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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

짬뽕 먹을까 짜장면 먹을까는 만인의 고민이다. 국물 있는 짬뽕으로 낙찰되면 다행인데 쫄깃한 면으로 정했을 경우 짜장면이냐 간짜장이냐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감칠 맛 나는 짜장면과 짭짤한 간짜장 사이에서 침을 삼키며 방황한다.

행복은 선택이다. 불행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 있고 행복해 보여도 불행을 목에 걸고 사는 사람이 있다. 상태가 열악해도 행복하고 싶은 사람은 행복해진다.

사람의 허울을 쓰고 사는 한, 사람은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굴레는 말이나 소를 부리기 위해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이다.

윌리엄 서머싯의 '인간의 굴레'는 안짱다리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의 이야기다. 주인공 캐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그들도 고통 속에서 인색하고 부질없는 생을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 젊은이의 역경과 냉소적인 진단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행복은 내 손에 쥔 열쇠다. 이것 하며 저것 생각하고, 저것 하며 이 짓 하고, 손에 쥐고도 찾기에 열중하는 건망증으로 낭패 본 적이 한두 번이랴! 자동문을 달았더니 이번엔 패스워드를 까먹어 출입 금지! 문 안에 서태후의 이화원 별장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랴. 행복으로 가는 문의 열쇠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죽을 때까지 가슴에 새길, 아무도 알지 못할 나만의 비밀번호는 남겨두어야 한다.

심장기형 리사를 낳고 리사 아빠를 식도암으로 잃었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행복의 열쇠를 놓치지 않았기에 내 삶은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로댕이 20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미완성으로 남은 '지옥의 문'에는 200여 명의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혹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웅장한 문 앞에 서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지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문인지 헷갈린다. 그 문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면 내가 서 있는 곳이 분명 천국이다.

'행복한 삶의 법칙'을 연구한 하버드 의대 베일런트 교수팀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 짓고 행복한 삶은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진단을 내리기엔 너무 애잔하고, 학술지에 실리기에는 영구불멸의 존재다"라고 말한다.

행복은 선택이고 선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건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고 사랑이다. 사랑은 없는 것을 풍부하게 하고, 빈곤을 부끄럼 없는 부유로 채워주고,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외로움을 그리움으로 달랜다. 행복은 파랑새다. 내 품에서 지금 사라진다 해도 둥지 틀 마른 잎새 하나 가슴 깊이 간직하면 파랑새는 다시 돌아온다. 크든 작든, 화려하든 참혹하든, 짬뽕을 먹든 짜장면을 먹든 내 구미에 당기는 삶을 사는 게 행복이다.

파랑새 날아간 서쪽 하늘엔 무지개가 선연히 보인다.


이기희 / 윈드화랑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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