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부르짖으면서 스스로를 불살랐던 전태일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이보다 좀 늦게 출발한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이번이 8회째이다.
올해 전태일문학상에는 시, 소설, 생활.기록문 세 부문에 각각 600편(응모자 105명), 47편(42명), 63편(55명)의 작품들이 접수되었으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세 부문에서 각각 당선작이 선정되었다. 시 부문에는 권상진의 「영하의 날들」 외 3편이, 소설 부문에는 이번 수상작품집 표제작으로 게재된 이종하의 장편 「사람의 얼굴」이, 생활.기록문 부문에는 신정임의 「아줌마 백화점에 가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응모작의 심사는, 시는 백무산, 맹문재 시인이, 소설은 이시백, 안재성 소설가가 맡아 주었다. 전태일문학상의 특징적 장르인 생활.기록문 부문은 박영희, 김해자 작가가 심사를 맡았다.
시 부문 당선작 「영하의 날들」 외 3편은 반어 의식을 통해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으로,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세운 기존의 노동시를 극복했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폭염으로 사망한 쪽방촌 노인을 그린 「영하의 날들」에 대해 “노인의 죽음이 날씨 때문이 아니라 극한의 외로움, 즉 영하의 상황 때문이라는 시인의 인식은 우리 사회의 음지를 새롭게 확인시켜준다.”며 “양극화가 심화되어 생명까지 위협당하는 인간 소외의 문제를 객관적이며 분석적으로 고발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소설 부문 당선작인 「사람의 얼굴」은 가방공장 공원인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학생운동가를 통해 삶과 의식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진지하게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자칫 식상한 후일담이 될 수 있는 7, 80년대의 이야기를 무리 없이 끌어낸 서사적 능력을 높이 샀다. 자전적 일대기와 소설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서사의 균형감이 그를 가능하게 했다고 보여진다.”며 “비록 문학적인 기량은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나,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진정성과 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심의 단면들이 전태일문학상의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생활.기록문 부문 당선작 「아줌마 백화점에 가다」는 화려한 불빛에 감춰진 백화점 노동자들의 일상과 현실, 그리고 아픔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은 스스로 체험한 바를 자기 것으로 녹여내어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했고, 문장과 구성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으며, 기승전결도 분명하고 이야기의 씨줄날줄이 잘 교직되어 반복이 되는 부분조차도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낸다.”며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전태일청소년문학상에는 시, 산문, 독후감 세 부문에 각각 61명(209편), 61명, 49명이 응모했으며, 산문 부문에서 「자물쇠」를 출품한 윤예솔 등 2명, 시 부문과 독후감 부문에서 각각 4명 등 모두 10명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번 수상작품집에는 1994년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가작 수상자 심영의의 자선작 「밤의 기차」가 특별 게재되었다. 그해 개최된 전태일문학상은 시 부문에서 당선자 1명, 소설 부문에서 가작 2명만을 선정하면서 수상작품집을 별도로 출판하지 않고 월간 사회평론 『길』 1995년 1월호에 당선작 발표와 시 부문 당선작만을 게재하였다. 전태일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이번에 이들 작품들을 재수록하려 하였으나 심영의 작가와만 연락이 되었고 당시 작품도 유실되어 부득이 신작을 수록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추후 연락이 된다면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작품집에 재수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