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출신 예비학원강사 '靑외압' 폭로…'새직장' 광고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진캡처=신재민 전 사무관 유투브 게시물

행정고시에 합격해 최근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예비 공무원학원 강사가 유튜브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29일 유투브에 올린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했다고?!'라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지난 5월 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의혹 보도를 촉발한 문건을 언론을 제보한 이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건은 KT&G 사장 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방안을 담았다. 정부의 소유 지분이 없는 만큼 사장 선임 과정에 직접 개입이 불가능하고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 지분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도가 있자 기재부는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기재부는 "해당 문건은 담배사업을 관리하는 출자관리과 담당자가 담배사업법 적용대상 기관인 KT&G의 경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KT&G 사장 인선을 압박하거나 사장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에서 "다순히 실무자가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 차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데 대해 "KT&G는 민간기업으로, 사장 교체에 관여하려는 것은 LG나 삼성 사장 교체에 국가가 관여하려는 것과 같다"며 "이번 정권은 민간기업 인사 개입하지 않느다고 했는데, 청와대 지시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 과정 보며 공무원으로 창피했다"며 "민간기업 사장을 교체하려 한 것이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2년 행정고시 합격해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조정과에 근무하고 지난 7월 퇴직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공무원을 그만 둔 데 대해 "문건을 유출한 사람으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직생활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신 사무관과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공무원은 "성실하고 순수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할 때 직원들이 만류하자 신 전 사무관은 "공무원이 체질에 안 맞아 다른 길을 찾으려 한다. 학원 강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 출자와 관련해 직접 업무를 맡지는 않았다. 해당 업무는 출자관리과 소관이다. 본인 스스로 유투브에서 "서울에 있는 차관 집무실 부속실에 문서를 출력·편집하러 갔다가 '대외 주의' 차관 보고'로 시작하는 관련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을 6.9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으로, 그동안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주 차원에서 KT&G 사장 선임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혀 왔다.

폭로 사실 진위 여부 논란과 함께 해당 문건이 공무상 취득한 비밀인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무원법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동영상 마지막에 '광고중'이라고 표시와 함께 온라인 교육업체와 계약한 사실을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공무원 준비생에게 잘 가르칠 수 있게 강의가 준비가 되면 충성을 다해서 열심히 강사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온라인 교육업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의 마인드가 단순히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이상이구나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