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원서표지)(영업점구매 바로드림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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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원서표지)(영업점구매 바로드림불가)

기욤 뮈소 장편소설
  • 저자
    기욤 뮈소
  • 번역
    양영란
  • 출판
    밝은세상
  • 발행
    2018.11.26.
책 소개
※본 상품은 인터넷/모바일 일반배송 주문은 불가하며, 영업점 방문구매와 바로드림 구매만 가능한 도서입니다. 기욤 뮈소가 독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기욤 뮈소는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소설을 써오다가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을 높였다. 《아가씨와 밤》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기욤 뮈소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앙티브이다. 지금껏 기욤 뮈소 소설의 주요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였다. 이 소설의 화자인 토마의 직업이 작가로 되어 있어 혹시 자전적 소설은 아닌지 오해하기 쉽지만 기욤 뮈소는 소설 말미에 적어놓은 을 통해 완전 허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책 정보

책 정보

  • 카테고리
    프랑스소설
  • 쪽수/무게/크기
    404
  • ISBN
    9788984373624

책 소개

※본 상품은 인터넷/모바일 일반배송 주문은 불가하며, 영업점 방문구매와 바로드림 구매만 가능한 도서입니다.

기욤 뮈소가 독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기욤 뮈소는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소설을 써오다가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을 높였다. 《아가씨와 밤》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기욤 뮈소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앙티브이다. 지금껏 기욤 뮈소 소설의 주요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였다. 이 소설의 화자인 토마의 직업이 작가로 되어 있어 혹시 자전적 소설은 아닌지 오해하기 쉽지만 기욤 뮈소는 소설 말미에 적어놓은 을 통해 완전 허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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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매혹적인 스릴러로 돌아온 기욤 뮈소를 만난다!
-2018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FR2 방송 드라마 제작 결정!

《아가씨와 밤》은 한국에서 15번째로 출간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다.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등재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구해줘》를 비롯해 이후 출간한 14권의 소설이 모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만큼 기욤 뮈소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이다. 매년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도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기욤 뮈소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고정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2016년에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프랑스 소설 최초로 한국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낳았다.
2018년 작 《아가씨와 밤》은 프랑스에서 초판 55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FR2 방송에서는 전격적으로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다.
기욤 뮈소의 초기작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로맨스와 판타지가 중심이 되는 소설을 주로 써왔지만 근래의 작품들은 기존의 장점에 탄탄한 구성,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강렬한 서스펜스가 가미된 스릴러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15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의 놀라운 성과에 주목하며 그의 작품에 대해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만족시키는 작가라는 평가와 더불어 ‘기욤 뮈소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기욤 뮈소가 독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변신을 모색해온 덕분이다. 기욤 뮈소는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가미된 소설을 써오다가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을 높였다. 《아가씨와 밤》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기욤 뮈소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의 앙티브이다. 지금껏 기욤 뮈소 소설의 주요 배경은 뉴욕이나 파리였다. 이 소설의 화자인 토마의 직업이 작가로 되어 있어 혹시 자전적 소설은 아닌지 오해하기 쉽지만 기욤 뮈소는 소설 말미에 적어놓은 을 통해 완전 허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코트다쥐르, 1992년 겨울’과 ‘코트다쥐르, 2017년 봄’이다. 무려 25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등장인물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이다. 1992년 코트다쥐르의 생텍쥐페리고교 졸업생들인 토마, 막심, 파니, 스테판과 그해 겨울 실종된 그들의 동급생 빙카의 이야기가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허물고 되살아난다. 과거가 더 이상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있기를 거부할 경우 기억의 저편으로 밀쳐둘 수는 없다.
소설은 1992년 겨울과 2017년 봄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1992년에 생텍쥐페리고교에 다닌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빙카 로크웰을 좋아했다. 빨강머리, 반짝이는 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 우아한 제스처, 특유의 신비한 미소와 시크한 표정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빙카만의 매력이었다.
1992년, 대다수 학생들이 고향으로 떠난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생텍쥐페리고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체육관 신설공사 현장에 사체를 유기하고, 치밀한 은폐를 시도해 완전범죄를 획책한 사람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인 토마, 파니, 막심, 막심의 부친 프란시스, 토마의 모친 안나벨이다. 매우 단순한 사건인 듯 보이지만 비밀을 파헤쳐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새록새록 드러난다.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 만큼 흥미진진한 전개와 기막힌 반전, 의표를 찌르는 결말이 함께 하는 소설이다.

