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꿀, 팬케이크... 이걸 메밀로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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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10.17.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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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Item①] 메밀 꽃 필 무렵, 봉평 메밀 이야기

[오마이뉴스 글:변민우, 글:장혜림, 편집:김대홍]

경기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우리는 음식에 삶을 녹여내는 Footory Teller(Food + StoryTeller)를 꿈 꾼다. 열정 하나로 기획한 월간칼럼 'Eat Item'은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산지를 찾아 식재료와 음식,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녹인다. 해당 지역 문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 기자 말

 봉평 전경
ⓒ 변민우

'강원도' 하면 생각나는 메밀, 막국수와 '메밀꽃 필 무렵'

그리움의 시간이 길수록, 반가움도 커진다 하던가. 내리쬐는 무더위와 맞서며 애타게 기다린 가을이 왔다. 가을은 바야흐로 풍성한 만물로 대변되는 계절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뭇 사람들의 맘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가랑비 옷 젖듯 잠시 스쳐가기에 아쉬움이 큰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쾌청한 하늘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하늘과 맞닿은 산의 고장 '강원도'에도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메밀'이다. 메밀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뭘까? 매콤한 양념장에 한 그릇 말아먹는 막국수, 그리고 무엇보다 이효석 선생과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일 테다.

풋풋했던 청춘의 걸작이자, 누군가에겐 한컴타자연습의 단골손님이었던 그의 작품. 소설의 제목인 '메밀꽃 필 무렵'은 평창의 가을을 소재로 한다. 우리는 메밀의 제철을 맞아 젊은날의 향수가 담긴 그 곳, 서로가 꽃이라며 웃는 어머님들이 만개한 봉평(평창군 봉평면)으로 떠났다.

9월의 어느 주말, 강변터미널은 아침부터 저마다의 설렘을 가진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는 봉평행 첫차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아침안개가 무성한 산과 슬며시 얼굴을 내보이는 태양으로부터 우리는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장평버스터미널은 메밀축제를 맞아 들뜬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옆을 바라보면 정겨운 시골버스가 있었다. 메밀축제가 열리는 봉평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평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기사님께 여쭤보고 타길 권한다. 푸근한 기사님의 운행 아래 우리는 산길을 건너갔다.


Q. 막국수는 왜 막국수일까?
- 막국수란 명칭에 대한 설은 대략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마구(공 들이지 않고 소박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 명명됐다는 견해
② 강원도지방에서 맵쌀(메밀의 겉껍질을 벗긴 것. 메밀쌀)을 맵가루 혹은, '막가루(막가리)' 라고 부르는데 이 가루를 사용한 국수기 때문에 '막국수'가 됐다는 견해다.

쉽게 말하면 막국수 = 메밀국수다


모밀은 황해도, 경기, 강원지역 방언, 현재는 메밀이 표준어

메밀은 '뫼(山)밀'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때때로 '모밀이냐 메밀이냐'하는 논쟁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사실 둘 다 맞다. 모밀은 황해도와 경기, 강원지역의 방언으로써 현재는 메밀이 표준어로 정착됐다. 짜장면 - 자장면처럼 혼용되곤 하는데, 이를 바로잡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메밀은 중국이 원산지로, 6세기 경 산동성의 태수 가사협(賈思?)이 쓴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최초 기록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와 경로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 문헌은 없으나, 고려 고종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 메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전해지는 바 약 12~13세기 이전에 유래된 걸로 추정하고 있다.

메밀은 단메밀과 쓴메밀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메밀이 재배되고 있다. 단메밀은 주로 국수와 부침, 묵, 차를 만드는데 이용되고 쓴메밀은 죽이나 빵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된다.

메밀은 세계적으로 소비되나 주산지(중국/러시아)와 가까운 동양에서 더 많이 이용돼 왔는데 대표적으로 일본의 소바를 들 수 있다. 프랑스와 동유럽에서는 메밀가루를 팬케이크반죽에 활용하고, 메밀 죽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까샤'를 쑤어먹기도 한다. 또한 메밀 차와, 맥주, 메밀 꿀을 만들기도 한다.

메밀은 예로부터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체내에 쌓인 것을 제거하고 기를 보하며 타 곡물에 비해 우수한 단백질과 수용성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고 알려졌다.

메밀은 비타민을 비롯한 아미노산과 라이신, 토코페롤 함량이 높고 비타민P라 불리는 '루틴(Rutin)' 성분이 다량 함유 돼있는데, 루틴 성분은 혈관의 투과성과 신축성에 영향을 주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신장질환개선에 효과가 있다.

