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너의 나침반은 내게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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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영화 ‘타임 투 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하고 2014년에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매슈 매커너히. 제프 베스파가 사진을 찍고 로빈 브론크가 편집한 ‘나를 발견한 순간’(김마림 옮김·2017년)에 보면 그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배우가 될 꿈을 꾼 적도 없었다. 심지어 열일곱 살까지 그가 본 영화라고는 ‘킹콩’과 ‘올카’라는 영화 두 편에 불과했다고.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 법대에 갈 생각을 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영화학교에 다니던 친구는 그에게 “넌 정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어”라고 말하면서 “카메라 앞”(배우)이 될지 “뒤”(감독)가 될지 모르지만 매커너히의 미래가 영화 계통일 것 같다면서 한번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생각지 않았던 영화인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재능은 스스로 발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를 잘 알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누군가가 발견할 때도 많다. 때로는 그들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할 지혜와 힘을 얻기도 하고, 또 좌절하기도 한다. 그의 짧은 일화를 읽는 동안 과거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첫 직장에서 당시 상사에게 “네가 무슨 글을 쓰냐?”라는 다소 빈정 섞인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간 농담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별다른 시도를 하지 못한 채 다녔다.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상사는 내가 쓴 글을 우연히 보고 무척 좋아했었다. 그는 글과 관련된 것이 있을 때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부하 직원인 나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었고, 그와 토론하는 시간은 내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사보를 포함해 여러 편의 글을 두려움 없이 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펴냈고,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쓰게 됐으며, 이제 글쓰기는 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돼 있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던진다. 실은 우리는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내게 말해주어 발전시킬 힘을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서 조우하는 행운 중 하나다.

반면 반대 방향에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과연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그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발견하고 진심을 담아 전달한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첫 번째 직장에서 상사로 인해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보냈던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농담으로라도 그런 존재였던 적은 없었을까? 리더십에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설득의 심리학’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특징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직간접으로 당사자에게 알려준다고 말한 바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누군가 나에게 진심으로 내가 무엇을 잘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는지, 내가 듣고 그냥 흘린 것은 아닌지. 어쩌면 삶의 어떤 지점에서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해주었을지 모른다. 그런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내 몫이다. 남이 나를 발견해주더라도 스스로의 작업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지 못한다면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커너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가 고민 끝에 영화학교에 가겠다고 아버지에게 전화했을 때, 오랜 침묵이 흐른 후 그의 아버지는 “그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냐”라고 물었고, 매커너히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뭐, 정 그렇다면 대충할 생각은 마”라고 말하며 격려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는 핀잔을 자주 들었고, 그 말은 성인이 돼서도 그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던진 말이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기도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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