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파집」은 조선 후기 승려 추파 홍유의 문집이며, 「추파수간」은 문집을 엮을 때 제외했던 서간문을 모아 놓은 서간문집이다. 제목의 수간手柬은 친필 서신을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저자의 모습은, 불가뿐 아니라 유가의 학문에도 밝아서 유가 인물들과도 두루 시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유불을 대비하여 토론을 할 만한 경지에 이르렀던 학승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추파집」에 있는 유숙지의 발문에는, 유숙지가 유가의 ‘용庸’을 불가의 ‘환幻’에 대비하여 저자에게 질문하자, 저자는 불가의 ‘여如’를 유가의 ‘비費’, 즉 『중용』에서 말한 ‘비은費隱’에 대비하여 대답하였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편지 가운데 은 화재로 소실된 경판의 중간重刊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으로, 일반 역사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저간의 사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고, 저자가 불가의 일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동참하려 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점은 제자나 스승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을 적나라하게 표출할 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서는 제자에 대한 서운함을 은근히 내비치는 질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자 앞에서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는 완곡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원망과 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글이어서, 불가의 문집에 실린 글로서는 이채로운 성격을 지닌다.
이밖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환속을 요구받아 떠나는 어린 행자에 대한 근심어린 편지 등 조선 후기의 불교사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인간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이런 편지글들은 일반적인 문집의 편집에서는 제외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여과 없이 모두 실려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