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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2 무역전쟁 와중에…뒤에서 웃는 태국·브라질·인도

이새봄 기자
입력 : 
2018-07-16 17:29:53
수정 : 
2018-07-16 21: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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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로봇·항공부품·車 등 태국으로 설비시설 이전 기대
브라질, 중국산 철강 고율관세에 6월 對美 철강수출 5월대비 395%나 늘어
인도는 대중면화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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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무역전쟁을 통해 이미 '특수'를 누리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파키스탄 브라질 이란 등 현지 주요 언론에서는 자국이 무역전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태국 방콕포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은 태국에 도움이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방콕포스트는 사설에서 "미·중이 서로 과중한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로봇·항공부품·자동차·컴퓨터부품·전자제품·에너지 장비·농업기계 분야 설비시설 이전이 기대된다"고 봤다. 특히 태국은 연간 자동차를 200만대 생산하는 등 아세안 지역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꼽히는 만큼 이번 무역전쟁을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브라질은 이미 톡톡히 무역전쟁 '효과'를 보고 있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달 브라질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5억4900만달러(약 6116억원)로 5월 대비 395%나 늘었다. 철강뿐 아니라 대두 산업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현지 언론 메르코프레스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브라질 대두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의 대두 수입량 약 1억t 중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가 3300만t인데, 이번 규제로 수입량 중 상당량이 브라질 등 남미산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는 전 세계 대두 생산량 가운데 절반가량을 생산한다. 이미 브라질은 대두 5000만t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연간 생산량이 1억t이 넘기 때문에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무역전쟁 확전 시 브라질은 과일, 자동차, 기계장비, 화학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은 이달 초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이 연간 74억달러(약 8조2584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양국 관세 보복으로 브라질이 어부지리를 얻으며 미국에 대해서는 10억달러, 중국에 대해선 64억달러 규모 수출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키스탄은 자국 핵심 산업인 섬유 산업이 미·중 무역제재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키스탄 섬유 산업은 파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고 제조업 고용의 무려 40%를 담당한다. 파키스탄 현지 언론 비즈니스레코더는 "양국 갈등 고조로 면화 가격이 하락하면서 면화를 가공해 섬유를 직조해 수출하는 파키스탄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이며, 중국은 세계 두 번째 면화 수입국으로 중국이 미국의 면화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수요 부족으로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면화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인도는 미국 대신 중국에 면화를 수출해 점유율을 늘려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당국자는 "다음 시즌 수확량 중 8만5000t을 중국에 인도하는 계획을 이미 체결했다"며 "이러한 사전 협상은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란은 무역 갈등으로 대중 석유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며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란은 도리어 미·중 양국 간 갈등이 격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석유 구입량을 줄이면 이란 석유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협조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란·중국 간 정상적인 경제무역과 에너지 부문 협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이란은 중국에 하루 평균 원유 70만배럴을 수출한다.

CNBC는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며 "무역은 막힌 곳이 생기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이로 인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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