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시린 추억…사랑에 나이가 필요한가요
아홉살 인생` 주인공 김석ㆍ나아현ㆍ이세영
김 석 여자친구들이 날놓고 다툼도 일쑤
나아현 빼빼로데이때 프로포즈 받고 희색
이세영 화가ㆍ배우가 꿈…나는 욕심꾸러기
영화 `아홉살 인생`(감독 윤인호ㆍ제작 황기성사단)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자 소년 소녀를 위한 멜로다. 아홉살 무렵 그렸던 격자 속 세상은 잃어버
렸기에 더 애틋하고, 여전하기에 가슴 아프다. 앞서지 않으면 뒤처지는 세
상, 살아남기 위해 애써 묻어둔 설렘과 그리움, 꿈과 사랑. `아홉살 인생`을
보는 두 시간 동안 다시 꺼내서 곱게 펴본다. 옛날 사진첩 속의 `내`가 살아
온다. 친구들과 싸우고 진흙탕에 뒹굴던 시절. 전학온 소녀가 자꾸 눈에 밟
혀 가슴 설레던 때, 색연필 한 자루 삐죽 내밀고 아무말 못하고 얼굴만 발개
져 휭하니 도망치던 장난꾸러기 녀석이 왠지 자꾸 보고 싶어지던 때.
실제 나이를 세 살이나 낮춰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열두 살 동갑내기인
김석 나아현 이세영은 관객을 70년대 경상도의 변두리 산동네로 데려간
다. 맹랑하게도 삼각관계에 빠진 이 소년 소녀들은 서로 사랑하고 욕망하
고 분노하고 기뻐한다. 그때의 `나`처럼, 지금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연
기를 능청스레 해낸 이 `스타`들을 만났다. 이세영은 `북경 내사랑`촬영
차 중국으로 떠나 시사회 후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진짜 사랑 해봤어?
김석(석)=영화처럼 원래 전 여자애들을 잘 보호해줘요. 괴롭히는 남자애
들 있으면 혼내주고요. 전 예쁜 새침데기보다는 정 깊고 털털한 여자가 좋
아요. 맞다, 학교에서 영화랑 비슷한 일도 있었어요(김석이 맡은 `여민`은
서울에서 온 새침데기 소녀 `우림`과 속 깊고 정 깊은 `금복`의 사랑을 동
시에 받는다). 좀 예쁘장하게 생긴 새침한 애랑 털털한 여자친구가 절 같이
좋아해서 매일 싸우고 그랬어요. 히히.
나아현(아현=거짓말마라. 석이가요, 촬영할 때는 여자애들 때리고 그랬어
요. 저는 빼빼로데이에 프로포즈도 받아봤어요. 근데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나. 그냥 그러대요. `널 위해 과자를 준비했는데, 다 묵어부렸다`
고. 5학년 때는 한 남자애를 좋아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성격이 별로였어
요. 그래서 다른 남자애가 좋아지대요.
이세영(세영)=영화는 대본대로 한 거고요. 실제로는 그런 감정 한 번도 없
었어요. 하지만 촬영할 때 남자애들이랑은 다 친했어요.
◆감독님은 언제 제일 미웠어?
석=어머니(정선경 분)한테 회초리 맞는 신에서요. 감독님이 5대만 맞으면
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34대나 맞았어요. 영화에는 7대밖에 안 나와요.
아현=감독님이 미운 적은 없었고요, `우림`이 뺨 때리는 장면 있었는데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그리고 나는 촌티 나는 옷이었는데, 세영이는 공주
옷만 입고 나오잖아요. 그건 부러웠어요.
세영=물에 빠진 장면에서요. 감독님이 물이 얕다고 했는데, 아주 깊었어
요. 전 수영을 못해서 고생했어요.
◆배우하니까 좋아?
석=내 몸에 연기가 잘 맞아요. `넘버3`때 한석규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긴
아역을 찾았다는데요, 그때 엄마가 사진 보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승마도
하고 수영, 스케이트도 했어요. 승마랑 연기랑 다하고 싶어요. `호스 위스
퍼러`처럼 말 타고 나오는 영화 해보고 싶어요.
