김두헌 기자

▲김두헌 기자= 전남도교육청 조직개편안이 입법예고된 후 구성원들간에 갈등이 확산되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갈등과정을 거칠게 요약해 보면, 우선, 특정교원단체 위주의 깜깜이 밀실추진, 지방공무원과의 불통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입법예고 후 전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이 보건교사 업무의 행정실 이관, 학생생활안전업무 중 안전업무의 재무과 이관, 본청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공무원과 전문직의 확연한 전보 숫자 차이 등 이른바 ‘지방공무원 홀대론’을 주창하며 지난 11월 29일 대중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전남교육노조 집행부와 장석웅 교육감이 만나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했지만, 이제는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이유로 상정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전교조전남지부가 가세해 조직개편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있습니다. 처음 장석웅 교육감이 조직개편을 추진할 당시에는 별다른 반발 움직임이 없었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아니었습니까?

▲고정언 기자= 맞습니다. 장석웅 교육감이 전남교육을 교실과 학생 중심으로 대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조직개편이 반드시 필요하고 특히 시군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해 학교행정업무를 지원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취지와 어긋나기 시작해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됐습니다. ‘니가 가라 하와이’식이죠.

▲신영삼 기자=전남교육노조에 따르면, 일부 교육전문직협의회 회원들이 교육감과 도의원들을 상대로 ‘학교지원센터장을 사무관이 맡으면 그 밑에서 일을 못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먹혀서 그랬는지 학생수 4천명 이하 곡성·구례·보성·장흥·강진·함평·진도·신안교육지원청은 센터장을 임명하지 않고 교육지원과장이 겸직하기로 했습니다.

▲노상래 기자=당초 장석웅 교육감은 시단위 교육지원센터는 기존 학생생활지원센터장을 임명하고 나머지 17개 시군교육지원청 교육지원센터에 장학관과 사무관을 비슷한 숫자로 배치하기로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바 있죠? 장 교육감은 회견에서 시군교육지원센터장은 장학관 또는 사무관이 맡게 되는데 사무관이 7∼10명 정도 임명되고 일반직이든 전문직이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중용하고 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두헌 기자=신영삼 기자가 말씀하신 전남교육노조의 전문직협의회의 발언에 대해 이들 단체가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자료를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전문직 협의회는 호남교육신문에 보도된 “일부 교육전문직원이 사무관 밑에서 일하기 싫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식의 전남교육노조의 인신공격성 발언과 여과없이 보도한 사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같은 보도는 조직개편안을 마치 일반직 대 전문직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게 하거나 ‘특정직종’ 혹은 ‘교육전문직’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프레임을 조장해 조직개편의 취지와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도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회에 대해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인신공격성으로 폄하하는 일각의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어 전문직협의회는 2012년 전문직원의 ‘지방직화’ 수용 이후 일반직 중심으로 인력이 증원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고 일반직 사무관 인원 증가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장학관 연구관 인원 증가폭 등이 조직개편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갈수록 자격연수 취득 및 승진기회 제약 등에 따른 사기저하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원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남교육 혁신의 전도사로서 대승적 관점에서 솔선수범해 현장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전남교육전문직협의회는 본청과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장학사, 연구사 등 270여명을 회원으로 둔 자생적 단체입니다. 대담을 이어 가죠.

신영삼 기자

▲신영삼 기자=특히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명시된 보건교사의 직무를 보건행정 업무만 따로 분리해 행정국 산하 예산과에 두고 보건교육만 교육국 산하 학생생활교육과에 배정한 안이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꼴이 됐습니다. 목포시내 행정실에 근무하는 한 주무관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보건업무는 보건교사 고유의 업무다”면서 “법에 명시된 보건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한 것은 교육감이 공무원들에게 불법을 자행하라고 지시를 내린 꼴”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고정언 기자= 조직개편안이 입법예고된 후 전남도의회 교육위원들은 문자폭탄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전국 보건교사들이 보냈는데요, 가히 핵폭탄급이었다고 합니다.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자 요로를 통해 전달됐는지 수그러들었다고 합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중 학교환경 위생 유지 관리에 관한 업무를 보건과 행정으로 이원화해 업무한계를 분류한 사례가 없으니 전국 보건교사들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죠. 현재 교육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보건교사의 직무’에 관한 학교보건법 시행령은 교육주체들간에 의견이 맞서 법개정이 중지상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상래 기자=또 전남교육노조는 학생생활안전과의 생활안전업무를 안전업무만 분리해 재무과로 이관하는 안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했습니다. 담양 관내 한 초등학교 행정실 주무관은 “공무원이 아닌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학생들에게 안전과 생활은 필수불가분의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안전업무를 분리해 행정팀에 이관하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바닥에 내팽겨친 행위”라며 교육감의 사과까지 요구했습니다.

▲김두헌 기자=본청 조직개편 과정에서 교육국과 행정국간의 조직과 인원의 축소 규모, 지역교육지원센터장 보직의 일반직 배제 움직임도 반발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이번 본청 조직개편 과정에서 시군교육지원청으로 전보되는 일반직 숫자는 47여명에 달한데 비해 전문직은 6명선 내외에 그쳤습니다. 본청 사업이 20%폐지됐는데 일반직 업무만 줄었냐는 거죠.

▲고정언 기자=특히 개방형 직위공모와 조직축소, 복수직렬 배치 등에 따라 서기관 직위가 4̴̴∼5자리 준데 이어 본청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사무관 6자리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승진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생리상 일만 죽어라고 시키고 승진 자리는 없애는 조직개편을 누가 반기겠습니까?

