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신선식품의 `타이밍`을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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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시장은 복잡한 유통구조와 두터운 중간마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IT를 활용해 기존 구조를 바꾸려는 혁신(아마존프레시 등)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신선식품 유통구조를 완전히 뒤바꾼 성공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마켓컬리','미트박스' 등의 새로운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GS나 이마트 같은 기존 브랜드들도 신선식품 쾌속배송을 목표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다소 특이한 가설을 내놓고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는 스타트업이 하나 있다.

정육각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모습이 담긴 회사소개서


2016년 2월 설립된 뒤 '오늘 산란한 계란'과 '오늘 착유한 우유'를 배달하는 스타트업 '정육각'이 그들이다. 정육각은 고객들이 낮 12시 전에 주문하면 저녁 무렵에 당일 낳은 계란과 당일 짠 우유를 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경기 지방이나 그 외의 지역에는 익일 배송이 원칙이다. 이들이 내놓은 가설은 '돼지고기, 달걀, 우유 등이 가장 맛있는 타이밍에 고객들의 집 앞에 배달되는 서비스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육각'의 돼지고기 스토리

카이스트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 국무성 초청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집에 삼겹살을 사갔는데, 그 집 강아지가 두 가지 삼겹살을 놓고 심하게 편식하는 모습을 목격한뒤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김 대표 본인이 사 간 신선 삼겹살(A)은 먹고, 원래 친구 집에 있던 삼겹살(B)은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이었다. 두 제품을 비교해 봤더니 A는 도축한 지 20일 된 것이었고, B는 100일도 더 지난 냉동삼겹살이었다. <서울경제>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 대표는 "강아지가 알아챌 정도면 사람도 그 맛의 차이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도축장을 검색해 찾아갔다"며 "도축장에서 판매하는 최소 단위인 50인분 삼겹살 20㎏짜리 한 박스를 사다가 부위별로 잘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강아지가 알아챌 정도라면 사람도 당연히 차이를 느끼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삼겹살 이미지


'잡은지 얼마되지 않은 돼지고기를 팔자. 소비자들은 훨씬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생각을 하고 국내 돼지고기 유통시장을 연구해 봤다. 기존 축산 유통 시스템에서는 생고기, 즉 냉장육의 경우 진공포장 상태에서 도축된 지 45일까지 유통이 가능하다. 도축장을 거쳐 가공이 이뤄진 뒤 전국 마트와 정육점에 공급된다면 최소 잡은지 7일 정도는 지나야 고객들은 생고기를 맛볼 수 있다. 정육각은 그러나 도축한 지 1~4일 정도 지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여러 실험을 해 봤는데 3~5일 숙성된 돼지고기의 맛이 최상이라는 것을 파악해 냈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도축 후 1~4일된 돼지고기를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수량으로 공급하는게 기존 유통구조 하에서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돼지고기의 가격은 다양한 변수들 때문에 변화하는데, 이 변동성 때문에 보통은 중간 유통회사들이 가격이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파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마진을 얻어간다. 정육각은 이런 '마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돼지고기 유통업자들은 정육각을 상대로 비판도 많이 가했다고 한다. 김재연 대표는 '저런 가격에 저런 품질의 돼지고기를 팔 수 있을 리가 없어. 저건 분명히 수입육을 속여서 팔거나, 투자받은 돈으로 적자를 보면서 버티는 걸거야'라는 이야기를 한때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했다.

돈육대표상품의 가격변화 그래프


김 대표는 그러나 잡은지 1~4일된 돼지고기를 고객 집 앞에 배송하면서도 흑자를 내는 방법은 (쉽지는 않지만) 있다고 했다. 바로 농장에서 통고기를 받아 온 뒤 가공하는 과정에서 제조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즉, 정육각 본인이 스스로 육가공업체가 되는 방법이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쌓은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덧붙여 공장을 대부분 자동화했다. 그 결과 주문이 들어오면 즉각 처리하는 방식으로 '잡은지 1~4일된 돼지고기를 배달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 정육각의 우유와 계란 스토리

'왜 홋카이도 농장에서 마신 우유와 한국에서 마시는 우유는 맛이 다른가.'

당일 젖소에게서 짠 우유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그 신선함과 고소함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육각은 '신선식품이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우유를 주목했다. 현재 우유를 판매하는 대형식품회사들은 목장주들에게 우유를 산 다음, 품질을 균등하게 만들기 위해 집유(集乳)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이 약 3일 가량 소요된다. 그러나 정육각은 당일 짠 우유들을 모아서 살균 등 각종 처리를 한 뒤 그날 바로 고객들에게 배송한다. 마침 당일 착유한 뒤에 바로 후처리를 할 수 있는 목장을 섭외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계란의 경우도 산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제품이 오래된 것보다 신선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산란한 계란을 배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달걀도 수거한 다음 집하장을 거쳐 판매에 이르기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농장을 직접 선별해 달걀처리에 관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곳과 거래한다.

결국 우유와 달걀 모두 생산하는 과정을 기존에는 여러 곳에서 분산해서 처리해 왔는데, 이를 한 곳에 집적한 농장들을 찾아가면서 공급원을 확보한 것이다. 신선식품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생산을 한 곳에서 처리하지 않고 분산하다보면 운송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결국에는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다. 따라서 정육각 입장에서는 최적의 타이밍을 맞춰줄 수 있는 공급원들을 찾는게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려다 보면 파생되는 문제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고관리다. 신선한 타이밍에 맞게 구매해 온 달걀과 우유가 있는데, 고객들이 갑자기 찾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결국 정육각이라는 회사는 손해를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김재연 대표는 이 부분이 바로 정육각 만의 차별화된 기업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른 어떤 회사들도 따라잡기 어려운 우리 만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쌓여 있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정육각 김재연 대표


◆ 매출 100억원 돌파는 실패…내년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예정

정육각은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구제역 조류독감 등이 겹치는 바람에 해당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김 대표는 "2019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꿈도 꾸고 있다. 정육각이 제공하는 초신선 돼지고기가 일반 고기들에 비해 월등히 맛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추가적인 펀딩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라클 어헤드 신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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