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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연극 ‘그개’가 던지는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머금기! 부새롬 연출 “제가 치사하고 비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썬샤인의 전사들’ ‘로풍찬 유랑극장’ 등의 김은성 작가·부새롬 연출 콤비작 ‘그개’, “해일이란 아이의 슬픈 성장드라마”
틱(뚜렛증후군) 장애를 앓고 있는 열여섯 살 해일과 유기견 무스탕, 제약회사 회장 장강과 반려견 보쓰, 아들 별이를 잃은 영수·선영 부부 이야기
이지혜, 유성주, 안다정, 윤상화, 유원준, 김훈만, 신정원, 장석환 등 출연

입력 2018-10-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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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새롬 연출
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해일이란 아이의 슬픈 성장드라마.” 서울시극단 신작이자 ‘썬샤인의 전사들’ ‘로풍찬 유랑극장’ 등의 김은성 작가와의 콤비작 ‘그개’(10월 5~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대해 부새롬 연출은 이렇게 정리했다.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 틱(뚜렛증후군) 장애를 앓고 있는 열여섯 소녀 하해일(이지혜)과 유기견 무스탕(안다정), 제약회사 회장 장장강(윤상화)과 반려견 보쓰(유원준), 맞벌이 부부로 아들 별이(장석환)를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김영수(김훈만)·이선영(신정원)의 이야기다.

어떻게든 해일을 치료하려던 아빠 하상근(유성주)은 지쳤고 학교에서는 교사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해일의 열여섯은 무겁고 아프다. 스스로 꾸린 웹툰 ‘어비스 러브’로 아픔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해일은 유기견 무스탕을 닮았다. 재벌회장으로 모든 것을 다 누리는 듯 보이는 장강 역시 후처 소생으로 겪었을 내적 혼란을 셰퍼드 보쓰에 빗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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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중 제약회사 회장 장강의 반려견인 보쓰 역의 유원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성북동 풍경에서 시작한 ‘그개’

[개처럼 사람처럼] ‘개가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무슨 의미인가?

“정말로 사람처럼 움직이는 장면도 있고 아주 강아지처럼 보일 때도 있고…사람과 강아지 중간쯤? 강아지 특유의 호흡을 이용해 걸음을 만드는 식이죠.”

[강아지] 어려움을 다 지고 있는 아이의 진돗개와 모든 걸 다 누리고 있는 회장의 반려견은 대비되는 듯하면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 인물을 보여주는 분신 같아요. 주인이 회장이면 개까지도 그런 거죠. 유기견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존재잖아요. 어떤 문제나 불행이 생기면서 결국 해일이보다도 약한 존재인 무스탕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죠. 그 불행은 약하고 가난할수록 극복이 힘든 것 같아요.”

[성북동 풍경] 왜 반려견, 진돗개, 셰퍼드인가?

“이 작품의 배경이 성북동이에요. (김)은성 작가가 사는 동네죠. 자주 가는 등산코스에서 갓 버려진 것 같은 진돗개가 쫓아온 경험이 있데요. 그리고 며칠 뒤 등산을 갔다가 큰 집들이 있는 골목을 지나가는데 높은 담장 너머로 애들 웃음소리가 들리더래요. 트램펄린에서 뛰는 아이들 머리만 오르락내리락하고 영어로 얘기를 하고…궁금해서 들여다 보려는데 셰퍼드가 엄청 짖어대는데 굉장히 불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들만의 성을 구축한 것 같은 느낌? 거기서 시작돼 장강의 셰퍼드 보쓰, 유기견 진돗개 무스탕이 탄생했죠.”


◇결핍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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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해일 그리고 뚜렛증후군] ‘해일’이라는 이름이 바다 속 해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왜 뚜렛증후군인가?