국내에선 단연 봉평메밀이 유명하다. 봉평은 서늘하고 비교적 습한 기후와 배수가 양호한 토양특성이 결합돼 예로부터 메밀재배의 적지로 평가돼 왔다.

봉평메밀은 메밀 고유의 빛깔과 모양을 잘 갖추고 있으며 기능성분인 루틴과 GABA 등 유리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해, 타 지역에 비해 생산량은 낮으나 효석문화제로 대변되는 문화적 인프라와 청정지역인 평창의 지리적 우수성을 강점으로 높이 인정받고 있다.

 메밀꽃
ⓒ 변민우



메밀은 감자 옥수수와 더불어 강원도 대표 식재료 

메밀은 감자, 옥수수와 더불어 강원도의 대표 식재료다. 강원도는 70%가 산지인데다 땅이 척박하여, 과거 화전(火田)이 성행했는데 화전농과 메밀은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 메밀은 "사돈이 눈만 세 번 흘겨도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졌고, 병충해가 적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화전한 첫 해에 주로 심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란 가산(可山. 이효석의 호)의 묘사처럼 강원도 산자락 곳곳에는 메밀밭이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메밀은 자연스레 강원도민의 일상에 자리잡았는데 메밀국수, 메밀만두, 메밀묵, 메밀 전병, 메밀국죽 등 일상음식에서 제사, 세시, 특별음식까지 폭넓게 이용됐다. 메밀껍질은 베개로, 재는 비누대용으로 사용되는 등 메밀은 그들의 일상에서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초복에 메밀밭을 되베놨다가
중복에 가 메밀을 풀어놓고
말복에 가보니 보글봉글 꽃인데
올가을에 반달같은 낫을 들고
석자 수건 목에 걸고 메밀밭에 들어가서
오큼오큼 모아다가 아름아름 모아다가
지게에다 절박시게 마당에다 이를 입혀
물푸레로 볼기쳐서 버들치로 들어볼까
멧돌에다 고를 꿰어 방에다가 벼락 맞춰
말총으로 뒤흔들어 홍두깨다 옷을 입혀
안반에다 이를 입혀 은장도로 썽글어서
노구에 삶아 절놋절 걸어노니
우리 서방님 허베하네

< 메밀 타령 >

 메밀 전문점, 메밀음식문화 연구소
ⓒ 변민우

나는 경기도 촌놈이라 강원도의 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메밀음식문화연구소'와 함께 봉평메밀음식전문점 '미가연'을 운영하는 오숙희 대표를 찾았다.

오숙희 대표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20여년 전 봉평에 정착해 음식장사를 하던 중, 그녀의 장아찌를 맛 본 일본인 관광객의 권유에 메밀음식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메밀에 열정을 쏟은 지가 어언 17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들이 안하는 걸 찾아서 연구, 그게 메밀싹"

 미가연의 오숙희대표
ⓒ 변민우

 
- 메밀음식점을 하게 된 계기?(메밀의 식재료적 우수성)
"효석문화제 처음 할 때 내가 고깃집을 하고 있었거든. 일본의 어떤 촌장님이 우리 집 장아찌를 맛 보더니, 이걸 메밀음식하고 곁들이면 정말 좋겠다고, 전세계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 하길래. 그때부터 남들이 안 하는 걸 찾아가 연구해서 찾은 게 메밀싹이었어.

처음 메밀을 선택하게 된 게, 나는 아까도 말한 것처럼 너스레 떨었던 그 말에 책임을 지려고 시작한 것도 있는데, 남들이 하지 않는 재료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지. 더더욱이 메밀싹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소재인데, 이걸 고명으로 올리고 비빔밥 재료로 사용하다보니까 식감이나 영양소, 건강 측면에서 참 마음이 끌렸지. 아무도 이 가치를 몰랐던 거지. 이걸 활용하려고 생각해보니 참 좋더라고."

