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성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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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07.24. 오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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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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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편집자주] 세계의 눈이 다시 중국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극심한 침체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경제는 가전하향(농민에게 가전제품 보조금 지급) 등 과감한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금융위기 와중에도 상반기에 7.1% 성장을 하는 '괴력'을 보였고, 지난 15일에는 일본을 누르고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3년 내 미국증시의 시총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과 우남균 LG전자 중국지역본부 사장 등 국내 양대 기업의 중국 사령탑들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한국경제의 희망 중국, 삼성-LG 사령탑에게 듣는다-1】]

"과거의 중국으로 생각하고 사업 전략을 전개한다면 '백전백패'다. 중국시장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사진)은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직도 기회의 땅이기는 하지만 결코 녹록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집약적 사업 아이템을 갖고 저임금에 의존하는 사업 형태로는 중국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영향력 부각시킨 일대 전환점

박 사장은 또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부각시킨 일대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수출 위주의 경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제 상황이 중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주요 구매시장으로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장에서 보시는 중국경제의 위력은 어떤지요.

▷이번 금융위기는 중국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부각시킨 일대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중국의 경제를 상당부분 견인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제 상황이 중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국이 주요 구매시장으로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의 생산기지'로서 수출시장의 부침에 따라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그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구매력'이 여타 국가의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또 이번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의 글로벌 위상은 더 견고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현재 중국의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 수준으로 미국 70%, 유럽의 58% 수준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국민소득이 현 추세대로 상승한다면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내수시장은 세계 소비시장을 견인할만한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 중국은 한국 기업의 제2 내수시장

-중국 경제가 한국기업들에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고 생산원가 역시 크게 올랐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전히 중국의 비용대비 생산능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기업이 경쟁력 있는 원가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중국의 생산 경쟁력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중국과의 산업협력 관계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사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또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 역시 한국기업에게는 제2의 내수시장으로서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한국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삼성은 90년대 초반 '명품TV'를 시작으로 꾸준히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 특히 휴대폰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확실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양문형 냉장고, 액정표시장치(LCD) TV,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급사양의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 좋은 디자인, 고가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깊이 심어주게 됐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톱 스폰서'를 맡아 중국의 중상류 고객층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삼성을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제 로우 엔드, 미들 엔드 제품까지 풀 라인업을 갖춰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폭넓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로컬기업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헤쳐 나가고 계신지요.

▷이미 일부 첨단 IT 제품을 제외하고는 로컬기업과 외자기업간 기술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로컬기업들이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외자기업을 압박해 오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백색가전 등 기술의 보편화가 이뤄진 사업영역에서는 중국 로컬기업들이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습니다. 고기술 제품 분야에서도 '저가제품=로컬기업, 고가제품=외자기업'이라는 등식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중국 저가 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가전하향 정책에는 더 적극적으로 참가하실 생각이신지요.

▷중저가 시장은 로컬기업들의 지배력이 날로 강화되고 있어 외자기업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제품별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휴대폰 등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중저가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중저가 모델군에서도 '중저가 중에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가전하향은 7억 명의 거대한 농촌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점유율 부침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소홀히 하기 어렵습니다. 하반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경제는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외자유치 정책의 변화, 시민의식과 노동자 의식수준의 향상, 로컬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이 진전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아직도 기회의 땅이기는 하지만 결코 녹록한 시장이 아닙니다. 중국진출 초기 노동집약적 사업을 가지고 와서 저임금에 의존하던 한국기업들로서는 사업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기업들은 이러한 중국시장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현지의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국시장은 중국인이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보면 현지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해 연구개발, 생산, 판매, 구매, 관리 등 경영전반의 현지화를 가속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시장을 제대로 알고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등 전략경영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한국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잘 아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과거의 중국으로 생각하고 사업전략을 전개한다면 백전백패(百戰百敗)인 시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섣불리 아는 것 보다는 차라리 중국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전제하에 하나하나 배우고 확인해가며 신중하게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 삼성의 중국이 아니라 중국의 삼성이다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2005년 초 중국에 부임하면서 처음 취한 조치가 회사의 대외 명칭을 '삼성중국'에서 '중국 삼성'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삼성중국이 중국을 삼성의 사업대상 중의 한 지역으로 인식한 것이라면, 중국 삼성은 현지화 된 '중국 속의 삼성', '중국기업 삼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바꾼 배경에는 중국 삼성 사장에게 주어진 '중국 내 제2의 삼성을 건설'이라는 그룹의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첫걸음을 뗀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중국 내 제2의 삼성 건설'은 삼성이 중국 내에서 현지완결형 경영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4년 반 중국 삼성을 이끌면서 이의 실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

-취임하신지 이제 4년 반이 지나셨습니다. 그 동안의 성과를 소개해주십시오.

▷부임 때인 2004년 240억 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450억 달러로 1.8배로 늘어났습니다. 중국 내 관계사도 9개가 추가돼 현재 25개사로 늘어났고 직원 수도 2004년 말 5만 명에서 7만 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업 거점 역시 68개에서 132개로 확대됐습니다. 휴대폰의 시장점유율이 2004년 12%에서 지난해 20%로 높아지는 등 여러 제품이 선두권에 진입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모두가 한국 본사의 협력과 중국삼성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삼성의 실적은 어땠는지요. 하반기 실적 전망도 궁금합니다.

▷상반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원가절감, 효율경영에 주력한 결과 연초에 수립한 경영목표는 순조롭게 달성했습니다. 하반기에도 당초 계획했던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하리라 자신합니다.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 가전하향(家電下鄕), 이구환신 정책(以舊換新 政策) 등도 우리에게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반기 경영은 어디에 역점을 두고 계신지요.

▷하반기에는 효율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회창출 확대에 역점을 두고 경영 전 분야에서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역량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특히 영업부문은 그 동안 소비위축에 대응하여 수비적 전략을 펴 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이제는 수비적 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인 접근으로 전략을 전환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입니다. 올해는 작년만큼 높은 신장은 실현하기 어렵겠지만 전년대비 15% 이상의 신장은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을 해 봅니다

# 박근희는 누구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은 감사와 경영진단 부문에서 삼성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다.

지난 74년 삼성에 입사한 뒤 97년부터 7년간 그룹 회장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감사, 계열사 경영진단 등 업무를 맡았다. 감사대상 계열사와 각 사업장에서 내놓은 자료들을 검증하기 위해 라이벌 회사까지 찾아가 ‘취재’를 할 정도로 업무에 열의를 보였다. 감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일도 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성과를 인정받아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내에서 전무,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2004년엔 삼성캐피탈 사장을 맡아 삼성카드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및 경영안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삼성 사장 취임 당시인 2005년 초 그의 나이는 50대 초반(52세). 중국삼성의 그룹 내 위상을 감안하면 상당한 발탁 인사였다. 삼성 중국본사는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물론 그룹 내 계열사들이 내보낸 법인과 인력 모두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그룹 내 그에 대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업무 대해선 철저하지만 대인 관계에선 온화하고 정이 넘친다는 평가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솔직하고 의리와 신뢰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약력>

△충북 청원 출생(53년) △청주상고(72년) △청주대 상학과 졸업(76년) △삼성전관 입사(78년) △그룹 비서실 파견(87년) △삼성전관 경영기획실장(95년) △그룹 비시설 경영진단팀 담당 임원(97년)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전무)(01년)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03년)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사장(04년 1월) △삼성카드 사장(04년 3월) △(현)중국삼성 사장(05년 1월)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진상현기자 j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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