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돈 있어도 못 탄다" vs 택시 "생존권 달린 문제"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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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21. 오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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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다리랑 무릎이 너무 아파 버스나 지하철은 타기 힘들어요"

"오늘도 치료받으러 병원 가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카카오 카풀(승차공유)' 시행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가 20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택시 운행을 중단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제3차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4개 단체에 속한 전국의 택시는 하루 운행 중단을 단행, 그 영향으로 시내에서 택시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습니다.

한 직장인은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렸는데 단 한 대도 잡히지 않았다"며 "결국 지하철을 탔다. 평소 같으면 낮에 바로 택시가 잡혔는데, 파업 여파가 컸던 것 같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환자들은 특히 불편이 컸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집에 갈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따금 승강장 앞을 지나는 택시들은 '휴무'나 '예약' 표시가 뜬 상태였습니다. 시민들은 애가 타는지 초조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거동 불편한 노약자·환자, 택시 잡지 못해 안절부절

택시가 도로에서 종적을 감추자 시민들은 대중교통에 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는 오후 6시 본격적인 퇴근시간이 되기 전부터 직장인들이 몰려들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지하철이 승강장에 도착해 문이 열릴 때마다 시민들은 어깨를 맞댄 채 힘겹게 타거나 내렸고,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라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직장인은 혼잡한 퇴근시간에 대중교통을 탔다가 기분이 상하느니 차라리 운동 삼아 걸어가는 게 낫다며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이 여의도에 집결하면서 주변엔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결의대회에 전국의 택시 산업 종사자 10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서울·경기·인천·충남·충북·세종·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택시 수천대가 여의도에 집결했습니다.

동·서 여의도를 잇는 의사당대로는 집회 인원으로 전면 통제됐고, 여의도를 가로지르는 여의대로는 2∼3차로에 택시가 겹겹이 주차돼 차로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집회가 진행된 오후 2∼4시께 마포대교, 서강대교, 원효대교 부근 등 여의도 주변에 교통 혼잡이 빚어졌습니다.

시위대가 오후 4시쯤 마포역으로 행진하면서 교통 통제가 점차 해제됐고, 시위대에서 이탈한 택시기사들이 주차된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여의도 내 정체는 점차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오후 4시 이후 시위대의 행진이 마포대교 10개 차로 중 5개 차로에서 진행되면서 퇴근길 공덕역 부근과 마포대교를 이용하는 차량 역시 극심한 정체를 견뎌야만 했습니다.

한 시민은 "생존권이 달려있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생존권 운운하면서 (일부긴 하지만) 승차거부, 콜거부, 카드결제 거부 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언행불일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겠다는 소리는 단 1도 없으면서 생존권 얘기도 이제 지겹다. 그 생존권이 왜 시민들, 카풀, 우버택시 몫인지 모르겠다"며 "정부, 시민, 그리고 카카오카풀이나 타다 등 새로운 경쟁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카카오 '카풀 무료 이용' 행사 중단 선언…택시업계 자극 피하려는 듯


카카오가 연말까지 진행키로 했던 카풀 무료 이용 이벤트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택시업계 총파업과 맞물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일 전격적으로 실시한 카풀 무료 이용 행사를 오후 1시쯤 중단키로 결정했습니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는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오는 31일까지 카풀 무료 이용 행사를 시작,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가능한 이용자에게 1회 3만원 상당의 무료쿠폰을 제공할 방침이었습니다.

택시단체는 "카풀 앱 금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향후 4·5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경진 "카카오 들어오고 대리운전업체 다 망했다"…당정 '공유경제 육성' 논리 반박

이런 가운데 여야는 한 목소리로 택시업계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카풀 금지를 외친 야당을 향해 환호를 보냈습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TF(Task Force) 위원장은 "택시 4단체장이 어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택시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지혜를 같이 모으기로 했다. 너무 감사하고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택시산업 생존권이 침해 되지 않도록 정부여당이 힘을 모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택시업계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오늘도 여러분들의 절박한 마음을 잘 새겨 택시산업 발전과 생존권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사라져"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집회 사회자는 "전 위원장이 무슨 죄냐. 그렇게 이끌고 있는 정부여당이 문제"라며 "전 위원장은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뒤고 있다. 분노를 전 위원장에게 표현하지 말고 정부여당에게 표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당은 공유경제 육성을 위해 택시업계가 요구하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금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택시업계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기업이 하는 카풀에 대해 이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절대 안 된다.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해서 우리 당은 함께 하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현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나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서민을 위하는 정권이 맞느냐고 묻고 싶다. 서민을 위한다면 택시업계 노동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카풀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담아 상생할 수 있는 카풀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카풀 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유상운송 금지 예외조항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문진국 의원안(카풀 시간대 구체화)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불법 카풀을 카카오가 대놓고 하겠다는데 현 정부가 카카오 대표를 구속 안 시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검찰과 경찰은 즉시 카카오 카풀 운영진을 오늘이라도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카카오가 들어오고 대리운전회사가 다 망했다"며 당정의 공유경제 육성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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