아현=원래 모델이나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엄마 아빠는 그렇게 좋아하지
는 않는 것 같은데 어느날 엄마가 오디션 있다고 가보라고 그러시더라고
요. 오디션 보고 1주일 전에 전화온다고 했는데 안 와서 울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연락왔어요. 연기자도 되고 싶고 모델도 해보고 싶어요
세영=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서 참 쉽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어려워지
는 것 같아요. 유치원 때부터 화가도 되고 싶고 배우도 되고 싶었어요.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
[촬영때 이랬어요] 과자 먹기위해 쫓고쫓기는 `대혈투`
20여명의 꼬마들이 모여 영화를 찍었던 만
큼 영화 `아홉살 인생`의 촬영장은 늘 시끌벅
적했다. 주연배우들이 "이건 말하면 안되는
데요"하면서 털어놓은 촬영 뒷얘기.
◆사랑의 작대기가 오간 `진실게임`=촬영
중 서울 강릉 부산 등 팔도에서 모인 어린 배우
들을 위해 친해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첫 단합대회 때와 어느 정도 친해진 촬영 중반
모두두번 `진실게임`을했다. 첫번과 두번째사
랑의 작대기가 달랐다. 작대기를 몰아받은 킹
카, 퀸카도 있었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을까. 소
년소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비밀.
◆ `누가 뭐래도 나는 먹을래요!`=1시간만 지
나면 몸을 배배 틀고 잠깐 눈만 떼면 간 곳 없는
어린 배우들. 성인 연기자만큼 촬영이 순조롭
기는 어려웠다. 윤인호 감독의 얼굴 표정이 변
했고 촬영장이 숙연해졌다. 그런데 이건 또 무
슨 소리. `아삭아삭, 우적우적`, 막내 김명재
(10)가 아랑곳없이 과자를 먹고 있었다. 스태프
중 하나가 눈짓 손짓 다해 신호를 보냈지만 얼
른 일어서서 휭하니 도망치며 명재 군이 내뱉
은한마디. "난과자 먹을래요!"
◆ `말죽거리`의 폭력선생님이 나타났어요!=
아역배우들은 모두 맞고 때리는 신이 제일 어
렵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에서는 담임선생님
이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관
객을 섬뜩하게 하는데, 이 `폭력교사`역을 맡
은 배우 안내상은 `말죽거리잔혹사`에서 권
상우와 이정진을 흠씬 두들겨 팼던 주인공.
[윤인호 감독이 본 아역배우들] 천진스런 웃음에 스트레스가 싹~
아이들이 참 연기를 잘했다. 나를 비롯한
스태프가 아역배우들과 소통하려 애쓴 결과
다. 조감독은 매일 일지를 통해 누가 누구랑
싸웠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나
에게 해줬다. (김)석이는 이 영화에서 나의 분
신 같은 존재였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사랑
하면서`아이들에게 질투를 받기도 했다.
처음 연기를 한 (나)아현이는 혼도 많이 났
다. 나무라고 나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저는요, 혼내면 더 잘해요"라고 말하곤 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이)세영이는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
는 편이었다. 너무 예민해서 조금만 자기가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잠도 못 이룰 정도였다.
아이들인 만큼 NG도
많이 났다(성인 연기자는
보통 45회차 촬영분량과
8만자 정도의 필름만 필
요한데, 이 영화는 60회
차 촬영에 필름이 15만자나 들었다). 카메라
만 들이대면 약속된 동선을 잊기 일쑤였다.
