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기 신도시 후보지 도면 유출...투기꾼들이 '싹쓸이'

단독 3기 신도시 후보지 도면 유출...투기꾼들이 '싹쓸이'

2018.10.31. 오전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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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올해 안에 3기 신도시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유력 후보지의 개발 정보가 사전 유출된 정황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외비인 개발 도면까지 나돌고 있는데, 사업 주체인 LH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의 삼송과 원흥지구 인근 지역입니다.

1기 신도시인 일산과 서울 사이에 있고, 대부분 그린벨트 지역이라 토지보상금도 저렴해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입니다.

지금은 이처럼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대부분입니다.

상당수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기 때문인데, 인근 고층 아파트 숲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개발 계획으로 추정되는 도면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습니다.

이 도면을 YTN이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노란색은 단독 주택, 주황색은 공동 주택 부지입니다.

주택을 빼고 사실상 무엇이든 지을 수 있는 도시지원 시설은 파란색으로, 상업 지구는 개발 예정지 중심에 빨간색으로 표시됐습니다.

물류 유통단지에 연구 산업단지까지 용도별로 색깔을 구분해 세밀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또, 대외비 자료임을 나타내는 '대'자 마크와 일반 지도엔 표시하지 않는 군부대의 이름과 위치도 나와 있습니다.

문건이 3기 신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내부 자료로 추정되는 이유입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LH에서 인허가 과정에서 특히 개발 계획 구역 확정을 하거나 그런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면이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도면을 바탕으로 해서 한두 달 작업만 하면 바로 승인 조서화 시킬 수도 있을 정도로 완성도는 높은 편입니다.]

개발 도면은 이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퍼질 대로 퍼졌습니다.

거리낌 없이 개발 도면을 보여주는 곳도 있습니다.

[부동산 업자 : 그거 벌써부터 돌았어요, 3기 신도시 발표 전부터 이건 있었어요. 봄에도 엄청 올랐었어요. 지금은 더 올랐겠죠.]

[부동산 업자 : 이쪽으로 이렇게 지금 예정을 다들, 도면을 보신 거죠? 초·중·고 그림이 있네요, 제 것에도. 똑같은 거예요.]

이에 대해 LH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도면 유출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YTN 취재가 시작된 이후 긴급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LH 관계자 : 용역사 이런 데서 풀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 같더라고요. 도면이 무슨 성격의 도면인지….]

조만간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개발 계획 도면이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3기 신도시 사업의 차질과 혼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앵커]
개발 도면까지 나돌 정도이니 투기 세력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일대 토지 거래는 급증했고 개발제한구역마저 싹쓸이 수준으로 매매됐습니다.

김대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양 원흥지구 인근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지역의 토지 거래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시기는 올해 초.

개발 도면이 유출된 시점과 일치합니다.

거래가 가장 집중된 곳 중 하나인 화전동의 토지 거래 건수는 올해 들어 10월 중순까지 110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는 개발제한구역 거래가 71건으로 2/3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업자 : 지금 아로니아밭이 나와 있긴 해요. 개발제한구역이고 3기 신도시 발표될 지역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있어요. 그것도 맹지거든요. 지금은 그게 확실하게 들어가는 지역 같으면 맹지니 이런 게 의미는 없어요. 수용되는 거죠. 그러면 보상이 나오는 거죠.]

개발 구역 경계선 밖 인접 지역은 거래가 특히 더 몰렸습니다.

개발 구역에 포함되면 수용 보상금을 받지만, 인접 지역은 개발 전후로 더 많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종완 / 한국자산관리원장 ; (개발 예정 구역) 안의 토지를 매입했을 경우에는 수용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수용 가격은, 토지 보상가격은 시세보다 그렇게 높지 않아요. 그래서 시세차익을 얻기는 어렵고…. 수용되는 것보다는 수용 (지역) 바깥쪽에 있는 것이 투자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이에요.]

실제 거래 현황은 어떤지 화전동을 살펴봤습니다.

개발 구역의 이렇게 빨간색으로 표시된 상업 지구 예정지 바깥에서 거래가 활발했습니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토지 매매가 가장 많았던 용두동 역시 개발 구역 경계선 바깥 지역에 거래가 몰렸습니다.

39건 가운데 30건이 경계에 가까운 외곽지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3년 새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 경계선 부근에서 거래된 토지 30곳 가운데 앞서 5년 안에 거래가 있었던 곳은 6곳에 불과합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올해 같은 경우에는 (거래가) 경계부에 많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의 토지 계획상 상업지역이나 공동주택 지역 주변에서 많이 거래된 것으로 보여요. 그 말은 도면이 유출되고 나서 적극적으로 투기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나 볼 수 있고…. 거래가 거의 없다가 최근에 거래된 것을 보면 신도시 개발 계획 자체가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친 거죠.]

3기 신도시는 LH에서 추린 후보지 대여섯 곳 가운데 국토부의 검토를 거쳐 선정됩니다.

하지만 적절한 후보지가 많지 않아서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3기 신도시 개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출된 도면 한 장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뒤흔들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와 유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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