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사고 "人災 가능성" 보일러 배관 비정상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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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마친 서울 대성고생 현장체험학습…펜션 내부 일산화탄소 농도 정상치의 8배· 유족들 아들 비보에 무너진 억장…병원 "부상자들 경미하나마 호전 중"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18일 강원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7명은 의식은 없으나 미약하나마 자가 호흡 중이며 조금씩 호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18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오후 9시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 "인재 가능성에 무게"…보일러 배관 어긋나·가스누출경보기도 없어

사고는 이날 오후 1시 12분께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발생했다.

수능을 끝낸 남학생 10명이 단체 숙박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업주 등이 발견한 것이다.

이 중 3명이 숨지고 7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119구급차량 등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학생들은 2층짜리 펜션 건물 전체를 빌려 투숙했다. 이들은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다.

학생들은 201호에 묶었으며,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159ppm으로 높게 측정됐다"며 "일반적인 정상 수치는 20ppm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식이 없는 학생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고려병원 등에 분산 치료 중이다. 이 중 2명은 헬기로 원주기독병원으로 옮겨 고압산소치료를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며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 "2박 3일 일정 체험학습 왔다가"…주민들 "사고 현장 참혹"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들로, 보호자 동의로 단체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현장체험을 신청해 강릉으로 왔으며, 지난 17일 오후 3시 45분께 펜션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날 오후 7시 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고기 등을 구워 먹었으며, 이날 새벽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까지 건물 2층에 묶고 있던 학생들의 인기척이 있었다는 게 펜션 업주의 진술"이라며 "학생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해당 펜션을 찾았으며 업주가 중간 점검차 방문한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 병원 측 "경미하지만 호전 중"…아들 비보에 무너진 억장

부상 학생 7명 중 5명은 강릉아산병원서, 나머지 2명은 원주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현재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 치료 중이며,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 경미하게 호전돼 1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5명이 응급실에 왔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꽤 안 좋은 상태였다"며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현장학습을 떠난 자녀의 참변 소식을 접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부모는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학부모 도안구(47) 씨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도 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해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고 했다.

◇ 경찰 71명 규모의 수사본부 꾸려 진상 조사…사고 펜션 어떤 곳

사고 직후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확인에 나섰다.

이의신 강원지방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는 71명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발생 원인뿐 아니라 건물 관리 등 책임소재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참변이 난 강릉 펜션은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의 농어촌민박 시설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농식품부에 의해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됐다.

이 펜션은 2014년 4월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 연면적 228.69㎡에 2층 구조다.

이 건물은 준공 이후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현재는 임대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임대해 영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다 수리해 올해 7월 24일 펜션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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