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 무슬림 국가?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이스티클랄 사원(Istiqlal Mosque)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18]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 주변에서 종종 접하는 오해 아닌 오해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라는 인식이다. 기독교, 불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로 불리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무리도 아니다. 실제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이슬람교를 추종하는 외국인 거주자를 포함한 국내의 무슬림(Muslim·이슬람 신자)은 1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한반도 9배 크기의 땅덩이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에는 전체 인구의 약 85%인 2억2000만여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이슬람교의 탄생지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자를 보유한 국가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슬람교에 의한 통치가 아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표방해온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학계에서는 인도네시아를 무슬림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 국가로 분류해왔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 외에도 개신교와 천주교, 힌두교, 불교 및 유교가 공식 종교로 인정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달력에는 이들 6개 종교를 기념하는 공휴일이 각각 하루 이상씩 존재한다.

여느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도 자연 숭배 등 다양한 민간 신앙이 일찍부터 뿌리내려왔다. 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신앙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6개 종교 중 하나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반드시 신분증에 명시해야 한다. 물론 이방인 눈에는 제한적인 종교의 자유로 해석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현지인들이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필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신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냐고 물어봐 진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이슬람교 등이 역사적으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입김을 행사해온 특수성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에게는 수행해야 할 의무에 다름 아니다.

이스티클랄 사원 맞은편의 가톨릭 대성당(Jakarta Cathedral)


압도적 신자 수만큼이나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13세기 초 아랍 상인들에 의해 수마트라섬 북부의 아체 지역에 처음 전파된 이래 민간 풍습 및 토착 신앙 등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왔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시아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개방적인 성향의 수니파가 인도네시아 무슬림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가오는 2019년 기준 이슬람교 관련 공휴일로는 '마호메드 승천일'(4월 3일) '르바란(금식 종료 축제·6월 3~4일)' '희생의 날(희생제·8월 11일)' '이슬람 새해'(9월 1일) '마호메드 탄생일'(11월 9일)이 있다.

이슬람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자를 뽐내는 기독교는 술라웨시섬 북부와 파푸아주 등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두드러진다.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 신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며 최근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등을 중심으로 신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7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코 위도도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를 승계해 아혹 부지사가 기독교도로는 처음으로 자카르타 주지사로 취임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금요일'(4월 19일) '예수 승천일'(5월 30일) '예수 탄생일'(12월 25일)이 기독교를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대표적 다신교인 힌두교가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뒤를 잇는다. 불교와 함께 토착화가 가장 폭넓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세계적 관광지로 유명한 발리가 바로 힌두교 지역이다. 이와 함께 자바섬 중부의 족자카르타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유적으로 꼽히는 프람바난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발리 등지에서는 '힌두교 새해'(3월 7일) 무렵 다채로운 축제와 의례 등이 펼쳐진다.

불교는 힌두교와 비슷한 시기에 인도네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카르타, 수라바야 등지의 차이나타운에서 불교 사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민간 신앙은 물론 힌두교 등과도 혼합된 모습이 나타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족자카르타의 보로부두르 사원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불교 유적이다. 현재는 수마트라섬 동북부와 인근 섬 등을 위주로 소수의 신자가 분포하며 '석가탄신일'(5월 19일)을 기념한다.

유교의 경우 2003년 6개 종교 중 가장 늦게 공식 신앙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정(음력 새해·2월 5일)'도 공휴일로 지정됐다. 30년가량 집권하며 인도네시아 동화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어 사용을 금지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중심으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한 탄압이 지속됐던 까닭으로 풀이된다. 별도의 종교라기보다는 국내에서처럼 생활 관습이자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게 일반적이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 /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지킬앤하이드' 공연 티켓 경품 이벤트
▶매경 뉴스레터 '매콤달콤'을 지금 구독하세요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