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지극한 사랑 이야기 『경애의 마음』 보이지 않는 존재 다독이는 어른 동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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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8 올해의 책 8’
울프 노트(정한아 시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스케일(제르리 웨스트), 경애의 마음(김금희 장편소설), 부의 감각(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인생극장(노명우),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소설), 안녕(안녕달 그림책)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법의 하나는 출판 트렌드를 살펴보는 일이다. 올해 우리는 무얼 읽으며 살았나. 우리의 내면 풍경이자 2018년 지식 지형도, ‘올해의 책’ 리스트다. 중앙일보는 올해도 교보문고와 함께 올해의 책을 선정했다. 시·소설·인문·과학·경제경영·그림책, 이렇게 6개 분야별로 30명에서 50명까지 관련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판매량까지 합산해 최종 8권을 선정했다.

본지 올해의 책 말고도 연말에는 출판계 결산이 쏟아진다. 인터파크는 올해 출판계 트렌드를 ‘PEACE’로 정리했다. 특별한 표지 디자인을 새로 입힌 프리미엄(Premium) 북이 인기를 끌었고(P),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에세이(Essay)가 표나게 팔렸으며(E), 아카데믹(Academic)한 인문학 열풍(A), 정부의 문화비(Cultural Expense) 소득공제(C), 상하·갑을·남녀 관계에서 평등(Equality)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현상(E)을 올해 특징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는 “소설의 세대교체, 시집의 전반적인 판매 호조”를 올해 특징으로 꼽았다. 최은영·김금희·김봉곤 등 젊은 작가들이 소설 팬들을 사로잡았고, 시집은 재판 찍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는 뜻이다. 북21아르테 원미선 문학사업본부장은 “나보다 잘난 사람만 책을 내는 게 아니라 나같이 찌질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해”라고 평했다. 출판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초짜 작가의 우울증 치료 에세이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시쳇말로 대박을 치지 않았느냐는 얘기였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도 “위로, 위안을 주는 에세이류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교보문고 리스트의 다른 책들은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시·소설·에세이 작가 92명을 조사한 결과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가, 출판인 96명을 조사한 결과 외상 전문의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골든아워』가 각각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고 발표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문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낸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그사이 발표한 중·단편 7편을 모았다.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면서도 치밀하게 짚어내는 작가의 손길이 여전하다. 문학평론가 강지희의 말대로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러는 동안 마음을 채우고 흘러가는 감정들에 주의를 기울인다.”

인간관계의 내면을 좇는 그의 시선은 참빗마냥 좀 더 촘촘해지는데, 작가의 고백처럼 자신의 미성년 시간들이 녹아있는 까닭일 터다. 인생의 나머지 시기와는 “밀도가 다른(‘지나가는 밤’)” 미성년 시간들은 천진하고 무구하기에 오히려 상처를 입히기도 쉽고 입기도 쉽다. 내가 입은 생채기는 아플 수 있지만, 내가 누구에게 입힌 치명상은 오히려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의 시간은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진실의 소환 작업이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모래로 지은 집’)”과,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것인지(‘손길’)”의 깨달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으며 끝까지 허우적댔던(‘그 여름’)” 어설픔이 담담하면서도 서늘하게 그려진다.

책 제목이 ‘내게 무해한 사람’인 건 그래서 정당하다. 결론적으로 그런 사람은 없다. 내가 무해한 사람에게 준 상처가 부메랑이 돼 더 큰 아픔으로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책의 귀퉁이를 접듯, 시간의 한 부분을 접어야(‘모래로 지은 집’)” 한다. 언젠가 다시 펴보기 쉽도록. 너무 늦어서 후회가 아픔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지 않도록. 작가의 시간 접기는 포옹이었지만 다른 모습이라도 상관없겠다. 조금은 뜬금없을수록 다시 펴보기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이훈범 기자 lee.hoonbeom@joongang.co.kr


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창비

반도미싱회사의 팀장대리 공상수와 팀원 박경애의 사내 연애스토리에서 알콩달콩함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둘을 연결해 주는 장치인 은총의 죽음, 그리고 상수의 연애상담 SNS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를 통해 어찌 보면 지루하고 답답해 보이는 심리전이 죽 전개된다. 김금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제목처럼 주인공들의 마음을 따라 여행하는 게임 엿보기다.