어려움이 큰 만큼 보람도 있었다. 내가 아
이들을 사랑하면 아이들도 나에게 사랑을 그
대로 준다는 게 눈물날 만큼 좋았다. 표정이
굳어 있던 아이들이 한번 웃어주기만 해도 마
음이 설렌다. 이들 속에 내 인생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멜로이자 리얼리즘이자 로
맨틱 코미디다
김 석 여자친구들이 날놓고 다툼도 일쑤
나아현 빼빼로데이때 프로포즈 받고 희색
이세영 화가ㆍ배우가 꿈…나는 욕심꾸러기
영화 `아홉살 인생`(감독 윤인호ㆍ제작 황기성사단)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자 소년 소녀를 위한 멜로다. 아홉살 무렵 그렸던 격자 속 세상은 잃어버
렸기에 더 애틋하고, 여전하기에 가슴 아프다. 앞서지 않으면 뒤처지는 세
상, 살아남기 위해 애써 묻어둔 설렘과 그리움, 꿈과 사랑. `아홉살 인생`을
보는 두 시간 동안 다시 꺼내서 곱게 펴본다. 옛날 사진첩 속의 `내`가 살아
온다. 친구들과 싸우고 진흙탕에 뒹굴던 시절. 전학온 소녀가 자꾸 눈에 밟
혀 가슴 설레던 때, 색연필 한 자루 삐죽 내밀고 아무말 못하고 얼굴만 발개
져 휭하니 도망치던 장난꾸러기 녀석이 왠지 자꾸 보고 싶어지던 때.
실제 나이를 세 살이나 낮춰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 열두 살 동갑내기인
김석 나아현 이세영은 관객을 70년대 경상도의 변두리 산동네로 데려간
다. 맹랑하게도 삼각관계에 빠진 이 소년 소녀들은 서로 사랑하고 욕망하
고 분노하고 기뻐한다. 그때의 `나`처럼, 지금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연
기를 능청스레 해낸 이 `스타`들을 만났다. 이세영은 `북경 내사랑`촬영
차 중국으로 떠나 시사회 후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진짜 사랑 해봤어?
김석(석)=영화처럼 원래 전 여자애들을 잘 보호해줘요. 괴롭히는 남자애
들 있으면 혼내주고요. 전 예쁜 새침데기보다는 정 깊고 털털한 여자가 좋
아요. 맞다, 학교에서 영화랑 비슷한 일도 있었어요(김석이 맡은 `여민`은
서울에서 온 새침데기 소녀 `우림`과 속 깊고 정 깊은 `금복`의 사랑을 동
시에 받는다). 좀 예쁘장하게 생긴 새침한 애랑 털털한 여자친구가 절 같이
좋아해서 매일 싸우고 그랬어요. 히히.
나아현(아현=거짓말마라. 석이가요, 촬영할 때는 여자애들 때리고 그랬어
요. 저는 빼빼로데이에 프로포즈도 받아봤어요. 근데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나. 그냥 그러대요. `널 위해 과자를 준비했는데, 다 묵어부렸다`
고. 5학년 때는 한 남자애를 좋아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성격이 별로였어
요. 그래서 다른 남자애가 좋아지대요.
이세영(세영)=영화는 대본대로 한 거고요. 실제로는 그런 감정 한 번도 없
었어요. 하지만 촬영할 때 남자애들이랑은 다 친했어요.
◆감독님은 언제 제일 미웠어?
석=어머니(정선경 분)한테 회초리 맞는 신에서요. 감독님이 5대만 맞으면
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34대나 맞았어요. 영화에는 7대밖에 안 나와요.
아현=감독님이 미운 적은 없었고요, `우림`이 뺨 때리는 장면 있었는데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그리고 나는 촌티 나는 옷이었는데, 세영이는 공주
옷만 입고 나오잖아요. 그건 부러웠어요.
세영=물에 빠진 장면에서요. 감독님이 물이 얕다고 했는데, 아주 깊었어
요. 전 수영을 못해서 고생했어요.
◆배우하니까 좋아?
석=내 몸에 연기가 잘 맞아요. `넘버3`때 한석규 아저씨랑 비슷하게 생긴
아역을 찾았다는데요, 그때 엄마가 사진 보냈어요. 어렸을 때부터 승마도
하고 수영, 스케이트도 했어요. 승마랑 연기랑 다하고 싶어요. `호스 위스
퍼러`처럼 말 타고 나오는 영화 해보고 싶어요.
