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강조한 신재민 "국고채 바이백 취소했지만...과정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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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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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긴급기자회견 열어 "먹고 살기 위한 폭로 아니야"... 기재부 반박에 대한 재반박은 못 내놔

[오마이뉴스 글:곽우신, 편집:김지현]

▲ 신재민 전 사무관 긴급기자회견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는 몰랐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긴급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었다.
 
2일 오후 1시 50분께 고려대학교 재학생 온라인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신재민 전 사무관의 '기자회견 공지글'은 빠른 속도로 기자들에게 퍼져나갔다.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 시각보다 고작 약 1시간 전에 공지됐지만, 기자회견장인 서울 역삼동의 한 스터디카페는 수십 명의 기자들로 가득 찼다.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많은 기자들이 문밖으로 길게 늘어섰다.

기획재정부에서 나온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29일, 유튜브와 고파스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적자성 국채 발행을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KT&G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허위'라고 반박했다. 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KT&G 사장은 외국인 주주의 반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2일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신 전 사무관은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갔다"라며 "기자분들이 집 앞에도 있어서 모텔에서 자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간략히 피력한 후, 현장의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반박에 대해서 명확히 재반박하지는 못했다. 또한 국고채 재매입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의 실명이 거론됐지만, 명징한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폭로한 것 아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노이즈 마케팅' 의혹에 대해 "먹고살기 위해서 영상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 "먹고살기 위해서였다면 국가 공직에 있었던 동안 말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내가 부당하다고 느꼈으면 다른 사람도 느꼈을 것"이라며 "이걸 남기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에서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부채(국고채 재매입)와 관련해서 총리 보고가 네 번 들어갔다, 내가 담당자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세 명밖에 안 남았다"라며 "(기재부가) 내가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고발에 대해서는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면서도 "공익제보자가 숨어 다니고 사회에서 매장당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공익제보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공익을 위해 제보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런 게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는 몰랐다"라고 고백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으로는 당당하게 살 것"이라며 "(나는) 어떤 이익 집단·정치 집단과 연결돼 있지 않다, 행정조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취재진 앞에 선 신재민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부끄러움 느꼈던 건, 바이백이 하루 전 취소된 것" 
 
신재민 전 사무관은 '내부 논의를 거쳐서 국고채 재매입(바이백)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기재부의 해명에 대해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공무원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바이백이 하루 전에 취소된 것"이라며 "그 의사결정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그래서 분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비상식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기재부에서 왜 바이백을 취소했는지는 말을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의 전말을 아는 3명'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드리기는 어렵다"라면서 "다만 내용과 조직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나중에 기재부 쪽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기자 분들께 문서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 출범 첫해에 채무 비율을 굳이 높일 필요 없었다'는 기재부 해명에 대해서도 "중요한 건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과장·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도자료 취소하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엠바고 풀리기 전에 기사 내리면 안 되겠냐'고 과장이 몇몇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라며 그 시점은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으로부터 전화 받은 이후"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전 사무관은 국고채 발행을 통한 부채가 박근혜 정부 통계로 잡히기 때문에 전 정부 대비 현 정부의 통계 수치를 좋아보이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에 '박근혜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 통계로 잡힌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중에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올라가면 정권에 안 좋다"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해명에 따르면 해당 바이백을 실행했을 시 증가하는 GDP 대비 채무 비율은 약 0.2%이다.
 
이외에도 그는 "지금 핸드폰도 없다"라며 윗선으로부터의 연락이나 압력이 없었다고 이야기했고,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비망록에 대해서도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다만 추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자 지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T&G 사장 인선 개입에 막막함을 느꼈다"라고 말했으나, 정부의 인사 개입을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부 의사결정 시스템이 비상식적" 주장
 
신재민 전 사무관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드린다"라면서 "바이백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바이백을 한다고 해놓고 안 한다고 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루 전에 취소하면 분명 어떤 기업들은 피해를 입고 누군가는 고통받는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 한 사람이 나섬으로 인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됐으면 한다"라며 "중요한 건 정권이 아니라 의사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라고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20여 분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나가는 그에게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취재진이 몰리면서 스터디카페의 일부 기물이 파손될 정도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는 기자들 앞에서 끝까지 자신의 진정성과 순수한 의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폭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얼굴 가린 신재민 전 사무관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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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지침이 있었죠. 연극이 있었고 책이 있었고 신문이 있었고."<보도지침>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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