은총과 언죄다로 서로의 과거가 연결은 되어 있지만 상수와 경애는 처음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급조된 팀에서 만나 일한다. 자칭 머저리 같은 어른으로 자란 상수는 겅중한 키에 줄담배를 피워 대는 경애를 유일한 팀원으로 받으면서 인연과 마음의 실타래를 ‘미싱질’해 나간다.

인천 호프집 화재로 은총을 잃고 대학 선배 산주와의 사랑도 잃은 경애는 마음을 봉인해 버렸다. 역시 친구 은총을 잃고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상수는 SNS에서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라며 경애를, 그리고 자신을 위로한다.

“공 팀장님 지금 어필한 거예요. 들이댄 거라고요.”(경애)

“내가 뭘. 뭘 들이댔습니까.”(상수)

티격태격하는 이들은 “사내연애할 수도 있는 건데 왜 아니라고 하냐고요”라든가 “경애(敬愛)하는 경애처럼” 같은 아재개그성 말장난을 하면서 ‘고립된 사람’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겉보기엔 비포장 시골길을 뚜벅뚜벅 달리는 경운기 같은 연애담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 ‘마음탐구가’ 김금희 작가가 만든 경애와 상수로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극복해 나가는 조용한 지혜와 사랑을 맛볼 수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울프노트
울프노트
정한아 지음
문학과지성사

비발디(1678~1741)와 ‘현대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의 음악을 모두 좋아할 수 있을까. ‘비현대’나 현대를 편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대’가 들어가면 뭔가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시작하는 조병화(1921~2003) 시인의 ‘사랑의 계절’은 쉽다. “해마다 꽃피는 계절이면/ 산에 들에 하늘에/ 사랑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와 같이 집을 짓고 싶은 마음/ 그 누구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어라…”.

55편이 실린 『울프 노트』는 뭔가 현대적·탈현대적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언니, 배고파?/ …… 아니./ 졸려?/ …… 아니./ 그럼 내가 만화책 빌려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살하지 말고 있어!”

정한아 시인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했다. 해학과 익살로 독자 마음의 웃음기를 복원하려고 하는 듯. ‘나는 왜 당신을 선택했는가’에 나오는 표현처럼 “요절하기에도 전향하기에도 늦은 나이”의 독자들에게 “괜찮아”라고 위로하려는 것인지도.

‘봄, 태업’은 이렇게 시작한다. “쓰는 일을, 읽는 일을/ 게을리해도 아무도 벌하지 않고/ 생각을 중단해도 누구 하나 위협하지 않는/ 더러운 책상 앞…”. 모든 소설과 마찬가지로 모든 시가 ‘자전적’이라면 『울프 노트』는 우리를 시인의 ‘더러운 책상 앞’으로 초대한다.

‘가슴’으로 쓴 시를 ‘머리’로 읽으려니 쉽지는 않았다. 몇 개 읽어나가다 보니 그다음 페이지에 어떤 불연속적 이미지의 폭격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 손가락이 두근거렸다.

은근슬쩍 영성적인 시집이다. 뒤표지에 이렇게 나와 있다. “유대인들의 죄책감 때문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같다.” ‘죄책감’을 ‘믿음’이나 ‘좌절된 희망’ ‘상상력’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인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김영사

유발 하라리의 전작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읽지 않은 독자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책은 현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집중한다. 하찮은 유인원이 지구 행성의 지배자로 등장할 수 있었던 과거의 얘기도, 인간이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로 신의 자리를 꿰차 결국에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미래의 얘기도 아니다. 이 책이 우리 시대 우리가 닥친 문제를 다루다 보니 인류의 과거 역사와 미래의 전망을 다뤘던 전작과 비교해 볼 때 독자 입장에선 책을 읽는 내내 집중도가 높다.