- 메밀싹은 다소 생소한데?
"국내엔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됐는데, 메밀을 나물로 기른 거다. 식감도 좋고 일반 메밀보다 영양학적으로 좋다고 하대. 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지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상세하겐 모르지만 말이야. 중국산 메밀싹은 생장이 좋아서 시각적으로 이쁘지만, 국산 메밀싹은 조금 못 났어도 식감이 좋아서 나는 국산을 사용해. "

(메밀싹은 콩나물, 숙주나물처럼 메밀을 나물로 기른 것으로 독특한 향기가 매력적이다. 루틴의 함량은 메밀 종자보다 무려 27배가 많고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다른 곡채류보다 3~4배가 높으며, 무기질과 섬유소, 마그네슘 등이 다량 함유된 고알칼리성 건강채소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산 쓴메밀과 메밀싹을 사용한 미가연의 음식은 매우 다채로워 눈길을 끈다.

 미가연의 메밀음식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대팔국수, 메밀싹육회, 메밀싹비빔밥, 메밀싹주스, 메밀전병, 메밀싹묵무침
ⓒ 변민우

이대팔국수는 '일주일에 2번 이상 먹으면 팔팔해진다'는 순메밀 국수로 쓴메밀과 단메밀을 섞어 반죽한다. 순메밀국수는 툭툭 끊기고 퍼석하리란 고정관념은 이대팔국수를 맛봄으로써 깨졌는데, 쓴메밀의 점성이 식감을 살려준다고 한다. 메밀싹주스는 새콤함이 매력적이었다.

쓴메밀은 티벳이나 중국 산악지대, 부탄이나 네팔 등 척박한 토양과 냉량한 기후가 결합된 조건에서 재배되며 타타리메밀이라고도 한다. 쓴메밀은 단메밀에 비해 루틴 등 페놀화합물 함량이 높고, 항산화 활성 및 지방세포 분해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루틴 함량은 대략 60~70배가 더 높다.

-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음식과 메밀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메밀황태불고기. 2018 평창 올림픽도 있으니까, 메밀황태불고기나 메밀 피자/파스타를 생각하고 있는데 기존 음식들하고 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는 고급스러운 음식도 좋지만, 오숙희다운 음식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모습들을 더 담아내는 게 꿈이야.

개인적으로 나는 메밀하고 감자를 많이 살려서 음식에 담고 싶어, 강원도는 감자를 참 많이 심는데, 생각보다 소비량이 별로 없거든. 추가적으로 강원도의 산채도 한 번 살려보면 좋겠다 싶어.

나같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문제를 논하긴 어렵지만, 지역/정부차원에서 제도적, 홍보적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 예전보다는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남녀노소 같이 즐길 수 있는 메밀의 재배나 활성화에 힘써준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봉평메밀은 이효석 선생님을 말미암아 브랜드 가치가 우수한 편인데다, 토지를 봐도 해발이 높은 고랭지 재배가 이뤄져서 식재료가 우수한데 그런 부분이 참 아쉬워. 우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돼 있거든."

 오숙희 대표의 나눔
ⓒ 변민우

자급률 50%인 메밀, 가격이 높아 현실에선 외면 받아 

'메밀'을 취재하러 간 우리는 오숙희라는 한 여인을 만나 오봉숙, 오봉달 그리고 오봉구씨까지 알게 됐다. 이는 모두 오 대표의 별명이다. 취재 내내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웃고, 가슴 아파하기도 하며 그녀에게 몰입했다. 그녀는 음식에 양념뿐 아니라, 사람을 곁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의 삶은 음식처럼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미가연에선 '다문화 가정의 여성'이 주방장이 되기도 하고, '외모로 차별받던 여인'은 면장(면을 뽑는)이 되기도 한다. 오 대표의 철학은 단순하다. '내 음식 먹으러 온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 하듯, 나와 일하고 싶다며 온 사람들의 꿈을 키워주는 것'.

직원들에 대한 사랑 없이는 지금의 성공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무료급식봉사나 나아가 지역발전을 위해 힘쓰는 모습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메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중국산 메밀'이다. 원산지를 속여 국산메밀로 판매했다는 기사는 둘째 치고, 예전부터 주산지인 중국에서 '저렴한' 메밀이 들어옴으로 인해 국내 메밀농가들의 판로가 사라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산 메밀은 kg당 2천원 대 후반인 반면, 국산메밀은 kg당 4500원을 호가한다. 자급률은 약 50%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으로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2016년 4월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에서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메밀은 중국산메밀에 비해 루틴성분이 높게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틴성분이 높다 함은 혈관기능 개선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뜻인데,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고려해봄직 하지 않을까? 국내 메밀농가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국산 메밀을 국내외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는 가득하다. 2015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메밀의 수입량은 전년(2014) 대비 51%가 감소했다. 시중에 중국산 메밀의 물량이 줄았다는 건, 한 편으로 국산메밀이 빈 자리를 매울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평창군에서는 민간행사로는 이례적으로 18회를 이어가는 '효석 문화제'가 매년 진행돼 다양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다가오는 2018 평창올림픽을 맞이해, 한우와 메밀 등 지역의 우수식재료를 활용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관광자원화 하려는 노력이 현재 진행중이다.

