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첼시, '승부차기'로 희비교차
기사입력 2008-05-22 08:09
11m를 사이에 두고 선 키커와 골키퍼의 숨막히는 경쟁에서 맨유가 6-5로 승리했다.
맨유의 세 번째 키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킥이 첼시 GK 체흐의 선방에 막혔다. 넣었다면 우승할 수 있는 첼시 다섯 번째 키커 존 테리의 킥은 비가 와 디딤발이 미끄러지면서 골대 오른쪽 바깥으로 빗나갔다.
위기를 모면한 이후 맨유 선수 4명은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했고, 첼시의 일곱 번째 키커 아넬카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맨유 거미손 반 데 사르의 손에 걸렸다.
승부차기는 세계 축구사에서 항상 운명의 장난 처럼 기록됐다. 스타이건 무명이건 승부차기의 결과는 냉정했다. 넣으면 영웅이었고 실패한 선수는 울거나 고개를 떨궜다.
이날 실축한 호나우두와 첼시의 주장 테리(잉글랜드 대표)는 승부차기 실축 이후 한없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프랑스 대표 출신 아넬카의 씁쓸한 표정도 오래도록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면 이탈리아의 축구 영웅 로베르토 바조가 1994년 미국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허공으로 볼을 차 패배의 원흉이 됐다. 당시 바조는 5골로 이탈리아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이었다.
세계 축구의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역시 페널티킥의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유로2004 조별리그 프랑스전 페널티킥 실축과 포르투갈전 승부차기 실축이다. 이후 베컴은 심리적 압박 때문에 더이상 페널티킥을 차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선 스페인의 호아킨이 찬 페널티킥이 이운재의 선방에 막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키커의 운명이 하늘과 땅 차이로 엇갈린다면 막아야 하는 골키퍼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막으면 영웅이고 막지 못해도 비난의 화살을 맞지는 않는다.
네덜란드 출신 백전노장 골키퍼 반 데 사르(38)는 아넬카의 킥을 막아내며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의 성공률은 80％로 알려져 있다. 반 데 사르는 골키퍼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20％의 적은 확률을 가져간 행운아였다.
이번 결승전은 역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린 다섯 번째 경기다.
< 노주환 기자 scblog.chosun.com/no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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