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경천대·나각산 절경 품은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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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21. 오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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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를 잘 모른다면 기억할 두 곳은? 동쪽 낙동강, 서쪽 속리산
토박이들의 추천 경로, 경천대와 나각산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절경은 움직여야 보였다. 상주는 특히 그랬다. 어디든 올라서야 했다. 장딴지 힘으로 보는 경치였다. 웬만큼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명승이 따로 없었다. 낙동강의 힘이었다.

기실 돌아다니고, 움직이는 건 여행의 본질이다. 하지만 상주 여행은 특별하다.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 나섰더니 최적의 사색 장소였고, 기어코 좋은 전망을 확보하려니 다리품은 필수였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여행에, 솟아나는 면역력까지 챙기니 일석이조의 고사는 또 주인을 찾았다. '경북 상주'다.

경북에서는 안동, 경주에 이어 세 번째 큰 면적의 상주다. 이렇게 넓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상주 관광의 정석이다.

'동쪽 낙동강, 서쪽 속리산'.

상주 토박이들에게 물었다. 심화 과정 정도에 해당하는 절경 감상 코스를 추천해준다. '경천대'와 '나각산'을 보탠다.

경천대는 낙동강 천삼백 리 물길 중 아름답기로 첫 번째 꼽힌다.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바위 위로 햇살을 담은 송림이 우거져 있고 굽어 흐르는 낙동강이 주변 경관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경천대

상주 토박이들이 권하는 상주 여행 길라잡이 첫 번째 경로는 경천대다. 경천대를 핵심 콘텐츠로 이런저런 시설들이 '경천대국민관광지'라는 이름으로 조성돼 있다.

주차 후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 건 '경천대랜드'다. 잉글랜드나 아일랜드의 국가적, 영토적 개념의 합성어가 아니다. 우방랜드, 에버랜드의 놀이동산. 바로 그 '랜드'다.

언제가 마지막 영업이었을까. 솟구치지 않는 바이킹과 소리 없는 귀신의 집 앞에선 시간도 멈춘다. 아니, 놀이공원을 처음 찾았던 때가 언제였나. 기습적인 추억 회로 가동이다.

경천대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여느 관광지 전망대의 오르막과 다르다. 소원 성취 염원의 집단행동, 돌탑이 전망대 끝까지 켜켜이 쌓였다. 웬만한 길에는 소나무 도열이 일상이라 굳이 강조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심심하고 힘든 오르막이 아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해뒀다. 염소똥 크기 황토알갱이가 깔렸다. 염소똥이 개중에 섞여 있다 해도 아무렴, 맨발을 간질이는 알갱이가 오르막의 지겨움을 풀어준다.

경천대 전망대 오르는 길은 다양한 돌탑과 황톳길이 관광객을 맞이한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전망대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친절하게도 주변 지세를 사진과 맨눈으로 비교해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흐린 날의 전망대는 무용지물이다.

흐려도 풍치가 뛰어난 곳이 경천대 무우정 길이다. 낙동강변에 붙어 나 있는 길은 동양화 한 편의 오솔길이다. 물, 나무, 바위, 그리고 평온한 사람들이 어울린다. 설령 흑백 수묵으로 그린다 해도 여러 색으로 담아낼 풍경이다. 이것이, 평화다.

무우정(舞雩亭), 한자를 풀면 춤추며 비를 빌었던 곳이란 뜻이다. 기우제를 지내던 터에 지은 정자라고 해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안내판에는 자세한 설명처럼 보이면서도 복잡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담 채득기 선생은 자연을 벗삼아 도(道)를 즐긴다는 풍호영귀(風乎詠歸)의 뜻을 취해 그 이름을 삼았노라 밝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시야는 뻥 뚫린 곳이었다. 명상과 내면 성찰에 최적화된 곳처럼 보였다. 이곳에선 오로지 소나무와 물, 그리고 자기 자신만 남았다.

경천대의 명물 중 또 하나는 우담이 심었다는 우담송이다. 우담이 1628년 심은 나무다. 세 그루를 심었으나 한 그루만 남았다고 한다.

살다보면 몇 마디 말만으로도 품격이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무협지의 표현대로라면, 강호에서 내공이 깊은 고수를 만났을 때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된다는 기운과 비슷하다. 우담송을 더듬어본다. 노인의 살결처럼 각진 껍질이 두껍다.

우담송은 외양 자체에 기품이 있다. 홀로 꼿꼿한 낙락장송의 기운도 일조했겠지만, 경천암이라는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살아남았다는 데 눈길이 갔다. 유구한 세월을 견딘 생명력이었다.

산 모양이 마치 소라껍질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상주 나각산 정상부근에는 출렁다리가 놓여져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나각산(螺角山)

낙동중학교 옆 공터에 차를 세워둔다. 부산 낙동중학교가 아니고, 상주 낙동중학교다. 소를 키우는 축사를 지나 400미터쯤 지나왔을까. 5분이 채 안 돼 나각산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솔숲이다. 피톤치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화학적으로도 눈에 보여선 피톤치드가 아니다. 그런데 왠지 보이는 느낌이다. 소나무가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데 시선의 끝까지 소나무다.

