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냥을 부활시킨 디자인 회사가 있다. 이들 손에서 성냥은 단순히 불 켜는 도구가 아니라 기호품이자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출판사ㆍ영화사ㆍ성당ㆍ드라마제작사 등 각종 콘텐트 회사가 이들과 손잡고 하나밖에 없는 성냥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사라지는 옛 것에 새 삶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는 오이뮤의 전민성(34)ㆍ신소현(32) 공동대표를 만났다.
Q : 어떻게 옛 것에 관심을 갖게 됐나.
A : “할머니와 엄마 세대의 생활 문화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았다. 오래 써서 이야기가 듬뿍 담긴 물건이 많지 않나. 너무 빨리 발전하다보니 물건과 함께 이야기도 몽땅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옛 문화를 소개하면서 쓰임새를 새롭게 제안하고 싶었다. 주말마다 지역 장터를 돌며 디자인 사각지대에 놓인 물건을 찾는 게 우리 데이트 코스였다.”
Q : 그 중 성냥을 고른 까닭은.
A : “성냥공장이 사라져 간다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경북 의성군에 있는 공장인데 폐업절차를 밟고 있었다. 성냥갑을 잘 디자인하면 단순히 불 켜는 도구에서 기호품 같은 걸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걸음에 달려갔는데 반응이 별로였다. 수 차례 찾아갔더니 전국에서 하나 남은 성냥공장인 유엔성냥을 알려주시더라. 재래식으로 성냥을 제작하는 곳인데 사장님이 우리의 제안을 흥미롭게 받아주셔서 시작하게 됐다.”
Q :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나.
A : “판매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성냥이 가득 든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각종 편집숍을 돌아다녔다. 이런 성냥이 있고,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숍에서 함께 팔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는데, 반응이 전혀 없었다. 성냥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심기일전하여 기획서를 만들었고, 전국의 편집숍과 문구 회사에 뿌렸다. 조금씩 판로를 개척했고, 늘려나갔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예쁘게 연출한 성냥 사용법도 올리고, 여러 콘텐트 회사와 협업하면서 차츰 길이 트였다.”
Q : 성냥 시리즈에 이어 향을 내놨다.
A : “시중에 유통되는 향은 수입산이 대부분이다. 아주 저렴하거나 비싸거나 둘 중 하나다. 국내에도 향방이 몇 군데 있는데 재례용 향만 만들다 보니 일상용품으로 쓰는데 한계가 있었다. 경기도 이천의 전통 향방에 찾아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향을 새롭게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성분을 모두 밝히고 믿을 수 있게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백단 나무 향이 인기가 많고, 해외 수출도 조금씩 하고 있는데 무화과 향이 월등하게 잘 나간다.”
Q : 가장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A : “뻐꾸기 시계다. 현재 뻐꾸기 시계를 생산하는 공장이 국내에서 단 한 곳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뻐꾸기 시계는 한 때 부의 상징이었다. 양옥집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시계 공장이 다 망했다. 남은 공장 하나는 현재 일본에서 외주 받아 시계를 납품하고 있다. 이 뻐꾸기 시계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소리도 모던하게 바꾸면 어떨까 했는데, 금형작업을 위한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멈춘 상태다.”
Q : 옛 것을 오늘날로 소환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A : “소재는 무궁무진할지라도 디자인 입혀서 시장에 내놓는 과정이 쉽지 않다. 시장 원리에 의해 사양산업이 된 제품군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온다는 것이 어찌 보면 역행일 수 있다.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새롭게 보여드린다는 게 맞겠다. 핵심이 되는 콘텐트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소개하려고, 불씨 하나에 희망을 걸고 생계 유지했던 시절을 성냥 속에 담았듯 풀어나가려 한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ㆍ오이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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