“해일도 그렇고 상근도 ‘상근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일 거예요. 뚜렛증후군은 해일이가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게 되는 세상에 대한 표현인 것 같아요. 해일이가 막 발을 디딘 세상은 지금의 우리나라예요. 좀 부정적이지만 모든 문제는 나선형으로 조금씩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아주 천천히…생각해보면 그래도 아주 오래 전 보다는 좋아진 것 같거든요. 물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나아졌다가 언젠가는 또 후퇴할 수도 있어요. 정치문제는 우리가 별로 영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로 인해 바뀌는 걸 경험했잖아요. 촛불집회처럼. 그럼 우리는 지금 여기서 뭘 해야하는거지…해일이를 통해 그런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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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열여섯 하해일 역의 이지혜와 유기견 무스탕 안다정(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결핍] 뚜렛증후군을 앓는 해일, 유기견 무스탕, 아이를 잃은 영수·선영 부부, 후처 소생 장강, 적통인 척 해야 하는 보쓰 등 극 중 사람도, 동물도 모두 결핍이 있다. 특히 장강으로 인해 신분상승한 보쓰는 어쩌면 신데델라 같기도 하다.


“극 중 인물들은 다 결핍이 있어요. 장강은 첩의 자식으로 구박 받으면서 살아오고 분신인 보쓰도 뛰어난 혈통은 아닌 개죠. 극 중 인물들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그개’는 그런 사람들의 사연을 펼쳐놓은 이야기예요. 하나의 스토리에 인물들이 쫀쫀하게 붙어서 가는 게 아나라 펼쳐져 있고 느슨한 형태죠. 다만 그 인물들이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어요. 스토리적으로 모아내기 보다는 이들이 겪었거나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같은 흐름을 만들어 내죠. 갑질, 학교 폭력, 왕따 등 사회 구조적인 이야기를 비롯해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3, 40대 이야기 등 우리가 겪고 있는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대단히 어렵게 상징적으로 쓰거나 숨기기보다는 우리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구나 싶게 담았죠. 특히 별이 엄마, 아빠는 촛불 들고 광화문에 나갔던 사람들이라면 다 본인 얘긴 줄 알 것 같아요.” 

 

[웹툰 ‘어비스 러브’] 쉬운 게 없어 보이는 작품이다. 가장 어려운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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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해일이의 웹툰 ‘어비스 러브’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해일이가 자신을 빗대 쓴 작품인데 대사들이 너무 시적이고 은유적이고 어려워요. 스스로가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니까 웹툰의 주인공인 돌고래 핀핀에게도 결함을 주고 완전해지려면 분신인 또또를 만나야 저주가 풀린다고 설정했어요. 해일이도 자신만의 또또를 찾고 있는데 결국 그러질 못하고 결핍을 가지게 되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기도 하잖아요. 구체적인 스토리 전달 보다 핀핀이라는 돌고래가 어떤 저주를 받아서 결함이 생겼고 완전해지기 위해 또또라는 분신을 찾고 있다는 핵심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해일과 장강 그리고 어쩌면 한 사람

[해일과 장강] 가장 어린 해일과 나이 많은 장강이 이상하게 닮은 느낌이다.

“어쩌면 이런 거죠. 장강은 그 윗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 때문에 무언가 축척되다 그 세계에 편입돼 어른이 됐어요. 해일은 장강부터 시작해 영수, 선영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편입하게 되죠. 그런 면에서 해일과 장강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질문하게 되죠. 해일이에게 어떤 세상을 만들어 줘야하지? 장강이 불행한 건 아니지만 장강처럼 살게 되는 것 보다는 좀 더 행복하게 살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세상이 어떻게 돼야하는 걸까?”

[장강의 정원] 흩어진 듯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거나 닮은 인물들의 이야기여선지 장강의 정원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고 들었다. 트램펄린, 시소, 미끄럼틀 등에도 의미가 있나?

“장강이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손자를 위해 갖춘 공간이에요. (그 공간에 대해) 제가 그린 모습은 이래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것처럼 예쁘게 구성해 놓은 데서 사실은 쓸쓸하게 노인 한명,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 있고 정작 뛰어 놀아야할 아이들은 못들어 가죠. 장강의 공간은 가짜, 본인이 꿈꾸고는 있지만 이루지도 못하면서 갖추고만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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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신작 ‘그개’ 1막 3장 ‘보스는 나의 힘’을 시연 중인 장장강 회장 역의 윤상화(오른쪽)와 반려견 보쓰 역의 유원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한 사람] 해일과 무스탕, 장강과 보쓰, 영수와 선영 등은 한 사람이 가진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람이지만 상황, 위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 않나?