아현=원래 모델이나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엄마 아빠는 그렇게 좋아하지
는 않는 것 같은데 어느날 엄마가 오디션 있다고 가보라고 그러시더라고
요. 오디션 보고 1주일 전에 전화온다고 했는데 안 와서 울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연락왔어요. 연기자도 되고 싶고 모델도 해보고 싶어요
세영=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서 참 쉽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어려워지
는 것 같아요. 유치원 때부터 화가도 되고 싶고 배우도 되고 싶었어요.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
[촬영때 이랬어요] 과자 먹기위해 쫓고쫓기는 `대혈투`
20여명의 꼬마들이 모여 영화를 찍었던 만
큼 영화 `아홉살 인생`의 촬영장은 늘 시끌벅
적했다. 주연배우들이 "이건 말하면 안되는
데요"하면서 털어놓은 촬영 뒷얘기.
◆사랑의 작대기가 오간 `진실게임`=촬영
중 서울 강릉 부산 등 팔도에서 모인 어린 배우
들을 위해 친해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첫 단합대회 때와 어느 정도 친해진 촬영 중반
모두두번 `진실게임`을했다. 첫번과 두번째사
랑의 작대기가 달랐다. 작대기를 몰아받은 킹
카, 퀸카도 있었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을까. 소
년소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비밀.
◆ `누가 뭐래도 나는 먹을래요!`=1시간만 지
나면 몸을 배배 틀고 잠깐 눈만 떼면 간 곳 없는
어린 배우들. 성인 연기자만큼 촬영이 순조롭
기는 어려웠다. 윤인호 감독의 얼굴 표정이 변
했고 촬영장이 숙연해졌다. 그런데 이건 또 무
슨 소리. `아삭아삭, 우적우적`, 막내 김명재
(10)가 아랑곳없이 과자를 먹고 있었다. 스태프
중 하나가 눈짓 손짓 다해 신호를 보냈지만 얼
른 일어서서 휭하니 도망치며 명재 군이 내뱉
은한마디. "난과자 먹을래요!"
◆ `말죽거리`의 폭력선생님이 나타났어요!=
아역배우들은 모두 맞고 때리는 신이 제일 어
렵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에서는 담임선생님
이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관
객을 섬뜩하게 하는데, 이 `폭력교사`역을 맡
은 배우 안내상은 `말죽거리잔혹사`에서 권
상우와 이정진을 흠씬 두들겨 팼던 주인공.
[윤인호 감독이 본 아역배우들] 천진스런 웃음에 스트레스가 싹~
아이들이 참 연기를 잘했다. 나를 비롯한
스태프가 아역배우들과 소통하려 애쓴 결과
다. 조감독은 매일 일지를 통해 누가 누구랑
싸웠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나
에게 해줬다. (김)석이는 이 영화에서 나의 분
신 같은 존재였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사랑
하면서`아이들에게 질투를 받기도 했다.
처음 연기를 한 (나)아현이는 혼도 많이 났
다. 나무라고 나면 조용히 다가와 귓속말로
"저는요, 혼내면 더 잘해요"라고 말하곤 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이)세영이는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
는 편이었다. 너무 예민해서 조금만 자기가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잠도 못 이룰 정도였다.
아이들인 만큼 NG도
많이 났다(성인 연기자는
보통 45회차 촬영분량과
8만자 정도의 필름만 필
요한데, 이 영화는 60회
차 촬영에 필름이 15만자나 들었다). 카메라
만 들이대면 약속된 동선을 잊기 일쑤였다.
어려움이 큰 만큼 보람도 있었다. 내가 아
이들을 사랑하면 아이들도 나에게 사랑을 그
대로 준다는 게 눈물날 만큼 좋았다. 표정이
굳어 있던 아이들이 한번 웃어주기만 해도 마
음이 설렌다. 이들 속에 내 인생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멜로이자 리얼리즘이자 로
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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