또한 이 책은 지적 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같은 전 지구적 문제와 개인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시대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관련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전체 5부 중 4부까지는 21세기에 할애한다. 정치와 종교, 문명과 교육, 우리의 무지까지 인류가 겪고 있는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역사학자가 최신 과학연구 성과까지 섭렵해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실력은 전작에서 그러하듯 녹슬지 않았다. 마지막 5부의 ‘회복탄력성’에서는 개인의 차원으로 화제를 전개한다. 인공지능(AI)과 BT가 진화하면서 인간의 심층 감정과 욕망까지 조작 가능해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하라리가 매일 두 시간씩 하는 명상 생활도 소개된다. 어릴 적 저자 자신이 겪었던 성 정체성과 유대인으로서 고민 등 사적인 얘기도 담겨 있다. 이 대목에서 원대한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에겐 시원치 않은 마무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공격수의 현란한 드리블을 지켜보다가 마지막 문전 앞에서 공을 넘겨받은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질문은 던지되 답은 자답하게 하는 책이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인생극장
인생극장
노명우 지음
사계절

“옛날엔 말이야…”로 시작되는 부모님 세대의 말씀이 ‘잔소리’로 들린다면 그건 ‘옛날’을 모르기 때문이다. ‘옛날을 지금 경험할 순 없지만 볼 수는 있잖아. 부모와 자녀 세대가 당시를 다룬 영화를 같이 보면서 얘기해 보면 어떨까.’

노명우(52)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한국 고전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토론하는 ‘세상물정극장’을 시작한 이유다. 저자는 이 극장의 열성 관객이었던 어머니와 자연스레 옛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과정에서 ‘세상물정극장’은 어느새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극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책은 당대를 풍미한 영화의 장면과 대사는 물론 소설·대중가요·신문기사·사진까지 입체적으로 활용해 부모 세대가 살아온 현실을 촘촘하게 재구성했다. 특히 저자의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온 궤적의 현장까지 답사하며 공간감을 강의실 밖으로까지 확장한 덕분에 책은 훨씬 입체적인 ‘사부모곡(思父母曲)’이 됐다.

나고야로 징용 갔던 아버지의 심정을 상상하며 1944년 만들어진 ‘병정님’을 본 아들은 직접 나고야에 있는 역사 테마파크 ‘메이지 무라’에서 보병 제6연대의 흔적을 찾는다. 미군 부대가 주둔한 파주에서 ‘레인보우’ 클럽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미장원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외로움 이전에 나는 살아야 한다”던 영화 ‘표류도’ 속 다방 마담 현희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부모님의 잇단 타계로 ‘아리다’라는 단어의 뜻을 체감하며 실의에 빠졌던 저자는 “그리움이란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림자처럼 평생 동반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비로소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는 사계절출판사의 유튜브 채널 ‘노명우의 인생극장’에서 볼 수 있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과학
스케일
스케일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저자인 제프리 웨스트는 1940년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론물리학자다. 고질라만큼 큰 포유동물은 왜 없는가. 저자는 ‘스케일’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평균 체중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순환계의 효율이 25% 높아지고, 수명이 25%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코끼리는 쥐보다 1만배 무겁지만 에너지를 1000배만 쓴다. 겨우 몇 년을 사는 생쥐나 100년 이상을 사는 고래나 평생 심장이 뛰는 횟수는 15억번 내외로 거의 같다. 다만 고래보다 커지면 중력을 이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한정 작아지거나 커질 수는 없다.

저자는 이같은 논의를 기업·도시와 국가의 흥망성쇠에까지 확장해 적용한다. 도시의 인구가 두배가 될 때마다 1인당 임금, 특허 건수, 강력범죄, 교육기관의 수는 15%씩 추가로 늘어난다. 기반 시설의 효율성과 교통체증 같은 비효율성의 접점에서 도시 규모의 한계가 정해질 것이다. 기업의 스케일링 값은 생물이나 도시보다 편차가 크지만 10% 정도로 추산된다. 고래가 크기의 한계에 도달하듯이 기업 역시 자산이 500억달러에 이르면 성장을 멈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계에 달하기 전에 변수를 재설정함으로써, 즉 혁신을 통해 다시 한번 성장 궤도에 올라야 한다.