“저 역시도 그래요. 여기(세종문화회관 귀빈실)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저의 경제적 수준은 국세청 최하위 등급이에요. 어쩌면 아빠의 월급이 있는 하일이 보다 못한 수준이죠. 촛불집회에서는 영수, 선영이 같았고 연습실에서는 때로 장강 같을 수도 있어요.”


◇흩어진 이야기들, 하나로 모으는 사건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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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불행의 시작]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다. 흩어진 이야기들의 중심이 있다면?

“중심 사건은 아이의 죽음이죠. 너무 슬퍼요. 굉장히 슬퍼요. 대본을 보거나 연습할 때 사고 장면을 보고 나면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요. 그 장면이면 배우들도 한숨부터 쉬고…직전의 별이와 영수가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더 슬프고 가슴 아프고 그래요. 그 불행의 시작은 정말 우연이에요. 누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끼치는 영향이 달라지죠. 그 영향으로 인한 변화도 달라져요.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수와 선영] 흩어진 이야기 속 가장 공감가는 인물은?

“영수와 선영 부부 같아요. 그렇게 따뜻하고 정의롭던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변하죠. ‘힘들면 다 그래’라고 폄훼하려는 건 아니에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약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꼿꼿하게 해일이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람도 있을까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자신할 수 없어요. 저는 제가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도 언제 치사하게 변할지, 비겁해질지 모를 일이죠.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시간이 역사이고 지금 현재의 한국, 해일이가 살아가는 세상 같아요.”

[질문] 질문은 계속 하는데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다보니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당연히 하지 않을까 하다가도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옛날에는 ‘절대악’ ‘기성세대’ 등이라고 쉽게 장강을 욕했겠죠. 하지만 그들(기성세대)도 나름 어떤 고통을 겪고 내몰리면서 했던 선택들일 거예요. 그 선택들에 대해 잘했다고 말해줄 수는 없어요. 당연히 ‘나빴다’고 얘기하는 시간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나는 어떨까’라는 물음과 사유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벼랑 끝에서도 나는 괜찮게 살 수 있을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어느 순간 치사해질지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선영이의 모든 말이 가슴에 남아요. 특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그런 벽이 될 수 있다는 거, 몰랐어’라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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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연극적으로 혹은 연극적이지 않은! 점핑과 팝업인물 그리고 연극적 언어


[점핑과 팝업인물] 대본이 90쪽에 육박한다. 엄청 긴데다 시간의 변화, 시점의 점핑, 공간 전환 등 무대 구현이 쉽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게 이 작품의 재밌는 점 같아요. 시점의 점핑, (‘팝업인물’이라는 불리는) 기억 속에서 튀어나오는 인물들 등 연극에서 자주 쓰지 않는 방식이죠. 그렇다고 드라마가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사실적으로 구현하려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서 공간 활용을 잘 해야 하죠. 정말 정원 같은 한 공간에서 모든 장면이 펼쳐져요. 예를 들어 산에 올라간다면 미끄럼틀 위로 오르고 영수와 선영이 마주 앉아 잔을 부딪치면 거기가 술집이 되는 식이죠. 팝업인물들은 배우들이 실제로 나와서 좀 과장되게 연기하도록 연출했어요. 좀더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어떤 기억은 좀 과장되기도 하니까요.”

[외계어?] 의성어의 반복, 랩, 말장난, 저주의 주문 등 알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한다.

“사람의 언어를 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동물들이 쓰는 말들이에요. 말을 못하는 캐릭터들이 주로 의성어를 쓰죠. 그 뒤에 숨은 말들을 찾으려고 배우들과 많은 고민을 했어요. 예를 들어 ‘히히히힝’으로 표현되지만 ‘가자’ ‘괜찮아’ ‘우리 한번 해보자’ 등 숨은 말을 만들어서 액팅으로 표현될 수 있게요. ‘파추라츄파’는 ‘어비스 러브’ 속 주인공 핀핀을 저주하는 나남대왕의 주문이에요. 해일이가 ‘한우 머핀’이라고 하면 무스탕이 ‘사르르르르’라고 말해요. 사람이라면 ‘맛있겠다’ 하겠지만 개인 무스탕은 ‘입에 넣으면 녹아내릴 거야’라는 말을 의성어로 대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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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대사의 반복과 숨은 말] “별이, 왜, 나는, 별이, 왜, 나는, 별이, 왜, 나는, 별이, 왜, 나는, 별이, 왜, 나는,”