2. 완벽하게 숨긴 25년 전 살인, 누군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빙카는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망했을까,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까? 경찰도 전혀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종결된 빙카 실종사건이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시 주목받는다. 빙카 실종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 관련자들에게 은밀히 복수를 다짐하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체육관 부지에 초현대식 다목적 건물을 짓기 위해 체육관을 허물기로 결정한다. 체육관 공사현장에 알렉시의 사체를 유기한 토마와 막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두 사람은 25년 전 꼭꼭 숨긴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토마는 빙카 실종사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하는 동시에 빙카가 어딘가에 반드시 살아있길 간절히 희망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랑을 이야기한다. 토마는 빙카를 사랑하고, 파니는 토마를 사랑하고, 빙카는 알렉시를 사랑하고, 안나벨은 프란시스를 사랑하고, 장크리스토프 선생은 드빌 선생을 사랑하고, 막심은 동성애자이다. 그들은 저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상대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정말이지 자신과 잘 어울리는지 보려하지 않는다. 남몰래 그려온 이상적인 여성상 혹은 남성상을 상대에게 투영시키고,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기대하는 마음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을 내세우지만 뒤틀린 욕망일 뿐이다. 살인과 사체유기, 끔찍한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비극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고, 주변에는 악마의 유혹이 차고 넘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한편 사랑하는 연인 혹은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 전쟁을 치르듯 살아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마의 아버지는 ‘삶의 현장은 어디나 전쟁터이고, 기본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어.’라고 하고, 토마의 엄마는 ‘문명이란 불타는 혼돈 위를 살짝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해. 산다는 건 어차피 누구에게나 전쟁이라는 걸 잊지 마.’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세상은 결코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곳이 아닐뿐더러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될 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섬뜩한 진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깊이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내일》이후 기욤 뮈소는 뛰어난 스릴러 작가로 변신했다.《아가씨와 밤》은 기욤 뮈소 스릴러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누구나 사귀고 싶었던 그녀, 빙카가 사라졌다!
-《아가씨와 밤》 줄거리

1992년 12월, 코트다쥐르에 소재한 생텍쥐페리 국제고등학교 캠퍼스는 대다수의 학생과 교사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 탓에 텅 비다시피 했다. 수십 년 만에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폭설과 한파로 학교는 온통 꽁꽁 얼어붙었고, 기숙사와 관사에는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몇몇 학생과 미처 고향으로 떠나지 못한 교사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당시 학교에는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하는 빙카와 철학 선생 알렉시가 서로 뜨거운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빙카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상형이라 믿어온 토마는 실의에 빠져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지경이다. 빙카가 알렉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토마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그날, 토마는 한동안 연락을 회피했던 빙카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는다. 빙카는 몸이 아프니 빨리 기숙사 방으로 와달라고 한다. 토마가 기숙사 방으로 가보니 빙카는 실제로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임신 키트를 보여준다.
“난 원하지 않았어. 알렉시가 강요했어.”
빙카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마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교직원 관사로 알렉시 선생을 찾아가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다. 뒤늦게 가세한 토마의 친구 막심이 칼로 알렉시 선생을 찌르는 바람에 현장에서 사망한다. 학교의 체육관 건축공사를 맡고 있던 막심의 아버지 프란시스가 사체를 콘크리트에 섞어 벽속에 유기한다. 그 후, 25년 동안 그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다만 토마와 막심, 프란시스는 어두운 과거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2017년 봄, 생텍쥐페리고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졸업생 홈 커밍 파티’를 개최한다. 작가가 되어 뉴욕에서 살아가던 토마는 코트다쥐르에 돌아와 25년 만에 고교 시절 절친이었던 막심, 파니, 스테판과 대면한다. 누군가 25년 전 은밀하게 숨긴 끔찍한 살인사건과 사체 유기에 대한 전모를 알고 있고, 토마와 막심은 최근 복수 위협을 받았다.
과연 25년 전 살인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날 저녁 실종된 빙카는 살아있을까?
토마와 막심은 복수를 노리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25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동급생이자 신문기자인 스테판도 25년 동안 빙카 실종사건에 대해 탐사해왔다. 경찰도 오랫동안 빙카 실종사건을 수사했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토마는 치밀한 조사를 펼쳐가는 가운데 빙카 실종사건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데…….

《아가씨와 밤》을 말한다! 프랑스 언론의 서평 퍼레이드!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리라 보장한다.
-팜므 악튀엘 Femme Actuelle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스릴러! 이 소설의 결말을 미리 귀띔해주는 건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AFP

기욤 뮈소의 무르익은 솜씨와 대범한 변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과 탁월한 심리 묘사로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RTL 방송

기욤 뮈소 작품 중에서 아마도 개인사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코트다쥐르의 파란 하늘과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학교,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바닷가 고급 저택들을 배경으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을 맛깔스럽게 요리한 소설이다.
-ELLE

밤새워 읽을 스릴러를 찾는다면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강추!
-Cosmopolitan

요즘 세대들과 이전 세대들이 동시에 좋아할 수 있는 효과 만점의 스릴러!
- France Inter 방송

마르셀 파뇰의 본고장에서 펼쳐지는 최고의 스릴러!
-렉스프레스 l'Express

영리한 구성에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은 스릴러!
-르 푸앵

콘크리트만큼이나 내용이 탄탄한 서스펜스. 기욤 뮈소가 파트리시아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고전적인 형태의 서스펜스를 들고 돌아왔다. 새로운 수수께끼를 한 가지씩 풀 때마다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르 파리지앵Le Parisien

기욤 뮈소가 지닌 가장 위협적인 무기라면 끝까지 서스펜스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TF1 방송