너도나도 우르르 몰리는 산은 아니다. 아무도 안 오겠지 싶어 바지춤을 만지작거리면 저 멀리서 등산객이 오는 정도다. 정상까지는 멀지 않다. 2.1km다. 30분이면 출렁다리가 보인다. 해발고도와 어울리지 않는 거대 정상석도 이내 가시권이다.

두어 번 정도 있는 급경사는 목재 데크가 덜어준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들이 제법 보인다. 장년과 노년을 구분하는 법은 산에서 필요 없다. 산은 노년도 장년으로 바꿔준다. 안타깝지만 장년을 청년으로 바꿔주진 못한다. 마음만 고쳐먹자.

상주 나각산 전망대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넉넉한 상주들녘이 한 눈에 들어온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240미터 해발고도라지만 시작 지점이 이미 해발 90m 정도라 실제 올라가는 높이는 150미터 남짓. 동네 뒷산 정도의 난도지만 젊은이들을 만나기란 쉽잖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됐다는데. 어디 좋은 곳에 다니는 건지 몹시 궁금해질 즈음 정상에 오른다.

소라껍질을 닮았다 해서 이름이 나각산이다. 주변에 산이라 할 만한 게 없어 이곳에선 '우뚝 솟은' 대장이다. 나각산 정상에서 아래를 한 바퀴 둘러본다. 낙동강이 포물선을 그리며 나각산을 안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하회마을이나 회룡포처럼 땅을 휘돌아 가는 모양이지만 역동적이진 않다. 그만큼 물줄기가 굵다. 상주에서부터는 비로소 강이라 불러야 될 정도로 폭이 넓다.

나각산은 뭐든 작다. 해발고도도 낮고, 정상까지 거리도 짧다. 하물며 2010년 7월 설치된 출렁다리도 길이 30미터, 폭 1.5미터다. 그러나 30분 정도 오르며 흘린 땀에 톡톡히 보답한다. 거리가 짧으니 간드러지는 곳이다.

일교차가 커 절경도 타이밍이다. 점심 즈음에나 그나마 온전한 풍경이 드러난다. 낙동강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안개 덕분에 절경이 되기도 하지만, 물안개 탓에 낙동강과 주변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날씨 예보를 충분히 보고 오든지, 천지신명께 잘 부탁드려 보든지.

상주는 전국 최고의 곶감 생산지다.해든농장 건조장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이영세 해든농장 대표. "올해는 감이 모자라 곶감 물량이 예년에 비해 적다." 고 말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그 밖의 볼거리들

상주시내라고 하지만 도농복합지역인 덕분에 조금만 시내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어김없이 추수를 마친 논이 황토색을 내보인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시설물도 눈에 계속 들어온다. '블랙하우스'다. 크기도 제법 큰데 온통 검정색이다. 검정비닐 차광막이 둘러싼 시설물은 상주에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데 어둠의 장소, 도박장 같은 걸 일차원적으로 떠올렸으나 대명천지에 그런 게 시내와 가까운 곳에 있을 리 만무했다.

곶감 건조장이다. 아차, 상주는 전국 최고의 곶감 생산지다. 검정비닐 차광막은 햇빛 가리개였다. 곶감의 변색을 막기 위해서였다.

상주는 낙동강가에 볼거리들이 몰려있다. 상주박물관, 상주자전거박물관, 상주국제승마장, 국립 낙동강생물자원관까지는 가족들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모두 경천대 가까이에 있어 움직이기 수월하다.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 있는 퇴강성당은 1956년 가실성당에서 분리해 경상북도 북부에서 최초로 세워진 성당이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상류로 더 올라가 퇴강성당까지 보고 오면 된다. 1956년 상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성당인 퇴강성당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퇴강성당과 지척인 낙동강변 쪽에는 '낙동강칠백리길 표지석'이 있다. 인증샷 용도로 자주 등장한다.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 있는 퇴강성당은 1956년 가실성당에서 분리해 경상북도 북부에서 최초로 세워진 성당이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사실 상주의 자랑으로 상주시민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은 속리산이다. 충북 보은에서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주차비 명목으로 이런저런 요금을 지불하고 가는 코스보다 시쳇말로 기분이 덜 나쁘다. 경치도 뒤지지 않는다. 상주 화북에서 속리산 문장대로 오르는 코스에는 오송폭포와 견훤산성이 건재를 과시한다.

상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문경과 접한 함창까지 가 봐도 좋다. 함창은 명주의 본산으로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합심해 '아트로드'를 만들었다. 읍내를 캔버스로 삼은 벽화와 예술 전시물들이 곳곳에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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