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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의 음악동네>진실함·간절함에 꾸준함이 더해질 때 ‘友情의 배’는 순항한다



■ 봄여름가을겨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그래 나도 변했으니까/모두 변해가는 모습에/나도 따라 변하겠지.’(봄여름가을겨울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중). 한때는 죽고 못 사는 사이로 보이다가 나중엔 죽어도 안 보는 사이가 된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사연은 각각이겠지만 대체로 이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함께 있으면 빛이 났고 그땐 돈도 따라왔는데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성시’는 도시 이름이 아니다. 비정한 사람들의 황량한 마음풍경이다.

음악동네에서도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먼저 인간이 돼라’. 그런데 쉽진 않다. 나는 인(人)보다 간(間)에 주목한다. 간은 ‘사이’다. 인간관계에는 사이를 가로막는 벽도 있고, 이어주는 다리도 있다. ‘시절이 험하고 친구가 안 보일 때(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내 몸을 눕혀 거친 풍랑 위 다리가 될게(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사이먼 앤드 가펑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중).

왜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을까. 책가방이 가볍던 시절에 우린 이런 노래를 불렀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혹시 학교는 학생을 모이라 해놓고 우리끼리 싸우게 만든 건 아닐까.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 건 우릴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닐까.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우린 서로 기댈 곳이 필요해/세상은 너무도 외로운 곳이잖아/작은 세상 속에서/언제나 혼자이긴 싫어’(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겨울’ 중).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사진)의 드러머 전태관은 현재 암 투병 중이다. ‘난 태관이 빛으로 존재한 그림자’라며 스스로를 낮춘 기타리스트 겸 보컬 김종진은 최근에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란 음악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우리가 원천수인 샘물이었다면 후배들이 강물을 이뤘다”며 함께해준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내가 걸어왔던 지난 시간 동안/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이젠 내 차례야/내가 지켜줄게’(‘땡큐송’ 중).

살아가며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약속도 지키고 질서도 지키고 우리말도 지켜야 한다. 건강도 지키고 자존심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자리 앞에서 수시로 엇박자를 낸다. 재산을 지키러 불길에 뛰어드는 사람을 소방관은 막는다. 생명을 지키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갑을 지키려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양심을 저버리고 원칙을 무너뜨린 일은 없었는가. 돈줄이나 밥줄로 연결된 곳에선 불협화음이 많다. 진정한 하모니는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김종진의 인터뷰에서 원톱이니 투톱이니 하는 말들은 들리지 않았다. “30년간 팀이 깨지지 않은 건 반드시 그날 밤을 넘기지 않고 바로 사과하고 화해한 덕분이죠.”

진실함과 간절함, 거기에 꾸준함이 더해져야 비로소 우정(friendship)의 배는 순항한다. 기를 꺾는 배(championship)들이 쌩쌩 달리는 바다에서는 속도에 밀려 등대가 보이지 않는다. ‘힘든 일도 있지/드넓은 세상 살다보면/하지만 앞으로 나가/(중략)/내일은 더 낫겠지/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사랑할 수 있다면/힘든 1년도 버틸 거야’(‘브라보 마이 라이프’ 중).

오늘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은 잠들기 전 스스로에게 묻기를 바란다. 수능에 순응할 것인가. ‘저마다 자기가 옳다 말을 하고/꿈이란 이런 거라 말하지만’ 그래도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어떤 이의 꿈’ 중) 산다. “태관이에겐 ‘난 그래’ 정신이 있거든요. ‘비 오는데 왜 우산 안 써?’라고 하면 ‘난 그래’란 식이죠.” 입으론 비를 사랑한다면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와 사람을 가로막는 우산을 집어던지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비와 하나 되는 자만이 비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내겐 더 많은 날이 있어/무슨 걱정이 있을까/어제 힘들었던 순간들은/모두 지나간 것일 뿐’(‘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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