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거친 파도 위 녹색섬, 2015년엔 경비행기 타고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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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어느 날 이병수(가명)씨 가족은 오전 10시 대구공항에서 울릉도행 경비행기를 탔다. 30분가량 지나자 울릉도는 물론 저 멀리 독도까지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울릉 사동항 활주로에 내리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활주로에 내리자 서면 남양리 가두봉(194.3m)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가운데 문화유산해설사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울릉도의 각종 화산지형과 지질, 희귀한 동식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세계지질공원과 화산지형에 대해 배웠다”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했다.

사동항에서 전기자동차를 탔다. 울릉읍 사동항을 출발해 서면, 북면, 울릉읍 저동항을 거쳐 도동항까지 뻥 뚫린 일주도로(44㎞)를 돌았다. 섬을 일주하는 데 1시간 남짓 걸렸다. 나리분지와 성인봉은 이전에 다녀온 터였다. 도동항에서 고소한 따개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우드펠렛 보일러와 태양광 설비가 갖춰진 펜션에 여장을 풀었다. 짐을 푼 뒤 아이들과 산책길에 나섰다. 도동항 해안 좌안로~행남등대~저동항 촛대바위를 잇는 915m 해안도로(해안산책로 358m)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아이들은 기암절벽과 갯바위, 해식동굴을 눈에 담으며 좁은 오솔길을 뛰다시피 했다. 해안산책로 곳곳에는 LED 조명이 빛을 발했다. 산책을 마친 뒤 아이들은 홍합밥, 아내와는 오징어 내장탕에 소주잔을 기울였다. 다음날은 새로 건설된 독도방파제와 독도체험장, 독도해양과학기지를 둘러보러 독도행 여객선을 탔다.

울릉도·독도가 새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울릉도 녹색섬(그린아일랜드) 조성과 경비행장 건립 사업이 첫 단추를 꿸 전망이다. 사동항 2단계 개발과 울릉도 일주도로에서 유일하게 미개통 구간으로 남은 울릉읍 저동3리~북면 천부4리 4.4㎞ 구간 공사도 착공 전망이 밝다.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독도방파제, 독도체험장 조성 사업 등은 영토의 실효적 지배 강화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더욱이 천혜의 지질유산인 울릉도에 대한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학술 및 탐방조사도 올해 시작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안에 울릉도·독도의 면모가 확 바뀔 전망이다.

◆녹색섬(그린아일랜드)

울릉도에 전기자동차, LED 조명 개체, 녹색에너지와 자연순환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그린홈, 그린빌리지를 확산시켜 ‘녹색섬’(그린아일랜드)을 만드는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약 10년간 추진될 이 사업으로 울릉 녹색섬은 한국 녹색성장의 대표적 모델이 될 전망이다.

경북도, 울릉군, 에너지관리공단은 이미 ‘그린아일랜드 조성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말 울릉도 그린아일랜드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약속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한전 전력연구원과 두산중공업에 ‘그린시티 실증단지 구현을 위한 정책기획 연구’를 맡겼고, 이 최종보고서에서는 그린시티(그린아일랜드) 실증(시범)단지 입지로 전국 16개 후보 섬 가운데 울릉도를 평가 1순위로 꼽았다. 지경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올 초 세부평가를 벌인 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울릉도의 관공서, 단독주택, 박물관 등지에 태양열 온수, 펠렛 보일러(난방 및 온수)를 보급하고, 북·서면 등지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며 향후 화력발전소 및 대형 사업체에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는 것. 또 독도와 죽도의 모든 조명을 비롯해 울릉도의 공공기관과 단독주택, 가로등, 어선 집어등을 모두 LED 조명으로 바꿀 계획이다. LED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최고 90%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탄소배출량이 없는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를 보급하고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한편 경사지 농사용 모노레일을 활용하는 등 녹색기술도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태양광, 펠렛보일러, 소형풍력 등을 활용한 그린홈, 그린빌리지, 그린아일랜드(또는 그린시티)로 나아 간다.

◆경비행기 운항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울릉도 경비행장 건설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결과 경제적 편익비용 분석은 물론 국가 안보, 독도의 실효적 지배, 영토수호, 군민·관광객 편의 면에서 경비행장 건설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 하반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본격적인 사업추진 로드맵이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 안에 따르면 울릉 경비행장은 울릉읍 사동항만 일부를 매립하고 가두봉 고도를 깎아 낮춰 1천750m(폭 30m) 규모의 활주로를 건설한다는 것. 빠르면 2015년쯤 170명 안팎을 태운 경비행기가 울릉도에서 이·착륙할 전망이다.

◆세계지질공원 지정

울릉도와 독도 주변은 화산지역 특유의 지형과 지질로 관광객은 물론 지질·환경·생태학계의 관심도 높다. 나리분지·향나무 자생지·삼선암·촛대바위·성인봉 등과 장군바위·삼형제굴바위·망양대 등 수많은 지질유산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학술조사, 탐방조사 등을 통해 올해부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한 조사작업에 들어간다. 내년 예비실사 준비 및 지질공원 신청 준비 등을 거쳐 2012년 울릉도부터 먼저 세계지질공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세계지질공원 지정 타당성조사를 벌인 경북대 장윤득 지질학과 교수는 “울릉도와 독도는 지질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고, 다양한 민속문화와 특산물도 산재해 지질공원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릉도 인프라 구축

울릉 일주도로 완전 개통은 군민들의 숙원. 울릉읍 저동3리~북면 천부4리를 잇는 4.4㎞ 구간은 수년째 미개통 구간으로 남아 있다. 재정부의 타당성 재검증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사동항 2단계 개발사업으로 방파제, 호안, 접안시설 등이 들어서며 향후 5년이 걸릴 전망.

◆독도 실효적 지배강화 사업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독도방파제, 독도체험장 건설사업 등은 한일 간 외교관계로 인해 더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독도체험장과 연중 사계절 입도를 위한 방파제 건설 사업은 이미 기본계획이 완료된 상태로 착공만 남았다. 국제법상 유인도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실효적 지배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해양관측시스템 운영을 위한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은 올 3월쯤 기본계획 용역이 완료되면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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