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부산어묵의 주역...삼진어묵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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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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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부산역에서는 66㎡ 남짓한 어묵매장 밖으로 열차 승객들이 굽이굽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장 안의 손님들은 60여종의 진열된 어묵을 골라 담느라 분주하다. 삼진어묵의 영도 본점은 ‘해운대’ ‘국제시장’과 함께 부산에 들르면 꼭 가야 할 관광명소로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 길거리에서 사먹는 ‘오뎅’으로 통하던 어묵이 ‘어묵고로케’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 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각종 정부행사에 오르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묵 열풍을 이끌어낸 삼진어묵이 있다. 삼진어묵은 부산어묵의 전통과 원칙을 고집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변화를 꿰뚫어내는 통찰을 발휘하며 비로소 ‘어묵베이커리’를 탄생시켰다. 어쩌면 이는 그동안 부산어묵의 역사로 다져진 삼진어묵만의 내공이 이루어낸 당연하지만 특별한 결과일 수도 있다. 부산어묵의 시작부터 부산 발 어묵 르네상스 시대에 도래한 현재까지. 부산 어묵의 모든 것을 삼진어묵의 역사로 살펴보자.

배고프던 시절 어묵은 서민층의 주요 먹거리였다. 뜨거운 겨울 따뜻한 어묵 국물에 배고픔을 달래듯, 그 시절 아픔도 달랬다. [사진=삼진어묵 제공]


-삼진어묵의 어제

부산어묵의 역사는 개항과 더불어 일본인이 대거 정착하면서 시작된다. 1910년 개장한 부평동시장은 전국 최초의 공설시장이다. 192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의 시장]이란 책에 '부평시장은 쌀, 어묵, 채소, 청과물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마도 부산어묵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일본에서 어묵 제조 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삼진어묵 설립자)씨는 부산 영도구 봉래시장 입구의 판잣집을 빌려 어묵 제조를 시작한다. 봉래시장에 터를 잡은 것은 주변에 인구가 많기도 했거니와 지금의 롯데백화점 광복점 자리에 부산 최대의 수산 시장이 있어 재료의 수급이 쉬웠기 때문이다. 이는 부평동이나 영도에서 부산어묵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 후 박재덕씨의 어묵공장은 전쟁으로 피난민들이 몰려들자 호황을 맞게 된다. 덕분에 조그만 판잣집에서 시작한 어묵공장은 삼진식품가공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현존하는 어묵 제조 업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2013년 부산광역시에 의해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 가공소’로 부산기네스에 등재되었다.

1940~50년대에는 맷돌에 생선을 뼈째 갈고 기름 솥에 튀기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식용기름에 튀긴 어묵은 고급품으로 시내 요릿집 등에 납품되었다. 싼 어묵은 고래기름이나 전갱이기름 등으로 튀겼다. 밀가루가 비싸다 보니 콩비지를 섞기도 했다. 콩비지를 섞은 어묵은 식감은 퍼석퍼석해도 '꼬신 맛'이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 경제개발과 더불어 어묵업계 역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일본에서 일부 자동화기기가 도입되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으로 외식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어묵업계 역시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이한다. 1990년대부터 부산지역 어묵업계의 공장 이전과 확장이 활발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박재덕 창업주는 부산지역 어묵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란 이후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어묵 제조업은 큰 호황을 맡게 되었다. 60년대 초 어묵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삼진식품에서 기술을 배운 기술자들이 대거 독립을 하였고 이때 만들어진 대표적인 업체로는 환공어묵, 영진어묵 등이 있다.

삼진어묵은 지난 1954년 박재덕 창업자(사진 왼쪽)가 설립, 현재 2대 박종수 대표(가운뎨)와 3대 박용준 실장이 부산 어묵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사진=삼진어묵 제공]


-삼진어묵의 오늘

박종수 대표는 창업주의 4남으로 1986년 7월 대표로 취임한 이래 2대째 가업을 잇고 있으며 지금까지 어묵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또한 박종수 대표의 장남인 박용준 관리실장이 박 대표의 가업을 잇기 위해 2011년 말부터 실무전선에 뛰어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삼진어묵이 타 업체와 가장 차별화 되는 점은 숙련된 수제어묵 장인을 여러 명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묵 장인들은 평균 근속연수가 20년 이상으로 가장 오래된 장인은 40년이 넘는다. 이런 삼진어묵의 수제 어묵 장인들의 오랜 노하우는 일반 어묵 업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전통이 오래된 만큼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80년대 초는 경쟁 업체가 늘어나고 비위생적 식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회사가 많이 어려웠다. 1995년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제도가 도입되자 상황이 나아졌다. 비위생적으로 어묵을 만들어 팔던 영세업자들은 문을 닫았다. 고품질의 생선, 생선살이 풍부한 연육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킨 삼진어묵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엔 부산 사하구 장림동 무지개공단 內에 어묵만을 생산하는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일 40톤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제 2공장을 설립하였다.