“선영이의 대사인데…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를 되짚는 말 같아요. ‘왜 이런 일이 나한테 닥쳤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그런 말이요. 선영이처럼 큰 고통을 겪게 되면 뭘 잘못했나부터 생각하게 되고 아주 사소한 잘못까지 다 생각하잖아요. 그때 그 컵을 집지 말 걸, 왜 집었지? 단어의 사이사이에 많은 문장들이 숨어 있죠. 세월호 참사 후 피해자 학생의 어머니 인터뷰를 보다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어요. ‘돌잡이 때 헌 실을 써서 우리 애가 빨리 간 것 같다고…’ 그런 식의 말 같아요. 온갖 것들을 다 후회하고 되짚는. 배우한테는 어려운 장면이죠. 감정의 사이즈가 사실은 짐작이 안될 정도로 크거든요. 그 장면은 배우도, 저도 너무 힘들어요.”

[연극의 언어] 해일의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라는 대사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듯하다. 온전히 열여섯 소녀로 대사를 해야 할지, 말이 품고 있는 걸 다 표출해 알아듣게 해야하는 건지 좀 어렵다.

“열여섯 아이가 흔히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연극에는 그런 언어들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아무 것도 모른 채 말할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도 없는 그런 대사요. 대사를 분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주 16세 아이처럼 해야 하는 대사도 있고. 해일이의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는 제목 ‘그개’와도 맞닿아 있어요. 이 사람일 수도, 저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 개가 뭐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게 제목 ‘그개’ 같아요.”


◇ 유쾌하게!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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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유쾌함]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모자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얘기가 담담하다. 밝고 유쾌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그 감정이 더 다가올 때가 있다.

“제가 배우들한테 늘 얘기해요. ‘우리 연극에 눈물은 없어!’라고. 울면 못울게 하죠. 너무 감정적으로 다 풀어내 울어버리고 나면 다 씻겨버리는 느낌이에요. 그것이 머금어져 있을 때 마음으로 전해지고 사유로 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조심스럽게] 틱 장애 소녀와 그 딸을 대하는 아버지, 재벌회장의 갑질에 빗댄 가진 자와 기성세대 등 자칫 미화, 합리화, 폭력 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장면들이나 인물도 있는 것 같다.

“제가 했던 작품들이 행복한 얘기들은 아니어서 그런 위험은 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선을 맞추기가 힘든 것 같아요.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함부로 하면 안된다’예요. 해일이의 틱 장애도 그렇고 ‘2센치 낮은 계단’의 피해자 가족들도 그랬어요. 실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다루는 건 항상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선 상근이가 해일이 입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는 장면이 그랬어요. 자칫 가정폭력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죠. 병원이란 병원은 다 돌아다니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안되니까 그런 방법까지 쓰게 되는데…상근이가 대단히 나쁜 사람이어서 그랬다기 보다 방법을 잘 몰라서 했던 실수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경우를 보기도 했죠.”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하는 ‘그개’의 엔딩 그리고 ‘그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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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개’ 부새롬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엔딩] 극의 마지막도, 선영의 “물음표를 아주 많이 풀어야” 영수의 “느낌표 하나를 얻는다는 걸 알게 됐어”라는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마지막 장면은 해석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결국 다들 살아갈 거예요. 무스탕도, 해일이도.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살아가겠죠. 여기 인물들의 이후 삶이 또 있을 거예요. 그 이후의 삶에 대해 관객들이 같이 생각해봐주시면 좋겠어요. 선영이의 말처럼 그렇게 이 극을 통해 많은 물음을 던졌으면 좋겠어요. 물음표도, 느낌표도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가져가시겠지만 어떻게든 살면서 어른이 돼 갈 해일이와 무스탕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머금었으면 좋겠어요.

[‘그개’ 그 후]

“잘 살고 싶습니다. 겨울에 ‘썬샤인의 전사들’이 재연될 거예요. 꿈이라면…연출을 계속하는 연출이 되고 싶어요.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을까…정말로 그런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그리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제가 치사하고 비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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