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넥슨 매각, 또 하나의 미래 산업 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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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08.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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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대 게임 기업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을 처분키로 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 2381억원으로, 창업 후 최대 실적을 올린 알짜배기 기업을 갑자기 팔겠다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넷마블·엔씨소프트 같은 국내 업체들은 10조여원으로 추정되는 이 회사의 인수 가격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한국 업체에 눈독 들이고 있는 중국 텐센트 등 해외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은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한 절대 강자였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e스포츠도 한국 기업들이 산파 역할을 했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중국 업체들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미국·중국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한국 업체들은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안 그래도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넥슨 매각은 한국 게임 산업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한국 업체가 주도권을 상실하고 주변으로 밀려날 처지가 됐다.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가 사업 의지를 꺾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청소년의 심야 PC게임을 강제 차단하는 '셧다운제' 등 다른 나라엔 거의 없는 규제들로 게임 산업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제품 출시 전 개발자들이 몇 달간 집중 작업을 벌여야 하는 게임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 산업을 적극 지원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게임을 중독성을 조장하는 사행 사업으로 분류해 규제를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결국 한국 게임의 대표 기업 창업자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경쟁에서 밀려나는 미래 산업은 게임만이 아니다. 바이오·드론·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가 달린 각종 4차 산업 분야에서 중국 등에 속속 밀리고 있다. 정부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는 사이 경쟁국 기업들은 펄펄 날고 있다. 이대로면 제2, 제3의 넥슨이 계속 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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