문제는 이 혁신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경의 발명에서 도시국가까지는 1만년이 걸렸지만 전기의 발견에서 컴퓨터 시대까지는 채 100년도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35년 안에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하지만 그 시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화끈한 예언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세계를 관통하는 법칙’을 찾아 나가는 여정에 흥미가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이 될 것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경제·경영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돈과 관련해 내가 어제, 그제, 아니 지금까지 항상 해왔던 ‘행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분석한다. 생선가게에서 고등어 2마리를 살 때 500원을 깎으려고 주인 할머니와 신경전을 펼치면서도, 현금인출기에서 2만원을 뽑고 수수료 1000원에 ‘뜯기는’ 것에는 한없이 관대했다. 햅반(즉석밥)을 사려고 집 앞 편의점(1500원)을 놔두고 왕복 30분의 시간을 들여 마트(1050원)를 다녀온다.

난 왜 그랬던 걸까. 이 책은 인간이 돈과 관련해 어떠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지 사례를 들어 보여준 뒤, 그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왜 돈을 쓰고 후회할까, 돈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유’에서 저자들은 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독자들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이어 2장 ‘돈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가치 없이 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면’에서 돈과 관련해 인간들이 보이는 행태와 그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 ‘부의 감각을 키우는 법,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돈 쓰기의 기술’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모으고 잘 쓸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책 제목인 ‘부의 감각’을 체득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은 3장에 나와 있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써라 ▶공짜도 가격이다 ▶미래를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라 ▶돈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방법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등 세부 챕터의 제목이 그것이다.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 댄 애리얼리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다. 국내에서는 특히 그의 첫 저서인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저자 제프 크라이슬러는 변호사이자 코미디언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그림책
안녕
안녕
안녕달 지음
창비

외롭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 만남과 헤어짐 속에 때론 먼저 떠나고 뒤에 남겨지기도 하는 먼 길을 누구나 걷고 있다. 『수박 수영장』의 얼굴 없는 작가 안녕달이 그린 264쪽의 두터운 그림책 『안녕』은 삶과 죽음, 이별과 만남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어른의 고독을 어루만진다.

총 662컷의 그림으로 펼쳐진 이 여정의 주인공은 소시지 할아버지다. 옛날 도시락 반찬 단골 메뉴였지만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핑크빛 소시지.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이런 ‘버려진’ 것들이 모여 사는 별이고, 이것은 홀로 남겨진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쓰는 ‘안녕’이란 흔한 인사말처럼, 따뜻하기도 쓸쓸하기도 한 단순한 그림체에 아련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1부는 엄마와의 추억이다. 태어나 철들어 집을 나서고, 상처받고, 엄마의 포옹에 위로받고, 함께 늙어간다. 모든 이의 어린 날이 그랬을 터다. 2부는 버려진 강아지와의 동거다. 육식성인 강아지는 소시지 할아버지에게 껄끄러운 존재. 외톨이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3부는 홀로 남겨진 강아지의 친구 찾기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강아지에게 친구가 되어준 건 폭탄아이와 불이라는 위험한 존재들이다. 막 터질 듯한 폭탄아이도 쓰다듬어 주니 불꽃이 금세 잦아들고, 산불을 내는 무서운 불도 실은 피해를 주기 싫어 구명조끼를 입고 풀장에 스스로를 격리 중이다. 벽을 허물고 보면 누구나 선한 존재들이다. 4부는 사후 세계에서 이 모습을 조마조마 지켜보는 소시지 할아버지를 그린다.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소시지 할아버지, 강아지의 디테일한 표정 변화까지 한 컷 한 컷 지긋이 바라볼수록 뭉클하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음을 말 없는 울림으로 전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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