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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성수동·연남동·익선동…서울의 새로운 문화동네

김지미 기자
입력 : 
2016-05-02 16:45:29
수정 : 
2016-05-04 14: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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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가죽공방’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 폐공장·창고가 복합예술 문화공간으로

회색빛 공장지대였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변화하고 있다. 성수동 곳곳에는 기존 폐공장과 창고 등을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 쇼룸, 스튜디오 등이 즐비하다. 성수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장들만 늘어서 있던 성수동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청담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중국인 등 관광객들이 넘쳐나면서 새로운 곳을 찾는 사람들 발길이 성수동 쪽으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고 전했다.

성수동은 1960년대 공업단지로 조성돼 공장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수제화 관련 제조업체들이 몰려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지역으로 꼽혔다. 실제 1990년대에는 금강제화·에스콰이아·엘칸토 등 우리나라 3대 구두 브랜드 생산 공장이 위치했다. 최근 이 지역 공장과 창고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대신 문화예술복합공간과 상점이 들어서고 있다. 다만 기존 공장을 허물기보다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개성 있는 모습의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같은 독특한 모습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마치 미국 브루클린의 공장 등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과 유사하다.

성수동의 변화를 논하면서 대림창고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 초 정미소로 사용된 대림창고는 1990년부터 공장 부자재 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행사, 패션쇼 등을 자주 열면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대림창고에서 ‘서울 시향 창고음악회:클래식 팩토리’를 열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대림창고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카페 ‘자그마치’는 인쇄소로 쓰던 공장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조명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고 유명 스튜디오인 ‘베란다 인더스트리얼’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영국 패션브랜드 ‘닥터마틴’은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에서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는 행사를 개최했다. 성수동하면 역시 구두의 메카다.

‘프롬에스에스(From SS) A’는 수제화 장인들의 숍이 한데 모인 곳으로 대표적 명소다.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구두를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매장마다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 두루 돌아볼 만한 곳이다. 이번 달에는 프롬에스에스의 두 번째 매장이 문을 열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에 추가 설치된 ‘프롬에스에스 B’에선 13개 장인이 만든 수제화 구두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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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잡는 ‘맛집’ 많아

성수동에는 맛집들도 많다. ‘통큰주먹고기’는 푸짐한 구성의 돼지고기 모듬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맛집이다. ‘주먹고기’는 고기의 모양이 주먹처럼 크고 두툼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큰 덩어리째 구워내기 때문에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풍부하다. 이 주먹고기를 24시간 동안 숙성시켜, 돼지고기 특유의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살렸다. 숙성된 주먹고기와 삼겹살, 가브리살로 구성된 주먹고기 모듬 1kg이 대표메뉴.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은 목살과 감칠맛이 우수한 삼겹살, 고소하고 쫄깃한 가브리살 모듬이 100g에 3300원이다.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음’은 성수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사해 어린 자녀를 대동한 손님이 유난히 많다.

서울숲과 성수동 사이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보난자 베이커리’는 순하고 착한 빵집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와 설탕, 달걀,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 전통 방식 그대로 밀가루와 소금, 물만을 사용하는 빵집이다.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커피 파는 가구 공방 ‘아이 니드 팩토리’는 인스타그램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다. 형제가 운영하는 가구 회사 ‘아이 니드’의 작업실이자 쇼룸 겸 커피숍이다. 빨간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편안한 캠핑 의자와 알록달록한 파라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아이 니드 팩토리가 추구하는 자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직접 만든 원목 소품과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가죽 공예 작품부터 캔버스 백, 향초까지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으로 커피는 3000원대에 판매하며 이외에 음료는 4000원, 명함꽂이 등의 작은 원목 소품은 5000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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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의 대표 카페 ‘봉주르’
▶연남동 골목엔 특별한 게 있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맛집이 곳곳에

서울 마포구 연남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개성 넘치는 연남동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다. 홍대입구역을 지나 연남동을 가보면 특유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카페와 맛집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실 연남동은 홍대거리나 가로수길처럼 넓은 상권이 아니라 골목에 가깝다. 대형 커피숍이 아닌 골목 안 작은 카페에 사람들이 눈을 돌린 것은 ‘같은 것, 큰 것’에 대한 싫증과 ‘나만의 것’에 대한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연남동은 맛있는 기사식당과 중식당이 많은 동네로 인식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예술가의 이색 공간으로 눈길을 끌더니 이제는 이국적인 레스토랑부터 카페, ‘경의선숲길’까지 그 모습이 다양해졌다. 최근 이곳의 다른 별명은 ‘연트럴파크’다. 지난해 6월 연남동 ‘경의선숲길’이 처음 개방되면서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경의선숲길이 조성되면서 더욱 활기를 얻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늘 시끌벅적한 홍대 번화가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철길과 은행길을 거닐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는 ‘동진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연남동 주민의 생필품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예술인이 모여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장을 찾아가면 작가가 직접 그 자리에서 그려주는 그림이나 손으로 만든 팔찌 같은 수공예품, 판매자가 바로 만들어 주는 먹거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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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주민들이 산책로를 걷는 모습.
▶수제 드립커피로 유명

연남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커피전문점들이다. 곰발커피는 연남파출소에서 좌측 길을 걷다보면 나온다. 빨간 외관에 검은 곰 발바닥 그림이 우선 시선을 끈다. 가게 주인의 손이 곰발바닥처럼 크다고 붙여진 별명에서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내부에는 5~6개 테이블이 있고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이다. 블렌딩한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여 향과 산미가 좋다. 모든 커피 메뉴에는 에스프레소가 2샷이 들어가 진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심은 연남동 동진시장 좁은 골목에 있는 카페다.