2011년 말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인 박 대표의 장남이 사업에 가세하면서 매출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40억, 2013년 80억의 매출로 해마다 매출 100% 증가를 보이고 있고 특히 2013년 12월 국내 최초로 시작한 어묵베이커리 사업으로 2014년 매출은 210억 원, 2015년은 500억 원 이상으로 2년 만에 6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직원 수도 비슷한 규모로 늘어나 현재 500명을 넘어섰다.

어릴 적 박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가 어묵 공장을 하는 게 부끄러웠다. 당시 대부분의 어묵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이었고 어묵은 불량식품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공장 내 위생상태를 신경 쓰고 있다. 작업장과 작업자 개인 위생상태는 물론 채소류 등 각종 부재료까지도 일자별로 구분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는 제품에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부산 영도의 삼진어묵 베이커리는 오픈 키친 형태로 구매자가 생산되는 모습을 훤히 들여다 보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삼진어묵은 최근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부산어묵'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사진=삼진어묵 ]


대부분의 식품 제조 공장은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 노출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촬영 전 작업장 정리와 청소를 해야 하는데 매출과 직결되는 생산을 중단하면서 청소할 시간을 할애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진어묵은 평소에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별도의 청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촬영 의뢰가 오면 언제든 받아들인다. 다른 업체보다 삼진어묵의 방송 노출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삼진어묵이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재료와 높은 어육 함량이라는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라며 “창업주인 아버지께서는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한다’고 항상 말씀하셨고 창업주의 기업정신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면서 삼진어묵이 오랜 기간 성업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혔다.

박종수 대표는 “여름철은 어묵업계의 보릿고개와도 같은 힘든 계절이라 대부분의 어묵제조 업체가 인력을 줄이는데 반해 삼진어묵은 오히려 최근 2년 간 여름 매출이 대폭 늘었으며 인력을 추가로 충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어묵 열풍에 삼진어묵 영도 본점은 주말의 경우 하루 1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본점 2층에 위치한 어묵체험관의 경우 한 달 기준으로 약 2,500여 명이 방문, 어묵 체험에 참가한다.

삼진어묵은 2014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이어 부산역에 입점한 것을 비롯, 현재 신세계 충청점까지 총 13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잠실, 노원, 판교 등 수도권에 위치한 백화점에 입점하며 수도권 진출에 주력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20여 개의 직영점 운영할 계획이다.
-삼진어묵의 내일

박종수 대표는 “올해는 그동안 이뤘던 성장을 안정화시키고, 조직의 시스템을 완성시키겠다”면서 “특히 기업의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실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특성상 성장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준비도 그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삼진어묵은 현재 호주•미국 등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해 신축공장 증축을 계획 중이다.

박종수 대표는 “지난해 중국 상해사무소 개소 이후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물량도 달리는 실정”이라면서 “제4공장을 신축해 국내외 물량 공급을 원활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진어묵은 향후 사회공헌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창업주부터 이어진 사회활동은 지금까지도 매년 실시되고 있다. 재작년 10월에는 삼진어묵이 위치한 부산 영도구 행복장학회에 2천만 원을, 작년 1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어묵 1천만 원 상당을, 어린이 재단 초록우산에는 향후 5년 동안 매달 기부를 약속했다. 기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어린이집과 공부방 등에도 어묵을 보내주고 있으며 올해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아동복지협회에 온누리상품권 1,000만원 상당, 어묵꼬치 4,000개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삼진어묵의 전통을 바탕으로 계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창업 3세대인 박용준 실장은 “대한민국에서 어묵만큼은 삼진어묵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싶고 어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어묵 시장의 경계를 새로운 시장으로 계속 확대해 가고 싶다.”며 “앞으로 70년, 8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개인적인 인생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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