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 65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쓰고 그린
세월호 이야기 42편 모음집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월호에 탔던 승객 476명 중에 172명은 가까스로 배에서 탈출했지만, 위험하니 배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선장의 말을 따르던 304명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에 갇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이었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슬픔에 눈물을 흘렸고,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해경에게 분노를 느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4개월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별숲에서 출간된 《세월호 이야기》는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 65명이 참여해 쓰고 그린 42편의 이야기를 묶어 낸 책이다. 어린이책 작가들과 어린이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원혼들을 추모하는 한편 참사의 원인이 낱낱이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마음을 모았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현수막 천에 인쇄해 광화문광장에 내걸었다. 《세월호 이야기》는 그것을 새롭게 책으로 펴낸 것이다.
《세월호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게 된 까닭은, 광화문광장에 온 사람들뿐 아니라 전국의 더 많은 사람이 이 작품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잘못된 사회 구조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데 뜻을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아울러 많은 날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게, 책이라는 기록물로 남겨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안전한 곳이 되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함이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의 글과 그림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어린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들이 깊은 슬픔과 절망감 속에서 배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나 죽었나요?/ 우리 남은 사람 중에 정말 아무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나요?//’ - 정유경 글, 김말랑 그림 (10쪽)
‘2014년 4월 햇살 환한 아침,/ 꽃보다 어린 아이들이 어찌하여 하늘나라로 단체 수학여행을 떠났습니까?’ - 김미혜 글, 여태현 그림 (64쪽)
‘시커먼 바닷물이 나를 삼켜요./ 차가운 바다가 나를 잃어버려요./ 내 세월이 그렇게 떠내려가요./ 엄마를 잃은, 아빠를 잃은, 친구를 잃은,/ 세월을 잃은 우리,// 잊지 말아 주세요.’ - 이경화 글, 김세경 그림 (68쪽)
‘어떤 그림도/ 어떤 글도/ 그 시간/ 그 고통/ 그 슬픔/ 표현할 수 없기에// 가슴치며 오열하고/ 분노하며/ 죄인처럼/ 우린 지금 이러고 있지’ - 김리라 글, 홍선주 그림 (77쪽)
그리고 원혼들을 위로하고자 애쓰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 난다. 그 위로의 말들은 또한 살아 있는 우리 자신들에게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용기를 내어 살아가라는 희망의 말이기도 하다.
‘이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까지 여기 다 있어요./ 아팠던 기억 무서웠던 기억은 두고, 좋았던 기억 사랑했던 기억만 가져갈게요.’ - 오시은 글, 박희경 그림 (33쪽)
‘네가 벗어 놓고 간 옷에서/ 너의 냄새에서 그리움 모아/ 밤마다 네가 찾아간 별 찾을게’ - 김바다 글, 박한별 그림 (24쪽)
‘그만 눈물을 닦고 하늘을 봐./ 리본으로, 나비로, 바람개비로 날고 있는 우리가 보이지 않니?/ 두고 봐. 나와 우리 모두 언젠가 세상을 바꿀 함성으로 훨훨 날아오를 테니까.’ 백승남 글, 김원주 그림 (41쪽)
‘죽지 않는 절대 죽지 않는/ 배가 뒤집혀도 살아나는/ 그래서 웃고 떠들고 랩 하고 춤추고/ 다시 밥 먹을 수 있는/ 환생꽃 따러 가요, 바다로/ 검어 짙고 캄캄한 바닷속으로 가요.’ - 전경남 글, 이억배 그림 (83쪽)
비록 세월호와 함께 304명의 귀한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나 바닷속에 가라앉고 말았지만, 그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이 땅에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함성과도 같은 울림으로 남는다.
‘나는 노란 리본이야/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영원히 잊지 않겠어/ 너희들의 웃는 얼굴을/ 그 목소리를!’ - 이병승 글, 김주리 그림 (13쪽)
‘다시는 우리 언니처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요./ 나는 잊지 않고 지켜볼 거예요. 내 친구들도 그러겠다고 나랑 새끼손가락을 걸었어요. 언니도 바람이 되고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볼 거예요.’ - 김하은 글, 김말랑 그림 (28쪽)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지 백 일이 지났어요./ 아직도 아이들이 남아 있어요./ 잠이 와요. 눈이 감겨요./ 하지만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아이들이 잊힐까 봐 두려워요.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 곁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발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외쳐요.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까요?’ - 김리리 글, 안효순 그림 (45쪽)
‘누가 내 친구의 생명을 앗아 간 거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왜?’ - 김해우 글, 조가영 그림 (48쪽)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은 이제 하늘나라로 가 버렸어요. 그 아이들은 그래도 듣고 싶어 해요. 사람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목소리를.’ - 김용란 글, 김선배 그림 (55쪽)
이렇듯 간절하고 가슴 절절한 이야기로 풀어낸 《세월호 이야기》 속 작품들에는 어이없게 목숨을 잃은 영령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이며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절절하다. 동시에 잘못된 사회 구조로 인해 더 이상 이 땅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어린이책 작가들이 참여해 만들었지만, 꼭 어린이만을 독자로 하는 책은 아니다. 물론 어린이들에게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이겨낼 힘을 줄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없애 이 땅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청소년들과 성인 독자들에게도 뜻 깊은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 모쪼록 이 책이 세월호로 깊은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살아갈 힘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덧붙여서, 《세월호 이야기》가 한 권 판매될 때마다 작가 인세 전액과 정가의 10%, 총 2,400원이 세월호 참사 추모사업을 하는 ‘안산 희망재단’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