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능은 스스로 발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를 잘 알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누군가가 발견할 때도 많다. 때로는 그들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할 지혜와 힘을 얻기도 하고, 또 좌절하기도 한다. 그의 짧은 일화를 읽는 동안 과거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첫 직장에서 당시 상사에게 “네가 무슨 글을 쓰냐?”라는 다소 빈정 섞인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간 농담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별다른 시도를 하지 못한 채 다녔다.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상사는 내가 쓴 글을 우연히 보고 무척 좋아했었다. 그는 글과 관련된 것이 있을 때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부하 직원인 나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었고, 그와 토론하는 시간은 내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사보를 포함해 여러 편의 글을 두려움 없이 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펴냈고,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쓰게 됐으며, 이제 글쓰기는 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돼 있다.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던진다. 실은 우리는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내게 말해주어 발전시킬 힘을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서 조우하는 행운 중 하나다.
반면 반대 방향에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과연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그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발견하고 진심을 담아 전달한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가 첫 번째 직장에서 상사로 인해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보냈던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농담으로라도 그런 존재였던 적은 없었을까? 리더십에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설득의 심리학’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특징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직간접으로 당사자에게 알려준다고 말한 바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누군가 나에게 진심으로 내가 무엇을 잘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는지, 내가 듣고 그냥 흘린 것은 아닌지. 어쩌면 삶의 어떤 지점에서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해주었을지 모른다. 그런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은 내 몫이다. 남이 나를 발견해주더라도 스스로의 작업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지 못한다면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매커너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가 고민 끝에 영화학교에 가겠다고 아버지에게 전화했을 때, 오랜 침묵이 흐른 후 그의 아버지는 “그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냐”라고 물었고, 매커너히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뭐, 정 그렇다면 대충할 생각은 마”라고 말하며 격려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는 핀잔을 자주 들었고, 그 말은 성인이 돼서도 그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던진 말이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기도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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