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③'낡고 지루하다'던 명품, 밀레니얼 열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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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29.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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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디올 등 1990년 스타일 재해석한 '뉴트로' 선봬
美 경제지 "구찌, 밀레니얼에서 엄청난 인기…복고의 수혜"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내년 소비문화 트렌드로 '뉴트로(New-tro)'를 제시한다. 말 그대로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회상·추억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레트로는 30~50대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반면 뉴트로의 주체는 10·20세대다.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에 열광하는 현상이 뉴트로다. <뉴스1>은 새해를 앞두고 중구 을지로·종로 익선동·홍대·청담동 등 '핫 플레이스'를 찾아 2019년 소비주역으로 떠오른 '뉴트로족'을 만났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 지난 14일 방문한 청담동 구찌 매장은 오늘과 1990년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매장 실내 디자인은 소위 '알렉산드로 미켈레(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풍'의 디자인이었지만 매대에는 형형색색 복고 스타일의 의상이 가득 걸려있었다.

특히 2층 남성복 코너에서 복고 경향이 두드러졌다. 현재 판매 중인 2019년 봄·여름 크루즈 컬렉션은 나일론 재킷, 빅로고 후드·헤어밴드·힙색, 연청바지 등 과거 유행했던 의상을 재해석한 모습이었다.

매장에는 20살을 갓 넘긴듯한 남성 고객 두 명이 앉아 조용히 수다를 떨었다. 각각 '후리스'와 '푸퍼'를 걸친 이들 '밀레니얼'(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일컫는 말) 고객은 직원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매장을 빠져나갔다.

20대 남성이 럭셔리 브랜드인 구찌를 살 만한 구매력이 있을까 의아하지만 매장 직원은 "매장을 찾는 고객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조금 더 많긴 하지만 남성과 여성 고객 비중은 대체로 반반"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3층 여성복 매장에 구찌 로고가 적힌 푸퍼와 빅로고 티셔츠가 진열돼 있다. © News1

◇美 BI "밀레니얼의 구찌 사랑…1990년 복고 스타일 영향"

뉴트로(새로운 복고, 1020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이끌려 하는 현상) 열풍은 명품업계도 강타하고 있다. 각 명품 브랜드는 복고를 저마다 재해석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명품은 낡고 지루하다'는 밀레니얼 고객의 인식을 깨뜨리고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구찌다. 지난 7월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구찌가 10대와 밀레니얼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구찌 매장에 방문해 최근 밀레니얼 사이에서 구찌의 인기를 분석했다.

BI는 2015년 새로 취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젊은 층의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구찌는 또한 1990년대 스타일 복고의 수혜(Benefit)를 누리고 있다"며 "젊은 쇼핑객 사이에는 빅로고 유행이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밀레니얼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구찌의 실적도 크게 뛰었다. 세계적으로 명품 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구찌의 지난 3분기 매출(글로벌, 조정치)은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했다. 미켈레 CD가 취임하기 이전인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구찌 매출은 전년 대비 -1.1% 줄어들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직원은 의류, 신발, 가방 모두 빅로고가 들어간 제품이 가장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브랜드 이름이 눈에 띄는 것을 촌스럽게 여겼던 경향에서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시계 방향 순서로 코튼 스웻셔츠 윗 구찌 로고, 구찌 프린트 숄더 백, 세귄 구찌 해드밴드 앤 리스트 커프스 롸이톤 구찌 로고 레더 스니커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디올·폴로 랄프로렌, 90년대 인기상품 재현한 '복각 상품' 선봬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들은 구찌처럼 Δ'빅로고' 프린트, '어글리' 디자인, '코듀로이(골덴)' 소재를 내세우면서 1990년대 스타일은 재해석하거나 Δ1990년대 인기 있던 제품을 새로 내놓는 '복각 상품' 출시하면서 뉴트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디올은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자사의 인기 제품 '새들 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디올은 국내외 인플루언서에 해당 제품을 협찬하는 등 공격적인 SNS 마케팅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했다. 국내에서도 공효진, 수지, 민효린, 티파니 같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기은세, 한혜연 등 패션 인플루언서가 새들백을 맨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미국 패션 정보 플랫폼 라이스트(Lyst)는 구글 검색, 소셜미디어 게시글, 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해 지난 3분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상품 1위로 새들백을 꼽았다. 라이스트는 "세계의 인플루언서 100명이 새들백을 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이틀 사이에 새들 백 관련 검색량이 957%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1993년 출시한 폴로 랄프로렌 CP-93 컬렉션(오른쪽)과 2018년 이를 복각한 CP-93 캡슐 컬렉션(왼쪽)©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지난 1월 폴로 랄프로렌도 1992년 국제 요트대회 미국 국가대표팀이 입었던 유니폼을 복각한 'CP-93 컬렉션'을 출시했다. 1990년대 초기에 유행했던 선명한 원색과 그래픽 프린트, 보트 이미지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보그는 "폴로 랄프로렌은 90년대 상징적인 상품을 복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I도 "폴로 랄프로렌이 자사의 가장 상징적이고 인기 있던 90년대 컬렉션을 다시 출시했다"고 전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NBA(미국 프로농구)의 전성기였던 1990년 농구화를 닮은 '오렐리옹 남성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뉴트로 열풍에 합류했다. 농구화처럼 투박한 디자인과 복고풍의 다양한 색상·패턴 조합이 이목을 끈다.

루이비통은 화려한 색상의 브랜드 로고와 엔틱 금장 심볼을 포인트로 준 '뉴 웨이브 체인 백'을 선보였다. 핸드백 상단 손잡이 쪽에 다채로운 컬러 로고를 더해 1990년대 느낌을 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뉴트로는 단순히 '과거의 것'이라서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거부했던 과거의 반항적 트렌드가 밀레니얼의 감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유행하는 것"이라며 "복고를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뉴트로 열풍이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 코드로 확대되면서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내다봤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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