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목에도 황금 햇살이 내려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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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새해 일출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타워에서 지난 1일 일출 무렵 휴전선 너머 북한 구선봉과 해금강 일대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앞쪽에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바다로 조그맣게 툭 튀어나온 곳이 송도다.


통일로 향하는 길목에 황금돼지띠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을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타워에서 맞이한 것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고성군 현내면에 지난 28일 통일전망타워가 새로 문을 열었다. 북한 땅이, 금강산이 지척인 곳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한해를 시작했으니 금상첨화였다.

통일전망타워는 통일전망대 좌측에 높이 34m로 지어졌다. 지상 4층, 연면적 1675㎡ 규모다. 기존 통일전망대보다 20m 이상 높아 북한 땅을 더욱 넓게 조망할 수 있다. 1층에는 카페와 특산품 판매장 등 휴게·판매시설이, 2층엔 통일홍보관과 전망교육실, 라운지 등이 들어섰다. 3층엔 전망대와 포토존이 설치됐다. 기존 통일전망대 건물은 리모델링한 뒤 북한 음식 전문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평소 오전 9시부터 가능했던 관광객 출입이 지난 1일 오전 6시부터 허용됐다. 새해 첫날 통일전망타워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한 해를 계획하는 관광객을 위해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군사분계선(휴전선)과 해금강 일대의 모습은 물론, 멀리 금강산의 능선까지도 훤히 보인다.

전망타워 남쪽 바다에서 새해 첫 아침 해가 구름에 살짝 가려진 채 붉은 기운을 토해낸다.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바다도, 주변의 산도, 사람의 얼굴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바위로 이뤄진 금강산 1만2000봉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구선봉과 그곳에서 바다로 이어진 현종암, 복선암, 부처바위, 사공바위, 외추도 등의 해금강 작은 섬들도 황금빛을 머금는다. 평화를 머금고 뜨는 새해를 보며 남북관계에도 더욱 따뜻한 볕이 들기를 기대해본다.

구선봉 아래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호수 감호가 살짝 보인다. 남북 군사분계선 시작점인 송도에는 연신 몰아치는 파도가 가져온 포말이 하얗게 부서진다. 멀리 시야를 돌리면 옥녀봉, 세존봉, 신선대 등 금강산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우리 민족에게 금강산은 명승지 이상이다. 예부터 많은 선비가 금강산 유람을 버킷리스트로 삼았다.

과거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됐던 시절 금강산을 가려면 동해에서 배를 타고 꼬박 하루를 정박했다 들어가야 했다. 이후 육로관광이 열리면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전망대 바로 아래 도로와 철길이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동해 북부선 금강산 철길이 뚫린다면 남북출입사무소 안에 있는 제진역에서 감호역, 구읍역을 거쳐 온정리역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제진과 감호역 사이는 11㎞밖에 안 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DMZ박물관’을 들러보자.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민통선 안에 2009년 개관했다. 세계 냉전의 유산인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6·25전쟁 전후의 모습, 정전협정으로 생긴 군사분계선과 DMZ가 갖는 역사적 의미, 전쟁 후에도 계속됐던 군사충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의 독특한 생태환경 등을 세련된 전시물과 영상으로 재구성해 놓았다. 통일전망대나 DMZ박물관에 들어가려면 남방 10㎞ 지점의 현내면 마차진리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청을 해야 한다.

통일전망타워에서 본 구름 사이 새해 일출이 장관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 김일성 별장으로도 쓰였던 ‘화진포의 성’ 등이 자리한 곳이 화진포다. 독일인 건축가가 지어 독일 성의 윤곽을 지난 화진포의 성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실 운동을 시작한 셔우드 홀 박사의 별장이었다.

이기붕 별장은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건립된 뒤 북한군 간부 휴양소,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의 별장, 육군사령부 휴양소 등을 거쳤다.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의 성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여행메모

막국수·짬뽕비빔면·도루묵… 먹거리 다양
응봉에 오르면 화진포 호수·바다를 한눈에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홍천 나들목에서 빠진다. 강원도 인제 원통, 진부령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거진항을 지나면 화진포에 닿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거진, 간성행 버스가 오간다. 약 3시간 소요된다. 화진포에서 고성 통일전망타워가 지척이다.

고성에는 내로라하는 막국수 집들이 여럿 있다. 토성면 백촌리의 백촌막국수가 유명하다. 구수한 막국수도 좋지만 곁들이는 편육이 맛있다. 손님이 많아 점심에는 대기하는 줄이 길다. 토성면 교암리의 금화정막국수도 메밀향 짙은 막국수를 낸다. 주문을 받은 뒤에 국수를 뽑기 때문에 손님 회전이 느린 편이다. 지역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곳이다.

현내면 초도리의 중국음식점 ‘동해반점’도 들러볼 만하다. 불향이 물씬 나도록 해산물을 볶아 국수를 비벼 먹는 짬뽕비빔면이 추천 메뉴다.

기존 전망대 보다 20여m 높은 34m로 지어진 통일전망타워.


거진항 일대에 식당들이 몰려 있다. 생태찌개와 도루묵, 물회 등을 맛볼 수 있다. 물회에는 가자미회와 오징어, 해삼을 기본으로 전복, 멍게,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대진항 금강산횟집은 자연산 활어회와 해산물 반찬을 풍성하게 내놓는다.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 산호류 등 1500여종을 전시하고 있다.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가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해변 남쪽에 응봉(해발 122m)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꽁꽁 얼어붙어 은쟁반 같은 화진포 호수가, 오른쪽으로 색 포말을 일으키며 성난 사자처럼 포효하는 화진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고성(강원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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