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발행 압력 의혹 靑 인사 차영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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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02. 오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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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2일 2017년 11월 적자성 국채 4조원을 추가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던 당사자로 차영환 국무조정실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기재부 고위층이 적자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차 차장 등 청와대 비서진이 압력을 넣어 김 전 부총리의 결정을 되돌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차영환 차장이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 혹은 이상규 국채과장(누가 전화를 받았는지 지목하지 않았음)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 배포된 국채발행계획 보도자료를 철회하라는 압박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를 지목한 것이다.


차영환(사진) 차장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출신으로 기재부 사정에 정통하다. 기재부 선배인 그가 전화를 걸어 업무관련 지시를 하면 후배기수인 현직 국·과장들이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위치다. 차 차장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등 거시경제 정책을 다뤘으며, 부 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는 평가를 듣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12월 차관급 인사에서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으로 승진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금까지 인터넷 게시글과 유튜브 영상, 언론 인터뷰 등에서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만 언급했지 언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지했는 지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 전 사무관이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그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장과 국장이 내 옆에서 청와대와 (통화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이 차영환 차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언급한 상황은 2017년 11월 23일 ‘2017년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및 11월 발행실적’이라는 보도자료 배포 전후다. 이 자료는 오후 4시30분에 배포됐고, 보도가능한 시점은 오후 5시였다.


이 자료는 기재부 내부 격론 끝에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이 반영돼 있었다. 이 자료에는 ‘12월 국고채를 4조6000억원 발행하고, 5000억원 규모 국고채 매입(바이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으면 바이백을 실시하지 않고 국채발행규모도 4조원 가량 더 많았어야 했다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신 전 사무관은 차 차장이 추가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번복시키기 위해 이미 배포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는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보도자료 배포 후 보도 가능한 시점까지 불과 30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부총리가 이미 결정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뒤엎으려고 하는 것에 참담함을 느꼈다"면서 "(과장이) 몇몇 기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배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를 철회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폭로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차 차장의 압박은 무위로 끝났다. 기재부는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를 철회하지 않았고, 당초 계획대로 12월 국고채를 4조6000억원 발행했다.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 위해 국고채 발행규모를 11월(7조5130억원·바이백 2조원 포함)보다 대폭 줄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 안팎애서는 추가국채 발행과 관련된 업무과정 속에서 의견을 묻기 위해 차 차장이 실무자들과 통화한 상황을 신 전 사무관이 오해를 한 것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차영환 차장의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재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차영환 전 경제정책비서관이 그 당시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도자료를 회수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12월 발행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신 전 사무관 주장을 반박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조규홍 전 재정관리관(차관보급) 등 실무진에게 적자국채 발행을 8조7000억원까지 늘리라고 지시를 했지만, 내부 격론 끝에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상황이 바뀐 것과 동일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볼 수 있다. 추가국채 발행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11월 15일 예정된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기재부는 12월 국채발행량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았다.

[세종=정원석 기자 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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