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추억여행’ 간 고3들 ‘가스중독’ 참변 [강릉 펜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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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18. 오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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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수능 뒤 강릉 펜션서 ‘체험학습’…서울 대성고 3명 사망·7명 중태
ㆍ일산화탄소 농도 정상치의 8배
ㆍ경찰 “가스보일러 정밀감식 중”

고압산소치료 마치고 응급센터로 강원 강릉시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의식을 잃은 대성고 학생이 18일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긴급 치료를 받은 뒤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8일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인근 저동에 있는 한 펜션에서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을 하던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12분쯤 의식을 잃고 거실 등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펜션 주인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복층 구조인 2층 펜션 거실에서 4명, 방에서 2명, 위층 방에서 4명이 발견됐다. 이들 중 3명이 숨지고, 7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강릉아산병원과 고려병원, 동인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인병원 응급실에서 1차 치료를 받던 학생 2명은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원주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발견 당시 학생들은 모두 입에 흰 거품을 물고 곳곳에 구토를 한 상태였다. 이는 전형적인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이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후 학교 측에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2박3일 일정으로 강릉에 여행을 와 전날 오후 3시45분쯤 펜션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1명은 수시모집에 합격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전했다.



강릉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와 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직후 복합가스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일산화탄소 농도가 거실에선 155ppm, 방 안에선 159ppm가량 나왔다. 정상 수치인 20ppm보다 8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펜션 베란다에 설치된 보일러와 연결된 연통의 이음매가 1~2㎝ 어긋나면서 틈이 벌어져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보일러 연통이 이탈된 부분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가 문틈을 통해 거실과 방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일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가스보일러 등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나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 서울시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사고 수습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강릉아산병원을 찾아 “입시지옥의 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나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었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펜션은 2014년 4월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 연면적 228.69㎡에 2층 구조다. 이 건물은 준공 이후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현재는 임대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임차해 펜션을 영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확인에 나섰다.

최승현·허진무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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