▲노상래 기자=또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일반직들이 배제된 채 정책기획관실과 혁신기획단 위주로 추진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교육행정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이 마치 장기판의 말을 옮기듯 이 팀을 떼어내 A과에 붙이고, B과 업무의 핵심을 C과에 보내는 등 혼선을 가중시켰습니다. 업무나 사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폐기할 업무, 축소해야 할 과제를 분류한 후 조직개편을 추진해야 하는데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채 조직개편 추진이 강행돼 불란을 자초했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컨트롤 타워가 없는 점도 혼란을 키웠습니다.

고정언 기자

▲신영삼 기자= 시군학교지원센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데 교육감의 기대처럼 인력과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이 대폭 줄어 그동안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했던 시간을 학생교육에 전적으로 투자할 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기자의 의문에 답하듯 오늘 전교조전남지부가 반가운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요지는 전남도의회에 조직개편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내용이었지만 성명서 중 이련 내용도 들어있었습니다. ‘현재 학교는 학교폭력, 방과후학교 등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전가된다. 전남 학생들의 부족한 학력을 높이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교가 온전히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그 핵심은 학교지원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시스템 구축’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수능 전국 꼴찌’에서 벗어나게되는 것인지, 다른 성적 우수지역은 시스템이 갖춰져서 그런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아무튼 두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지원센터만 설치되면 우리 아이들의 학력향상은 이제 기대해도 좋다는 말로 해석돼 듣던 중 반갑습니다. 그 약속만 지켜진다면 말이죠.

▲김두헌 기자=지방공무원 인사철도 다가오고 해서 제가 교원인사과와 총무과에 알아보니 시군학교지원센터로 전보되는 인력들에 대한 인사우대방안은 아직 수립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 이번 조직개편때문에 12월중으로 일부 단행될 예정인 일반직 지방공무원 정기인사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서기관 두명이 공로연수에 들어가고 교육부중앙교육연수원에 파견된 서기관 두명이 돌아오는데 임명할 자리는 없어 인사 실무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조직개편이 끝난 후 내년 3월 1일자로 전문직과 합께 인사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얽히고 설킨 조직개편안 때문에 인사 규모와 승진 시기 등이 예측불허 상황입니다.

▲노상래 기자=현재 시군교육지원청에 근무한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 피로도에 대한 우려때문에 일선학교 근무를 희망하며 전보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일반직 공무원들이 소모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후속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정언 기자=조직개편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혼선을 빚고 있는 점도 지적돼야 합니다. 실무를 관장하는 행정과와 조직개편 업무를 주도하는 기획관실·혁신기획단이 핑퐁게임을 벌이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조직개편의 최종 결정권자인 교육감 이외에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신영삼 기자= 교육위원회에서는 갈등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조직개편안을 상임위에 제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집행부에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교육감을 위시로 해서 부교육감, 양 국장, 과장들과 실무진들이 나서서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상임위원회 개회기간인 오는 10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포인트 개원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마저도 어려워보이는게 현실적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노상래 기자

▲김두헌 기자=하지만 최근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직개편 조례안이 교육위원회에 상정돼 보류되거나 아예 상정 자체를 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3월 1일자로 조직개편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국이나 교육국의 설치, 새로운 직속기관의 설치 및 업무 편성, 교육지원청이나 시군공공도서관 등의 업무등은 조례제정 사항이지만 본청의 담당관 및 과의 설치, 직속기관장의 직급이나 하부조직 설치나 업무 규정, 교육지원청의 하부조직 설치 및 직급이나 담당 업무, 교육지원청 소속 기관장의 직급등은 규칙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현재 입법예고된 조직개편안 중 전남교육시설감리단의 본청 재배치, 전남안전체험학습장 신설, 전남자연탐구수련원 산하 6개 수련장의 분원 재편만 제외하곤 규칙만으로 가능해 조직개편에는 큰 차질이 없습니다.

▲고정언 기자=하지만 조례제정이 아닌 규칙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나면 자칫하면 교육위원회와 갈등관계가 고착화돼 향후 장석웅 교육감의 업무추진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조직개편은 물론 특정 교원단체 위주로 수립돼 추진되는 전남교육정책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영삼 기자=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조직개편 등 구성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문제에 대해 공청회도 한번 실시하지 않고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20일을 5일로 단축시키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조직개편 조례안 제출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상교과서 및 무상교복 지급은 물론 조직개편 과정에서 협조를 생략하고 무시하는 듯한 전남도교육청의 일방통행식 의회 경시 태도에 대해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규칙만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면 후폭풍이 거셀것으로 보입니다.

▲노상래 기자=그래서 전남도교육청 집행부 차원에서는 조례안 개정을 통해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싶겠죠.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전남교육노조와 대승적 차원에서 조직개편 추진을 합의한 만큼 교육위원회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석웅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다짜고짜 반대만하는 것도 적절한 모양새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동안 조직개편 추진과정에서 노출된 정책기획부서의 아마추어리즘, 혁신기획단의 우리끼리만 패밀리식 행보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도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보탠다면 이 모든 진통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것인 만큼 조직개편안이 잘 마무리 된다면 전국꼴찌의 수모를 말끔히 씻어내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세세한 대책 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두헌 기자=맞습니다. 장석웅 교육감도 이번 조직개편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을 줄로 압니다. 조직개편 와중에 표출된 전문직, 지방공무원, 교사들의 주장과 요구는 전부 타당하고 정당하다는게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걸 조직이기주의니, 밥그릇싸움이니하고 몰아가서도 안됩니다. 다만, 우리가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전남교육청 산하 어느 조직도 학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장석웅 교육감도 기존 전교조전국위원장 시절 마인드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전남교육가족은 물론 전남도민 모두의 교육감으로 속히 돌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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