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사상 '대형 사고'…지하 매설 기반시설 점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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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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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 지역서 열 수송관 파열 28명 사상 / 시설 노후화로 땅꺼짐… 낡은 수송관이 원인 / 100도 이상 끓는 물 순식간에 덮쳐 / 딸·예비사위와 식사 후 60대 숨져 / 행인 2명 중화상·소방관들도 피해 / “지하시설물 전반적 점검 필요” 지적 / 난방公 사장, 웃음 띤 보고태도 논란
지난 4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850㎜짜리 열 수송관이 터져 28명이 사상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역은 잦은 땅 꺼짐 현상으로 주민들이 불안해하던 곳이다. 

복구 작업 5일 오전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하상윤 기자
조성한 지 30년이 다 된 일산신도시의 기반시설이 낡아 잦은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고양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배관에서 지름 50㎝ 크기의 구멍이 뚫리며 시작됐다. 2.5m 높이의 지반을 뚫고 치솟은 100도 이상의 끓는 물은 순식간에 주변을 덮치며 인명·재산피해를 냈다.

손모(68)씨는 백석역 인근 유리창이 파손된 카니발 차 안 뒷좌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사위와 사고 당일 주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8시30분쯤 헤어진 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주차된 차량이 매몰되어 있다. 연합뉴스
뜨거운 물은 도로와 인근 상가까지 들어가 화상 환자가 속출했고, 구조에 나선 소방관도 덮쳤다. 당시 길을 가던 손모(39)씨와 이모(48)씨는 손과 발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김오경 소방경은 식당에 고립된 시민들을 대피시키다 발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이명상 소방위는 백석역 출구에서 시민을 업고 구급차로 옮기다 물이 장화 속에 들어와 왼발에 화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구급차로 이송한 화상 환자가 총 25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2m 깊이 땅에 매설된 열 수송관은 일산신도시 조성 때인 1991년에 설치한 것이다. 잔뜩 녹이 난 데다 균열까지 생긴 열 수송관 윗부분은 높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파편이 수십를 날아갔다. 고양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관계자는 “27년 된 열 수송관이 낡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전날 밤 발생한 이 사고로 주변 도로가 뜨거운 물바다로 변하면서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양=하상윤 기자
땅속에는 열 공급관 외에도 상·하수도관, 가스 공급관 등 수많은 기반시설이 매설돼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동 지역은 잦은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2월 이번 사고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편도 5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됐다. 2016년 7월에는 백석동 인근 장항동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나 60대 여성이 빠졌다. 2005년에도 이번 사고 지점과 가까운 인도에서 20대 남성이 직경 1m, 깊이 3m의 구덩이에 추락했다. 지난해 경기도가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75%가 낡은 상·하수도관 때문으로 분석됐다.

장석환 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하겠으나 지하시설물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일산신도시는 농경지에 조성된 데다 한강 인근이라 지하 수위도 높아 지반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날 오전 7시55분 열 수송관의 임시복구를 마쳤다. 완전 복구까지는 4∼5일 더 걸릴 전망이다.

한편 상황 보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보고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0시쯤 백석 2동 주민센터에서 이재준 고양시장,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 시의원 등 관계 공무원들이 모여 상황파악 보고회를 갖는 과정에서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웃음 섞인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시민은 공개적으로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웃으며 보고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고양=송동근 기자 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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