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시집 『조각보 프리즘』. 인간 문화 활동의 소산으로써,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민속자료로써의 생활문화 재료가 빈번하게 보인다. ‘그리움이 타는 강’, ‘따뜻한 목소리’, ‘한지의 뿌리’, ‘투명한 목소리’, ‘유년의 꿈’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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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어(詩語)가 가능한 사물들이 살아서 생동하고 있다. 시어의 다양한 특성들을 여실히 살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시어들의 만남과 생성 및 탄생이 실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이제까지 김상화 시인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생활문화의 회화적 통찰이라 하겠다. 그가 우리 고유한 생활문화에 관심이 깊은 까닭은 향토정서의 물줄기가 깊고도 다양하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의 내면에는 향토서정의 컬러 필름이 내장되어 있어서 하찮은 헝겊들로 조합된 조각보에서도 신비스러운 프리즘이 굴절한다. -황송문 시인의 해설 중에서
상처투성이 조각 천들이 하나의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네.
한잎 두잎 연결된 조각밥상보 한평생 함께 사는 실과 바늘이 배필이라네.
정교한 기능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으리.
칠남매 조각보 하나하나 모성의 정성이 스며있다네.
세월 흘러도 변함없는 삼베 밥상보 가슴에 안고 눈물 흘리네. - 「조각보」전문 -
헝겊과 헝겊을 이어 붙여서 만든 조각보가 의인화(擬人化)되고 있다. 조각보를 이루는 헝겊들은 다양한 색채와 형태라는 공간을 차지하는 사물이다. 피상적으로 얼핏 보면 버려질 수밖에 없는 하찮은 편린에 불과하지만, 모성애에 불타는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을 거치게 되면 아름다운 조각보가 된다고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조각보라고 하는 그 하나의 모자이크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모성애(母性愛)에서 거듭나게 된다. 요즘처럼 편리를 쫓는 속도전 시대에는 접할 수 없는 고풍스런 생활문화 재료에 향하는 애착에서 발현되는 구체적 형상화라 하겠다. 생활문화재를 투시하는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 「조각보」는 아픔의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형태를 이루는 조화와 집합, 통일의 발상에서 기인된다 하겠다. 이 사물이 부부의 인연으로 연결되고 유추되면서 모성으로 귀결되는 심정세계가 문체를 살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