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학종에만 올인" 돌아온 대치동 돼지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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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30. 오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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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앤 연세대 수시…사교육시장 들썩

국영수 위주서 학생부 관리로
1대1 멘토들 억대 몸값 기본
겨울방학맞아 모셔가기 열풍

발명·코딩교육 등 컨설팅에
학습 심리상담까지 주선도


"'연세대 수시=로또'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연세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이 안 되는 학생조차도 너도나도 연세대 수시 학종(학생부종합전형)·논술을 준비하겠다며 분주한 분위기예요. 겨울방학 때 어떻게 하든 A급 학종을 만들겠다며 부랴부랴 발명이니 코딩이니 이것저것 시작하는 거죠."(서울 강남 일대 입시 상담가 A씨)

"12월에는 엄마들끼리 눈치 싸움이 더 심해져요. 겨울방학 땐 선행학습은 기본이거니와 향후 아이의 학종 준비를 도맡아줄 멘토 찾기에 적기거든요. 최근 1~2년 사이 수시 학종을 통해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엄마가 있다면 몸값에 관계없이 서로 모셔 가려고 안달이에요."(강남구 거주 고교생 학부모 B씨)

초·중·고등학교 겨울방학이 12월 말부터 시작된 가운데 방학을 입시 성공의 기회로 만들려는 학부모와 입시 업계 종사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과거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을 중심으로 유명 학원이나 과외 교사 등으로 팀을 꾸려주던 '돼지엄마'(일명 '돼지맘'·입시 정보나 공부법 등과 관련해 정보력이 뛰어난 엄마)들이 이제는 방학 기간에 '학종 멘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연세대가 2020학년도 입시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다른 유명 대학도 수시 최저학력 기준을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풍문이 돌면서 발명, 코딩, 독서, 봉사, 스피치 등 비교과 영역을 학습하는 '학종 준비팀'을 만들어주고 관리까지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돼지맘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들 돼지맘은 학생의 학습 컨디션을 살펴주며 심리상담사까지 주선해주는 등 입시 컨설턴트와 보모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 특징이다.

30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소수 정예 학종 준비팀을 짜고 관리하는 일부 돼지맘은 강남 일대 유명 강사에 버금가는 몸값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남 일대에서 3년째 돼지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C씨는 "그간 수시 학종전형으로 아이 여러 명을 명문대에 보낸 이력이 소문나면서 억대 연봉은 기본으로 받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주로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가 멘토(돼지맘)를 고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정보 취득에 유리한 조기맘(조기 사교육에 열성인 엄마)과 달리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학생의 학종 관리를 도맡아 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C씨는 현재 서울 강남 유명 사립고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의 학종 준비를 전담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연세대 수시 학종팀을 꾸려 달라며 문의해 온 학부모가 몇 명 있다"며 "대부분 지난 1년 동안 정시를 준비했다가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아 수시로 방향을 갈아탄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C씨처럼 교과목 외에 비교과 활동 영역까지 팀을 만들고 관리하는 돼지맘은 많지 않다. 입시 상담가 A씨는 "최근 TV 드라마를 통해 일대일 입시 컨설턴트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학부모들이 아예 올해 유명 의과대나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엄마들을 연결시켜 달라는 문의를 정말 많이 해오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한 학부모에게 학생의 학종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멘토를 소개해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C씨는 "국영수 따라잡기에도 바쁜 겨울방학이지만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종 준비가 무엇인지 파악해 팀을 만들어 준다"며 "교과팀을 제외하고 요즘 제일 많이 만드는 팀이 독서 토론팀, 코딩 개발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입시 전략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서울 송파구)는 "학종 준비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정작 수능 커트라인을 맞추지 못했다"며 "수시에 붙고도 내년에 재수할 수밖에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이나 대외활동 때문에 교과 기본기를 쌓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이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주도적인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소장은 "대학에선 다방면에서 여러 활동을 한 학생보다 특정 영역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비교과 활동 스펙트럼을 너무 넓히는 것은 좋지 않다"며 "무엇보다 여전히 많은 상위권 대학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과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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