여건만 갖춰지면 봉평메밀 또한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 형성할 것

봉평메밀을 취재하면서 가장 와닿았던 건, 지역의 활성화에 소상공인(주민)들이 앞장 서고 있다는 점이다. 혀만 내밀고 기다린다 한들, 꿀은 떨어지지 않지 않는가?  자신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수주대토(守株待兎)하지 않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음에 나는 크게 감명받았다.

하지만 미가연의 오숙희 대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들의 노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성과는 어디까지나 한정적이다. 시, 군과의 협력 아래 지금의 성장을 이룬 것도 대단하지만, 보다 높은 차원에서 국산메밀에 대한 재배환경 조성과 식재료 홍보가 이뤄진다면 봉평메밀 또한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봉평 장에서
ⓒ 변민우

처음 만나본 봉평은 어느 동네보다 푸근하고, 인정이 넘쳤다. 봉평 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미소는 뭇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으며, 메밀을 이용한 여러 상품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나는 국산식재료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신토불이'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다양한 이들과 상생하는 곳이란 가치를 고려한다면 국산식재료의 소비를 권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당당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국산 메밀음식을 접해볼 날을 기대해 본다.

[부록] 효석문화제


 효석문화제와 효석문학관, 봉평
ⓒ 변민우

올해로 18회를 맞은 효석문화제는 '가산 이효석' 선생의 삶을 기리고, <메밀꽃 필 무렵>의 본고장 '봉평'을 알리기 위한 민간 축제다. 민간 축제로 긴 시간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며, 아른한 메밀꽃밭과 색다른 메밀음식을 바탕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효석문화제는 9월 2일에서 9월 11일, 열흘에 걸쳐 열렸으며 우리가 찾아간 날은 '봉평전통장'이 열린 날이라 볼거리가 배가됐다.

메밀의 성지답게 메밀 뻥튀기, 메밀 모주와 막걸리, 메밀 쌀 …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메밀제품들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칠한 식감과 저렴한 이미지로 홀대받던 메밀은 친환경, 건강식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셈이다. 축제 장에는 사물놀이 공연, 각설이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으며, 일본소바체험이나 효석 백일장 등 여러가지 체험기회가 심심함을 달랬다.

무엇보다 경이로운 건 역시 메밀밭이었다. 하얗게 눈꽃처럼 쏟아진 꽃밭은 '너도 나도 꽃'이라며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어머님들이 가득했다. 가족단위로 온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는 동안 내 입가에도 아이들의 미소가 번졌다. 메밀밭을 한 바퀴돌고나면 허기가 지게 마련인데 주변에 메밀음식점이 정말 많아,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식후의 나른함은 효석문학관 산책으로 달랠 수 있는데, 봉평의 전경을 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씻어내보자. 봉평문학관은 상대적으로 고지가 높아, 함께 온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눈에 담기 제격이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상반기 내내 시름해온 자신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늘과 맞닿은 봉평이라면, 그대의 가슴이 뻥 뚫릴만큼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봉평의 전경
ⓒ 변민우


 Footory Teller - 저작, 제작
ⓒ 변민우 장혜림

* 참고
 · 이상영, <메밀의 역사>, <메밀> 창간호, 1997, pp.5-6
 · 정현숙, <江原道의 메밀음식」, <향토사연구> 15권, 2003, pp.141-154
 · 김의숙, <메밀의 미학과 민속」, <메밀> 2호, 1997, pp.12-13
 · 이창덕, <메밀을 사랑하는 사람들>, 2001, p.28
 · 노영식, <'메밀'과 '막국수'의 어원>, <메밀> 3권 1호, 1999
 · 정소영, <봉평메밀에 대한 지리적 특성 및 품질 특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산업심포지움발표집>, 2007
 · 김미림, <전통음식에 이용된 메밀요리에 대한 藥膳的 가치>, <동아시아식생활학회 학술발표대회논문집>, 2013, p.151
 · 조명래 등, <품종에 따른 국내산 및 중국산 메밀의 품질특성>,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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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취재에 기꺼이 응해주신 미가연, 메밀음식문화연구소의 오숙희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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