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100. 여성과학자, 50파운드 모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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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절린드 프랭클린 (출처=피어스 에듀케이션)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중앙은행(BOE)은 5파운드, 10파운드, 20파운드 지폐를 종이 지폐에서 위조 등이 더욱 어렵고 내구성이 뛰어나 더 오래 쓸 수 있는 폴리머 지폐로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50파운드 지폐도 폴리머 지폐로 바꾸겠다고 밝힌 상태이고요.

종이 지폐를 폴리머 지폐로 바꾸는 등 현금 발행에 기술과 비용 등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영국에서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금의 위치가 공고하다는 것을 조금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통상 신권을 발행하게 되면 지폐에 찍히는 모델이 바뀝니다. 2020년 발권 계획인 20파운드 폴리머 지폐에는 현재 20파운드의 얼굴인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를 대신해 영국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얼굴이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됐죠.

앞서 폴리머 지폐로 바뀐 5파운드 지폐에는 윈스턴 처칠 전 수상, 10파운드 지폐에는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종이 신권이 발행된 50파운드의 앞면에는 엘리자베 스2세 여왕의 얼굴이, 뒷면에는 증기기관의 혁신을 이끌어 산업혁명에 기여한 엔지니어인 제임스 와트, 사업가 매튜 볼튼의 얼굴이 찍혀있습니다.

왼쪽의 볼튼 초상화 밑에는 “I sell here, sir, what all the world desires to have - POWER.”(나는 여기 세상 모두가 원하는 것을 팔지요. 바로 힘(동력)이죠)라는 그의 유명한 발언이, 오른쪽의 와트 초상화 밑에는 증기기관 그림과 함께 “I can think of nothing else but this machine.”(이 증기기관 이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어요)이라는 그의 발언이 적혀 있습니다.

수년 내 50파운드가 폴리머 지폐로 다시 바뀌면 50파운드의 얼굴도 바뀝니다.

그렇다면 지폐의 얼굴은 어떻게 선정될까요.

지난 2014년 영국은 지폐 모델 선정에서 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발권되는 20파운드 폴리머 지폐 얼굴 선정 작업은 2015년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영국중앙은행은 시각 미술 분야의 인물을 20파운드 폴리머 지폐의 얼굴도 선정하겠다는 큰 틀을 세웠고, 중앙은행 내 ‘지폐 모델 선정 자문위원회’는 대중들로부터 어떤 인물이 지폐에 들어갈지에 대해 추천을 받았습니다.

당시 ‘피터 래빗’ 그림책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영화감독 캐롤 리드 등 590명가량을 추천받았는데 자문위는 논의를 거쳐 67명으로 명단을 줄였죠. 그다음 포커스그룹 등을 통해 어떤 인물이 사회와 가장 공감할지 등을 기준으로 최종 후보 5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화가 터너와 함께 조각가 바바라 헤프워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도자기 작가 조지아 웨지우드, 화가 윌리엄 호가스 입니다.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이들 후보 가운데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데 바로 화가 터너를 골랐죠.

50파운드 폴리머 지폐 얼굴 선정 과정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칩니다.

영국중앙은행은 50파운드 지폐의 새 얼굴이 과학, 예술, 정치 등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은 인물이 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하고, 이후 대중들로부터 그 분야에 활동했던 인물 추천을 받고, 자문위, 포커스그룹 논의 등을 거쳐 최종 후보군이 좁혀지면 이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번 50파운드 지폐 얼굴은 과학 분야의 인물이 될 전망입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새로운 50파운드 지폐가 과학 분야에서 영국의 공헌을 기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여전히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많은 과학자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 수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 생물학자 로절린드 플랭클린, 화석학자 매리 애닝,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앨런 튜닝, 생물화학자 프레드 생어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영국중앙은행은 지폐 모델로 살아 있는 사람은 오직 영국 여왕만 가능하며. 이외의 지폐 모델은 통상 사후 20년이 지난 이후의 인물을 선정해 왔지만 올해 3월 생을 마감한 호킹 박사도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50파운드의 유력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도로시 호지킨은 영국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탄 인물입니다. 엑스선을 이용해 페니실린, 인슐린, 비타민 B12 등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분자의 3차원적인 구조를 밝히는데 기여하면서 196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죠.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딸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평가받는 에이다 러브레이스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학적 재능을 보였던 그는 귀족부인으로 살다가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찰스 배비지를 만나 프로그래밍에 눈을 떴죠.

이밖에 DNA 구조를 파헤친 로절린드 프랭클린, 2차 세계대전 독일군 암호 해독에 기여한 앨런 튜닝, 영국인으로 유일하게 노벨상을 2번이나 탄 생물화학자 프레드 생어 등도 지지가 두텁습니다.

영국중앙은행이 과학 분야의 인물이 새로운 50파운드 지폐의 얼굴이 될지 밝히기 전,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지폐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었습니다.

1853~1856년 크림전쟁 당시 활약했던 간호사 메리 시콜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영국 보수당 출신으로 11년간 총리를 지냈던 마가렛 대처도 50파운드 모델로 거론됐었죠.

세계 제2차 대전 때 영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붙잡혀 죽음을 맞이한 ‘누르 이나야트 칸’도 50파운드 모델로 거론됐습니다. 저명한 인도 음악가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과 파리 등지에서 생활하다가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요원이 필요했던 영국 정부에 영입돼 스파이 훈련을 받았죠.

그가 만약에 50파운드 모델로 선정되면 처음으로 소수인종 출신이 파운드화 지폐 얼굴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중앙은행이 결국 새로운 50파운드 지폐 모델로 과학 분야 인물을 선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를 지폐 모델로 내세우던 캠페인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영란은행은 언제 폴리머 재질의 50파운드 신권이 유통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날짜를 못 박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폴리머 재질의 20파운드 지폐가 2020년에 유통되고 난 이후 새 50파운드 지폐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50파운드 모델로 영국 여성과학자가 선정된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영국 과학자가 50파운드 지폐 모델이 될지, 과연 여성 과학자가 모델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정선 (pilg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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