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교생 10명이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가운데, 피해 학생들이 다닌 서울 대성고 근처에서 취재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 논란이다. 사고 다음 날인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엔 “충격에 빠진 학생들의 상처를 헤집지 말아 달라”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비슷한 글이 많았다.
이날 페이스북 커뮤니티 ‘서울 대성고등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취재경쟁의 과열로 피해를 봤다는 경험담이 여러 개 올라왔다. 대성고의 한 학생은 “학교 근처에서 만난 기자가 ‘친구가 죽었는데 감정이 어떠냐’ ‘안타깝다든지,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듣는 사람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기사 작성을 위해 질문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기자의 직업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일부 취재진이 피해 학생의 친구들과 접촉하기 위해 대성고 재학생들에게 무작위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학생은 “기자로부터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며 대화 내용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취재경쟁의 과열로 피해를 본 건 대성고 재학생뿐만이 아니었다. 대성고 인근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은 “한 방송기자가 ‘대성고 학생이 아니면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성고 학생들에 대한 취재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대성고와 인근 학교 학생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한다”며 “억지로 인터뷰를 요구하고 전화번호, 개인정보 파헤치는 행위를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전형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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