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지역신문=이서진 기자] 

2015년 개봉한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 타운>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차이나 타운>은 중년여성으로 변신한 김혜수와 <은교>의 이미지를 탈피한 김고은, 두 여성인물의 영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자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남자만큼, 남자보다 더 악랄하고 잔혹한 이야기이다.

엄마(김혜수)는 그 누구보다 잔인하게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가끔 나이든 여자라고 젊은 남자 -비열과 배신을 일삼는 치도(고경표)들이 그녀를 무시할 때도 그녀는 전혀 기죽는 내색 없이 강렬하게 그들을 제압한다.

'차이나타운'은 김고은과 박보검을 알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지하철 보관함에 탯줄 붙은 그대로 버려진 아이가 외진 골목으로 흘러들어온다. 아이는 조직에서 자라나며 보스의 눈에 든다. 청년이 된 아이는 문득 다른 세상에 눈을 뜨고 어쩔 수 없이 배신의 길로 들어선다.

영화 초반의 일영(김고은)은 아주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받은 만큼 갚아주는 처절한 보복의 현장에서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얼룩진 피를 쓱 닦아내면 그만이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그녀의 내유함을 감추는 듯 해 보인다.

여성 느와르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영화의 갈등은 일영의 그런 내유함이 들통 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여느 남성 느와르 만큼이나 잔인하고 난폭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원체 내유한 그녀는 그것의 잔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 버린다.

엄마는 단한번의 흔들림 없이 흔들리는 일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혹독하고 강력하게 그녀의 흔들림을 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마치 그녀에겐 병적으로 냉철함이 있는 것처럼 굳건했다. 일영을 흔들리게 했던 석현(박보검)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해 버리는 그녀에게 여성성은 애초에 상실되어 버린 듯 했다.

그런 그녀가 카메라에 담긴 일영의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일영의 손에 죽어나갔다. 미리 예고된 살인임에도 저항 한번 없이 죽어나갔다. 자신의 불운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면서부터, 그리고 그녀와 꼭 빼닮은 일영을 키워나가면서부터 그녀는 내유를 감추고 외강하게만 살았다. 하지만 영화 말미의 엄마는 그 누구보다 모성애가 강한 진짜 '엄마'가 되었다.

버려진 아이 김고은, 경계심인지 뿌듯함인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조직의 보스는 충무로 대표 여배우 김혜수다. 이어 김고은을 변화시킨 배우 박보검이 등장한다.

티없이 맑은 캐릭터로 등장하는 박보검에 조금씩 마음을 드러내며 그에게 빠져드는 김고은. 그러나 극 중에서 두 사람은 끝내 로맨스로는 이어지지 못한다.

이에 박보검은 제작보고회에게 "영화 속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초반 촬영 당시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친밀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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