중독성 있는 서스펜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은 소설.
-텔레 루아지르

숨이 막힐 정도로 몰아치는 스릴러!
-프랑스 앵포 방송

대단한 스릴러.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매력적인 플롯.
-프랑스5 방송

중독성 강한 소설!
-유럽1 방송

완벽하게 제어된 기법과 지극히 효율적인 서사구조를 통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 소설은 할런 코벤, 제시 켈러만의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RTBF

[책속으로 이어서]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더니 외조모는 남편이 동부전선에 가 있는 동안 임신을 하게 되었다. 외조모는 끝까지 상대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지만 그녀가 오스트리아 출신 노동자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동네사람들에게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 셈이었다. 외조모가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에 외간남자와 눈이 맞아 낳은 아이가 바로 내 엄마 안나벨이었다.
엄마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동네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얄궂은 사연이 깃든 출생 탓에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아무런 잘못도 없이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랐다. 혹독한 놀림을 꿋꿋하게 견뎌온 엄마는 웬만한 도발에는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지 엄마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 어떤 일도 엄마를 당혹하게 만들 수 없고, 그 어떤 충격도 상처를 가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엄마의 침착하고 강인한 면모는 나의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170~171p

아버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점퍼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냈다.
“내가 함정에 빠졌어.”
아버지가 손가락 사이에 든 시가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그 아이가 내 주변을 맴돌며 나를 유혹했어. 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사기극인 줄도 모르고 덥석 걸려든 거야. 결국 10만 프랑을 주고 끝냈어!”
“어떻게 아버지가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여학생과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죠?”
“그 아이는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자기결정권이 있는 나이였어. 이미 이놈 저놈 만나고 다닌 탓에 남자를 다루는 방법을 훤히 꿰고 있더군. 난 그 아이에게 아무런 강요도 한 적이 없어. 그 아이가 먼저 나를 유혹했고, 스스로 내 품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야!”
나는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아버지를 가리켰다.
“빙카는 나와 가깝게 지낸 여자 친구였어요.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잖아요?”
“빙카가 네 여자 친구였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남녀관계라는 게 원래 그래. 아들 친구라고 해서 연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잖아. 빙카는 제멋대로인데다 지나치게 영악해 네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아이였어. 나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그런 짓을 벌인 것만 봐도 그 아이가 얼마나 요물덩어리인지 알 수 있잖아.”
-181~182p

내 엄마 안나벨은 남자들이 쉽게 작업을 걸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완강하게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았다. 엄마는 마치 다른 세상, 보통 사람들은 아예 접근조차 불가한 다른 별에서 온 사람 같았다. 성장기에 접어든 나는 줄곧 엄마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엄마는 대개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에는 지나치게 생각이 복잡했고, 아버지 같은 남자와 생을 함께 하기에는 지나치게 똑똑했다. 마치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는 수억 개의 별이 빛나는 저 우주 어딘가에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187~188p

내 기억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빙카를 본 순간은 지극히 짧았다. 다만 나는 빙카를 보았던 순간의 기억이 사라질까봐 두려워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머릿속에 투사해 깊이 아로새겼다. 빙카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기억이었으므로 나는 수없이 그 장면을 되뇌었다. 나도 그 기억이 근거가 허약한 이미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극히 짧은 순간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픽션과 재구성이 가미되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그 기억은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환상적이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러 해가 흐르는 동안 과연 내가 워싱턴스퀘어에서 본 그 아이가 빙카가 확실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빙카였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내 기억이 완벽하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었다.
-209p

운명은 수많은 악당들을 별일 없이 살아남게 내버려두는 반면 착하고 심약한 사람들을 골라 일찍 저 세상으로 데려가는 악질적인 변태가 분명했다.
장크리스토프 선생님의 죽음은 한때 나를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치기 전 나에게 매우 감동적인 글을 남겼고, 뉴욕에 있던 나는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편지를 받게 되었다. 장크리스토프 선생님이 남긴 편지에 대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남긴 편지에서 잔혹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패배자의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편지에서 고독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지쳤다고 고백했다. 그는 살아오는 동안 힘겨운 날들을 견디게 해주었던 독서조차 이제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책에 대한 환멸을 언급했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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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밀수업자들의 오솔길
어제와 오늘
언제나 청춘
1. 체리코크
2. 다시 만난 친구들
3. 우리가 저지른 일
4. 불행의 문
5. 빙카 로크웰의 마지막 며칠
6. 눈으로 덮인 학교
다른 아이들과 다른 아이
7. 앙티브의 거리에서
8. 그랑 블루의 여름
9. 장미의 삶
10. 사랑의 빛
다른 아이들과 다른 아이
11. 그녀의 미소 뒤에서
12. 빨간머리 소녀
소녀와 죽음
13. 카타스트로프 광장
파니
14. 라붐
15. 학교에서 가장 예쁜 아이
안나벨
16. 밤은 항상 너를 기다린다
17. 천사의 정원
리샤르
18. 아가씨와 밤
뒷이야기 - 밤이 지나간 후
선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저주
장크리스토프
산부인과
위험으로부터 한 발짝 앞서가기
소설가의 특권
작가의 말 - 실재하는 것과 지어낸 것
옮긴이의 말
10. 책소개 : 보도자료 및 표지 이미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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