매장 한쪽에는 산지별 원두를 가득 담은 커다란 포대 자루가 있는데, 직접 원두를 만지고 향을 느낄 수 있다. 이심에서는 모든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터키 커피도 있다. 곤은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다. 연남 치안 센터에서 우측 길로 직진하면 회색 톤의 철재 외관이 돋보이는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내부에는 벽을 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와 테이블 2개가 있다.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다. 음료를 만드는 공간을 모두 오픈해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에스프레소 콘파냐 등 에스프레소 메뉴가 다양하다. 스코프서울은 2~3개월마다 바뀌는 테마에 따라 인테리어 소품들의 구색이 달라지는 카페다. 패션·액세서리·리빙 제품 등 다양한 제품들은 매장 2층에 마련돼 있으며, 패션 브랜드를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입점해 전시하기도 한다.

연남동에는 이연복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목란’이 있다. 40년 전통의 중화요릿집으로 바삭거림이 사라지지 않는 탕수욕과 튀김 만두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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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맥’을 마실수 있는 거북이 슈퍼, 게스트하우스 ‘비빔밥’
▶익선동 한옥마을의 변신

카페·갤러리·공방 등으로

익선동은 종로 3가역에서 경복궁 돈화문으로 향하는 왼편, 낙원상가로 향하는 오른편 뒷골목 마을의 이름이다. 1920년대에 조성된 개량 한옥 100여 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로 불린다.

원래 익선동의 조선시대 지명은 ‘정선방 익동’이었다. 그러다 익동의 ‘익’과 정선방의 ‘선’을 합해 익선동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도시형 한옥마을로 개발된 이후, 100여 년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뒤 10여 년간 추진되던 재개발 계획이 무산되고 최근에는 젊은 창업자들이 들어와 오래된 한옥을 정비, 개조하면서 개성 있는 카페, 갤러리, 공방 등이 새로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익선동 초입 골목에는 한옥을 리모델링한 갤러리자 카페인 ‘익동 다방’이 있다. 좁지만 멋들어진 정원이 있고 기역자 구조로 된 한옥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좁은 공간에 그래도 널찍한 여백을 확보한 빈티지 스타일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기간을 정해 전시하기 때문에 전시에 맞춰 간헐적인 방문을 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이 집은 머신 없는 드립커피로도 유명하다. 라떼를 주문하면 기계가 아닌 손으로 치대서 준다.

‘거북이 슈퍼’는 말 그대로 동네 슈퍼를 표방하는 곳이다. 각종 과자와 맥주를 부담 없이 꺼내 먹을 수 있다. 본업은 슈퍼지만 가게 한편에 테이블을 깔아 ‘가게에서 마시는 맥주’ 즉, 가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슈퍼 왼쪽에서는 먹태, 쥐포 등 각종 주전부리를 직접 구울 수 있는 연탄이 있다. 맥주는 국산만 판매하고 마시는 손님에게는 컵을 빌려준다. 컵라면과 과자 등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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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에는 한옥을 개조한 카페가 즐비하다.
‘식물’은 사진가가 운영하는 카페이자 예술 퍼포먼스 공간이다. 화분, 캐비닛, 오래된 가재도구 등 식물의 실내를 이루고 있는 오브제들은 익선동 골목을 걷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기존 한옥의 문을 화장실 거울로 재이용했다. 커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열두달’은 익선동 초입에 있는 상점 겸 식당이다. 익선동 한옥치고는 꽤 널찍한 공간의 중앙 정원에는 테이블 몇 개가 있는데, 정원에 투명 지붕을 만들어 비를 막아주고 하늘 전망을 볼 수 있게 한 게 특이하다. 중앙정원은 ‘ㄷ’자 형태의 한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하나의 공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각각의 상점으로 분할된 것들이다. ‘열두달’에서는 우리 쌀, 청정수, 좋은 약재로 만든 약주를 판매한다.

여기서는 ‘열두달’ 가게 주인의 프랑스 시어머니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각종 햄을 판매한다. 직접 기른 작물로 시간을 들여 만든 효소청과 조청, 곡물빵, 뿌리채소를 이용한 말랭이 등 가공품을 다룬다. 이 집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아홉 가지의 에일 수제 맥주를 한정판으로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경양식 1920’은 익선동 한옥마을이 조성된 1920년을 기념하는 레스토랑이다.

파스텔 톤 가구도, 에디슨 전구 조명도, 벽에 거는 옷걸이도, 타일이 가지런히 깔린 바닥도 온통 개화기 스타일이다. 메뉴는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두 가지뿐이다. ‘경양식집’의 전형적인 메뉴다. 음식 구성도 1980년대까지 변두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본 그 모습 그대로다.

그 밖의 메뉴로 ‘멕시칸 사라다’, ‘미제 소시지’, ‘하몽’과 ‘비엔나 커피’, ‘탄산음료’, ‘기린 이치방 생맥주’ 등과 와인, 소주 등을 판매한다.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7호(2016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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