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김연아·박태환 '왜 찍혔나’읽음

이기환 논설위원

올해 상반기 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다. 2014년 9월 금지약물 복용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박태환 선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의견은 팽팽했다. ‘금지약물 복용의 경우 징계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기존 규정에 따라 출전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반면 국제수영연맹의 징계가 올 3월 끝났으므로 체육회 규정은 ‘이중처벌’이라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았다. 필자의 판단 역시 오락가락이었다. ‘억울한 이중처벌’이라는 박태환측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법적으로 다툴만한 사안이기는 했다. 하지만 금지약물이 스포츠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체육회 규정을 바꾸더라도 박태환 이후부터가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내놨다.

어쨌든 이 논란은 국내외 법정소송으로 비화했고, 박태환 측의 승리로 끝났다.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논쟁이야 있을 수 있고 각자의 주장을 나름대로 피력했으면 그것으로 될 문제였다. 그러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 마무리되었으면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아닌가. 한때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그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고, 자신이 갖고 있던 소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희한한 일이 생겼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이 박태환 논쟁 와중에서 박태환을 협박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녹취록은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박태환의 모교)와 기업이 부담갈 것”이며 “대한체육회에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라는 협박을 담고 있다. 이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업 스폰서를 받도록 해주겠다’ ‘교수가 되도록 해주겠다’는 등의 회유도 곁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논쟁이야 할 수 있는 문제고, 그것은 결국 법정소송으로 비화한 사안이 아닌가. 그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 될 일인데 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직접 나서 회유와 협박에 나섰을까. 이것은 상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행태다. 문체부 차관이 그리 할 일이 없었던 것일까. 그런데 얼마 전 체육계 고위인사가 경향신문 기자에게 들려줬다는 이야기가 심상찮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개최한 행사에 참가를 요청받았다는 것. 그런데 박태환측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씨 보복피해 의혹도 수상하다. 김연아씨가 차은택씨 주도로 만든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을 요청받았다가 거절했다는 것. 동계올림픽홍보대사 김씨가 자신의 이미지에 맞지않은 체조행사에 불참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김연아는 찍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박근혜·최순실의 이름만 갖다놓으면 여지없이 퍼즐이 맞춰진다. 그 결과 힘없는 체육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우연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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