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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까워지는 중국-필리핀…남중국해 자원 공동개발

김대기 기자
입력 : 
2018-11-21 17:41:13
수정 : 
2018-12-10 15: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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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등 29개 협약 체결
두테르테 `친중·탈미` 강화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3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남중국해 자원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전통 친미 국가인 필리핀이 친중 노선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필리핀은 중국과 포괄적 전략 협력 관계를 맺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 밀착 행보를 걷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필리핀을 국빈방문했다. 도착 당일 중국과 필리핀은 '원유 가스 개발협력 양해각서' '일대일로 건설 양해각서' '필리핀 공단 협력개발 프로젝트' 등 29개 협약에 서명했다.

양국이 체결한 협약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남중국해에서 자원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앞서 지난 10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필리핀을 방문해 원유 공동 탐사 추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양국이 이번에 서명한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안토니오 트릴랴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이 공개한 초안 문건에 따르면 '분쟁 해역에서의 원유 공동 탐사는 상호 존중과 이익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양국의 영유권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공동 탐사 결과는 공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양국 정부가 공동 탐사 지역으로 구상하고 있는 곳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위치해 있는 리드뱅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2년 리드뱅크 내 황옌다오(스카버러 암초)를 무단 점거하며 필리핀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다"며 "서로 우호적 협상을 통해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가고, 해상에서 실질적 협력을 추진해 지역 평화 안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자"고 말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국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역사의 정확한 쪽에 서 있다"며 "필리핀은 중국을 포함한 유엔 등 다자체제 내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하길 원한다"고 화답했다. 사실상 두테르테 대통령이 영유권 분쟁을 보류하고 유전 공동 개발을 통해 거둘 이권에 무게를 둔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필리핀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시 주석 방문 첫날이었던 20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소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중국은 필리핀 해역에서 물러가라' 등 반중 문구를 외치는 시위가 열렸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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